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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할아버지와 85세 할머니가 만두 빚는 초고령사회 일본

고령화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축복은 아니더라도 재앙을 피할 순 없을까?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세계 최고 고령화사회인 일본이 꿋꿋이 살아가는 법을 심층 조명했다.

일본 인구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미국(17%)보다 훨씬 높다. 노인이나 15세 미만 아동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1.6명이다. 2050년대엔 이 비율이 1대1로 떨어진다. 비관론자들은 대규모 이민 유입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폐쇄적인 일본 문화에선 어림없는 소리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 경제가 버티는 것은 역설적으로 ‘고령자의 힘’이다. 대략 세 가지다. 첫째, 건강한 노인들이 노동력 부족을 메우고 있다. 일본에선 노인 5명 중 1명이 일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거의 두 배다. 65~69세 일본 남성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15~64세 인구가 8% 줄었지만, 전체 노동력 감소는 1% 미만에 그쳤다. 청장년 노동인구 감소를 노인들이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고령자는 6만 명에 달했다. 항공기 조종사 은퇴시기는 67세로 올라갔다. 나가노 현의 한 만두가게에선 85세 할머니와 91세 할아버지가 만두를 빚는다. 고령자를 돌보는 가정간호 인력의 3분의 1은 60세 이상이다.

둘째, 고령화 진행으로 경제에 새로운 성장 엔진이 생겨났다. 로봇 등 자동화산업이 대표적이다. 도쿄미쯔비시 UFJ 은행은 지점에 19개국 언어를 사용하는 로봇을 배치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가정에서 고령자를 돌보는 로봇을 원격으로 다루는 ‘인간 서포트 로봇’을 테스트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페퍼’라고 불리는 감정인식 로봇을 선보였다. 치매 노인이나 중증 고령환자의 간호에 활용 가능한 로봇이다.

셋째, 실버산업의 팽창이다. 일본의 실버 시장은 현재 100조엔(약 942조원) 규모. 매년 1조 엔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노인층은 단순히 인구만 많은 것이 아니라 주머니가 두둑하다. 일본 가계 자산 14조 엔의 60%를 노인들이 갖고 있다. 소비자 지출의 절반 이상을 노인들이 차지한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가을 고령 소비자 맞춤 가전제품을 내놓았다. 몸을 덜 구부리고 더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든 냉장고,세탁기 등이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73만 노인 가구에 식사를 배달하는데, 매년 배로 성장하고 있다. 노인들이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장례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고령화를 비관하기 보다 고령화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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