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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다나의원 사태가 장애인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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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우리 애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면 안 되는 건가요?” 자신을 ‘지체장애인 초등생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한 독자가 지난 일요일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감염 사건이 난데없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장애인 의사가 진료한 것이 원인이라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왜 장애인이 의사 일을 하도록 뒀느냐’는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와 마음이 아프다. 아이가 그런 기사나 글을 볼까 봐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네 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이 집단적으로 C형간염에 걸린 이번 사건은 어떤 연유로 ‘장애인 의사 논란’으로 확산됐을까. 발단은 지난달 26일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배포한 보도자료다. 질본은 그간의 역학조사 결과 ‘다나의원 원장은 2012년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의 장애가 발생한 뒤부터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마치 해당 의사가 장애 때문에 주사기를 재사용하게 된 것처럼 설명했다. 그 뒤 장애인이 의사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식으로 일부 언론과 인터넷 여론에서 논리가 비약됐다. 주사기 재사용이 시작된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다. 당국의 조사에서 이 병원의 다른 관계자들은 원장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도 재사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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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번 집단 감염사건은 의사가 ‘주사기 재사용’이라는 상식 밖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엄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비극의 책임은 ‘장애인 의사’가 아니라 ‘무책임한 의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이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면허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번 따놓기만 하면 사실상 종신 면허로 인정받아 온 의사 면허 체계의 개선은 꼭 필요한 일이다. 3년마다 의사 면허를 갱신하면서 진료를 볼 수 있는 인지기능을 가졌는지, 건강 상태는 괜찮은지 점검받을 필요가 있다.

 재미동포 이승복씨는 하반신 마비 장애를 딛고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재활의학과 의사가 됐다. 그는 에세이집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에서 ‘나에게 육신의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다. ‘할 수 없다’는 마음의 장애가 더 무섭다’고 썼다.

 중증 지체장애가 있더라도 재활의학과나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가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사례별로 세심하게 검토해 판단 기준을 마련하면 되는 일이다. 이번 일이 ‘장애인은 의사가 되면 안 된다’는 의식의 퇴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차별이자 폭력이다.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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