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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가스탱크에 쇼핑몰·아파트, 19세기 유물 되살린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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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짐머링 지구에 있는 가소메터 시티의 A동(오른쪽)과 B동. B동에 접한 사각형 건물은 리모델링 당시 신축한 건물로, 현재 학생 기숙사로 쓰인다. [김나한 기자], [사진 가소메터 시티 홈페이지]


지난달 16일 오후 오스트리아 빈 짐머링 지구. 지하철 3호선 가소메터(gasometer)역 출구를 나서자마자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거대한 원통형 건물 네 채가 나타났다. 마침 지하철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A동 1층 입구로 들어가려던 마틴 자우버(35)를 만났다. 그는 “사무실이 이 근처인데 퇴근하고 저녁 식사거리를 사러 왔다”며 “우리 동네보다 쇼핑몰이 훨씬 크고 물건 종류도 많아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잠시 후 바로 옆 B동 현관으로 베나즈 타바나(27·여)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왔다. 그는 “올해 5월 B동 7층으로 이사왔는데 엘리베이터만 타고 오르내리면 영화 관람이든 쇼핑이든 뭐든지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미래유산 ⑧ 산업화 시설
오스트리아 ‘가소메터 시티’ 가보니
건축적 가치 인정받은 외형은 유지
내부는 2000명 사는 주상복합으로

서울시, 마포 석유기지 리모델링
"다양한 재활용 방식 고민해야"


 A~D동 네 개로 된 이 건물은 전 세계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의 ‘모범 사례’로 통한다. 19세기 말 지어진 ‘가소메터 가스탱크’가 20세기 말 793가구를 수용하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가소메터 시티’로 탈바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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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A동 1층 쇼핑몰, 오른쪽 사진은 리모델링 되기 전 가소메터 가스탱크. [김나한 기자], [사진 가소메터 시티 홈페이지]


 각각 높이 70m, 지름 60m인 가스탱크들은 빈 전역에 도시가스를 보급하기 위해 1896년 완공됐다. ‘산업시설도 고풍스러운 도시 미관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빈 시의 정책에 맞춰 지어졌다. 그러나 천연가스가 보급되면서 지하 저장 방식 등이 개발됐고 대형 가스탱크의 효용성이 없어졌다. 결국 90년 만에 가동이 중단됐다. 빈 시 산하 주택재단의 니콜 부쉘(39·여) 과장은 “1986년 가동이 중단된 건물을 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건축적 가치가 있는 가스탱크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내부를 복합 주거공간으로 바꾸자는 결정이 1995년 나왔다”고 말했다. 장 누벨을 비롯한 세계적 건축가 4명이 가스탱크를 한 동씩 맡아 설계와 공사를 책임졌다. 1999년 영화관과 쇼핑몰, 콘서트홀과 아파트가 어우러진 ‘가소메터 시티’가 탄생한 배경이다.

 현재 이곳엔 793가구 2000여 명이 살고 있다. B동에 접한 방패형의 현대적 건물에 저렴한 임대료로 방을 얻은 250여 명의 대학생을 포함한 숫자다. B동을 설계한 울프 프릭스는 “가소메터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란 점을 형상화해야 한다”며 네 동 중 유일하게 새 건물을 추가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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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석유비축기지. 총 5개의 석유 탱크를 전시장 등으로 리모델링 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소메터 시티가 높은 평가를 받는 건 지역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시설로 재생됐다는 점 때문이다. 부쉘 과장은 “전형적인 도시 외곽 산업지구였던 짐머링 지구는 2000년대 들어 슬럼화가 진행됐다”며 “주상복합 아파트로의 재생은 주거·상업지구를 만들어 이 지역을 살려내려는 빈 시의 주택정책과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관과 박물관으로의 천편일률적인 산업유산 재생 사례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게 가소메터 시티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가소메터 시티의 사례는 근대유산 재생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 미래유산 보존 정책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382곳 중 시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곳은 재생 프로젝트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개관한 구의취수장과 전시장으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마포석유비축기지 등이 대표적이다. 김정후 런던대 박사는 “미래유산의 재활용 방식은 다양해야 한다”며 “문화예술 시설에 지나치게 치중해서도 안되고 해당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철저히 분석해 접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빈=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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