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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2년간 YS 모셨는데, 하필 이때 다쳐 운구차 못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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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전기사 강기운씨가 29일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김민관 기자]


“지금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어떻게 (지금 심경을)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된 지난 26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대병원의 한 병실. 환자복을 입고 누운 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TV로 생중계되는 영결식 장면을 주시하던 강기운(65)씨가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강씨는 1993년부터 22년간 한결같이 김 전 대통령의 차를 운전했던 기사다.

그는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일(22일), 강씨는 손명순 여사를 태우고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으로 가려다 계단에서 넘어져 오른쪽 허벅지 뼈에 금이 갔다. 영결식 때 운구차를 몰기로 돼 있었던 강씨는 비통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강씨는 “제 하루 일과는 매일 아침 8시 상도동 자택으로 가면서 시작됐다”며 “서거 이후 이틀 동안 잠이 안 와 TV뉴스와 신문기사 등을 모조리 챙겨봤다”고 했다. 이어 “국립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의 하관식이 진행되는 걸 바라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며 애통해했다.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아랫사람에게도 따뜻했던 분이셨어요. 고령의 나이에도 차 안에서 노래를 즐겨 부르셨죠. ‘아름다운 것들’(1987) ‘한계령’(1985) 같은 가수 양희은의 노래는 모두 좋아하셨어요. 때로는 저도 알지 못하는 최신 가요를 부르시며 ‘니 이 노래 아나?’하고 불쑥 물으셔서 대답 못한 적도 있죠.”

 강씨는 김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집에만 머물기 답답하다. 드라이브 가자”는 말을 자주 했다고 기억했다. 주로 손 여사와 함께 통일로, 도심 외곽 등을 1~2시간 정도 드라이브하고 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관 위에 흙을 뿌리는 ‘허토 의식’이 시작되자 강씨는 긴 한숨을 쉬었다. 과거 김 전 대통령이 손 여사와 함께 가곡 ‘매기의 추억’을 부르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그러자 강씨는 부인과 함께 조용히 노래를 따라불렀다. 강씨는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이 이 노래를 즐겨 불러 저에게도 익숙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고인에게 누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일화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강씨의 아내는 “남편은 입이 무거워 집에 와도 밖에서 있었던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며 “다만 ‘김 전 대통령을 모신 게 행운’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로 강씨는 지난 2년간은 주로 손 여사를 위해 운전했다고 한다. 다음 주 퇴원 예정인 강씨는 “병원을 나서면 곧바로 김 전 대통령의 묘소부터 방문해 추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도 아침 일찍 자택으로 가면 ‘뭐 이리 빨리 왔나’하며 애정 어린 타박을 하실 것 같아요. 김 전 대통령께서 보여주셨던 따뜻한 모습,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손국희·김민관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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