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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자민당 60년, 중도 보수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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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도쿄총국장

약 20분간의 연설은 시종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창당 60주년 기념식. 아베 신조 총재(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강조했다. 재집권 3년간 GDP가 28조 엔 늘고 기업이 과거 최고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7개 현의 고용은 고도 성장기보다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민당 창당 선언상의 ‘정치는 국민의 것’이라는 원점에서 경제 재건에 힘썼다”고 자평했다. 숙원인 개헌에 대해선 간접 언급했다. “선배들은 (미군) 점령 시대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개헌은 자민당 창당 이래의 당시(黨是)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단 개헌 의석 확보를 위한 경기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뜻이 읽혀졌다.

 아베 총리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것은 여럿이다. 내각 지지율이 50% 안팎이다. 여론을 양분했던 안보법제의 국회 심의 전으로 회복했다. 보수층에선 아베 개인의 인기가 상당하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자민당 당원을 상대로 한 역대 최고 총재 평가 조사에서 아베는 전체의 19%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고이즈미 준이치로(17%), 다나카 가쿠에이(16%), 나카소네 야스히로(5%) 순이었다. 국회도 반석(盤石)이다. 중의원 의석이 공명당과 합쳐 3분 2를 넘는다. 여기에 야당은 지리멸렬하다. 2000년대 중반 1년에 한 번꼴로 총리가 바뀔 때와는 천양지차다. 리더십 적자가 리더십 과잉 흑자로 됐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체제는 특이하다. 아베만 강한 일강다약(一强多弱)의 구조다. 20년 전 한 정당이 복수로 입후보자를 내는 중선거구제(3~5명 선출)에서 1명 선출의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총재에게 권한이 집중됐다. 파벌의 나눠먹기식 공천·인사가 사라졌다. 한때 무슨 민원이든 해결해 종합병원 얘기를 들었던 파벌은 아파트 관리실로 치부되고 있다. 비주류도, 반주류도 없는 아베만 쳐다보는 총주류의 시대를 맞았다. 그렇다 보니 파벌을 축으로 한 정책 논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딴소리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야당까지 껴안았던 포괄 정당으로서의 자민당은 온데간데 없다.

 그 결과, 국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아베식 정치가 구석까지 스며들고 있다. 덩달아 전후의 중도 보수는 길을 잃었다. 경(輕)무장·경제 중심의 자민당 본류가 안보와 자주헌법을 중시하는 매파에 자리를 내줬다. 이웃 나라와의 화해를 지향하는 국제 협조주의의 목소리는 약하다. 자민당은 더 이상 중심이 두 개인 타원(楕圓)이 아니다. 두 개의 세력이 균형을 잡던 자민당은 오른쪽으로 쏠려 있다.

 자민당 60년사는 곧 일본의 전후사다. 자민당이 야당의 쓴맛을 본 것은 1993~94년 호소카와·하타 내각의 10개월과 2009~2012년 민주당 정권의 3년3개월에 불과하다. 자민당의 일원적 단색 구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자민당이 타원으로 돌아올 때 주변국과의 관계는 더 둥그러워질지 모르겠다.

오영환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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