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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약속대로 화끈하게 지갑 연 롯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어츠가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3명의 투수에게 138억원을 투자했다. 올 시즌 8위에 그쳤던 롯데는 발빠른 움직임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는 30일 통산 177세이브를 기록한 프로야구 대표 마무리 투수 손승락(33)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4년에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의 조건이다. 불펜 투수로는 지난해 삼성과 4년 65억원에 계약한 안지만(3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9일에는 윤길현(32)과 4년 총액 3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프로 14년 동안 78홀드·28세이브를 거둔 윤길현은 올 시즌 SK의 핵심 불펜 자원으로 활약했다.

올해 롯데는 불펜진이 붕괴되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불펜 투수 평균자책점(5.43)은 10개 구단 중 가장 높았고 블론세이브(18개) 역시 1위였다. 강민호(35홈런)을 중심으로 한 타선은 강했지만 뒷문이 불안한 탓에 8·9회까지 이기고 있어도 안심할 수 없었다. 수 년 간 팀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며 성과를 낸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하면서 치명적인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다.

집안 단속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해 말 FA였던 프랜차이즈 스타 장원준을 잡지 못했다. 장원준이 올 시즌 두산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본 롯데는 송승준의 잔류에 큰 공을 들였다. 1999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갔다 2007년 돌아온 뒤 줄곧 롯데에서만 뛰었던 송승준에게 40억원(4년)을 안겼다. 롯데팬들도 구단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롯데가 4년 동안 세 선수에게 지불하는 돈은 138억원이지만 손승락과 윤길현의 원소속팀에 지불해야 할 보상 금액(최대 22억 5000만원)까지 생각하면 투자 금액은 15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10월 말 롯데 사령탑에 오른 조원우(44) 신임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큰 선물 보따리를 받게 됐다.

지난해 롯데는 구단 수뇌부가 선수단을 폐쇄회로(CC)TV로 감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선수들은 구단과 충돌했고, 팬들은 부산 사직구장 앞에 근조화환을 갖다 놓고 시위했다. 그 결과 사장·단장·감독이 한꺼번에 옷을 벗었다.

이종운 감독을 선임하고 구단 사정을 잘 아는 사장과 단장이 부임하면서 새출발을 자신했지만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시즌 중에는 모기업의 경영권 분쟁까지 있었다. 그러나 '형제의 난'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승리하면서 변화의 기류가 흘렀다.

신 회장은 지난 9월 11일 삼성전이 열린 사직구장을 전격 방문했다.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신 회장은 "자이언츠가 약한 불펜진 탓에 많은 역전패를 당했다. 우수 자원을 영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그룹 정책본부를 통해 야구단의 경기력 향상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확실한 지원을 거듭 약속했다.

신 회장은 91년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당시 오리온즈)의 구단 사장 대행에 취임한 뒤 2005년 구단주 대행에 올랐다. 2004년 신 회장은 메이저리그 출신 괴짜 감독인 바비 발렌타인을 데려왔고,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을 영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하위권을 맴돌던 지바 롯데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당시 지바 롯데는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지바 롯데의 성공 사례를 경험한 신 회장은 땅에 떨어진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야구단을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신 회장의 공언대로 롯데는 과감한 투자를 했고, 약점인 보강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대형 FA 계약을 맺은 불펜 투수가 성공한 사례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가 홀대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매 경기 불펜에서 대기하면서 누적된 피로가 언제 부상으로 번질 지 모른다. 그러나 부침을 거듭해온 롯데가 적극적인 자세로 전력 보강에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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