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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압축성장 한국의 환경기술, 개도국에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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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최근 대형 테러가 발생했는데도 프랑스 파리에 세계 140여 개국 정상·정상급 인사들이 몰렸다. 30일부터 2주간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총회에선 교토의정서의 공약기간이 끝나는 2020년 이후 적용될 신 기후체제에 대한 합의문(파리의정서)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조연설을 한다. 국제사회는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송도에 유치한 한국의 입장과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GCF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사업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다. 2년여 동안 102억 달러 규모의 초기 재원을 조성했다. GCF는 신중한 심사 끝에 지난달 6일 최초로 사업을 승인했다. 총 8개 사업에 1억6800만 달러 규모다. GCF가 신생 기구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GCF는 2020년부터 공공과 민간의 자금을 합쳐 매년 1000억 달러씩 개도국에 지원한다. 이 막대한 자금으로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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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국제사회가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국제사회는 GCF 사무국을 유치한 국가로서 한국에 더 많은 기금을 내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어떻게 기여해야 할까. 필요하다면 GCF에 기금을 좀 더 출연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세계 주요 국가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 보급해 왔다. 우리나라도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기술을 융합하고, 스마트 그리드로 발전시키는 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새로운 모델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GCF의 자금을 이용해 개도국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사업 모델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GCF가 승인한 사업 중 페루 아마존 습지 보존 프로젝트가 있다. 이 사업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마존 오지에서 디젤로 가동하던 과일 가공공장에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장치를 결합한 우리의 에너지 자립 모델을 적용하는 유형이다. GCF의 자금에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보급한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한국 기술을 활용할 사업유형은 쓰레기 처리와 에너지화 사업이다. 지난 9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들이 한국을 방문해 수도권매립지를 시찰했다. ADB 이사진은 매립지 침출수 처리장, 폐기물 처리와 50㎿ 발전소 등 폐기물 자원화 시설을 둘러보며 깊은 감명을 받고 돌아갔다고 한다. 모든 국가와 도시들은 쓰레기 처리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쓰레기도 깨끗이 처리하면서 전기도 생산하는 사업모델은 한국 기술의 기후변화 대응 사례로 손색이 없다. 쓰레기 처리와 자원화 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압축성장 과정을 거친 한국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산업화·도시화와 환경 문제를 함께 겪고 있는 개도국에 매우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은 GCF의 자금으로 이 같은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전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GCF뿐 아니라 다른 국제금융기관의 자금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원 자금이나 양허성 차관, 민간 기금 등도 투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술을 앞세우고 다양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관련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개도국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국가로 인식될 것이다. 앞서 제시한 두 가지 유형의 사업은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도 작다. 다른 산업과의 융합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도 있다.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선 중소기업이 보다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파리에서 논의될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한 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예상된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은 GCF를 유치했으며, 개도국이 서로 다른 경제발전 단계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생생하게 경험한 국가다.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개도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데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한다. 필요한 자금은 GCF나 다자개발은행, 양자 형태의 공적 자금 또는 민간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이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개도국 기후변화 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국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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