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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동개혁, 사후약방문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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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이 수혈되는 등 주요기업의 경영실적 악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기침체, 유가하락 등 경기적 요인과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글로벌 공급과잉 등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 녹록지 않다.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마련,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역량 제고를 위한 스마트공장을 보급하는 등 주력산업의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민간의 투자·고용의 걸림돌인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정부 지원책이 체력강화를 위한 체육활동이라면, 노동개혁 등 규제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은 체질개선을 위한 식이요법이라 할 수 있다.

 개혁은 특정 사회의 모순이 곪아 터질 때쯤에야 많은 희생을 치르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산업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거대한 위기로 실체화되기 전에, 정년연장이 시행돼 심각한 청년고용절벽에 맞닥뜨리기 전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자리 잡은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주요국가는 노동 유연성을 높여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만 낡은 제도를 고수하며 체질개선을 거부하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며, 미래 청년세대를 볼모로 잡는 것이다.

 이번 노동개혁에 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근로자의 양보만을 강요’한다는 오해가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파견금지업종 규제완화, 근로자 희망시 기간제 기간 연장 허용 등 고용 유연성 관련 조치는 구직급여 지급수준 상향과 기간 확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한편, 청년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 등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노동시장 기능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9.15 노사정 합의문의 도입부는 노사정 모두의 문제의식이다. 낡은 노동규제를 개선해야 기업경쟁력을 강화해 미래 세대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노조 등 일부 계층이 기득권을 다소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으나, 그 과실은 몇 배로 확대되어 미래세대 청년들과 대다수 근로자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동개혁은 ‘일자리 민주화’라고 부를 수 있다.

 올해 노동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내년을 맞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우려된다. 위기를 내다보고 선제로 이뤄낸 사회적 대타협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청년고용절벽 앞에서 후회해봤자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될 것이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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