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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만으론 경제 활력 못 찾아 … 정부·기업, 구조 개혁 함께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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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교수(오른쪽)와 사공일 본사 고문은 제3의 지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글로벌 경제 현안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유럽의 테러 사태에 대해서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이클 스펜스(72) 뉴욕대 교수는 시장의 신호해석 전문가다. 노동시장에서 마주한 고용자와 노동자가 어떤 신호를 주고받으며 고용과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지를 연구해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사공일 본사 고문 겸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스펜스 교수와 마주했다. 세계 경제뿐 아니라 유럽 테러 사태 등 다양한 신호를 해석한 내용을 교류하기 위해서다.

 ▶사공=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며칠 전에 전쟁 선언까지 할 정도로 유럽연합(EU) 전체가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그 이전부터 시리아에서 밀려드는 난민 등이 EU엔 큰 도전이었다. 테러와 난민 문제가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유럽 통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펜스=얼마 전 집사람(이탈리아 출신)과 처제에게 “15~20년 전 젊은이들에게 ‘당신의 자녀가 (나중에) 스스로 유럽인이라고 생각할까’라고 묻는다면 그 젊은이들은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라고 물었다. 아내와 처제는 “유럽인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사공=유럽 통합을 꿈꾼 사람들의 뜻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 같다.

 ▶스펜스=그렇다. 유럽 지도자들이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 흐른 뒤에나 통합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몹시 어려워 보인다.

 ▶사공=단기적 측면에서 (테러사태 때문에) EU 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26개국 간의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이나 경제성장과 재정적자 비율 등에 관한 마스트리흐트조약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스펜스=솅겐조약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의 다른 회원국 국민의 출입국을 어느 정도 제약하는 일은 불가피할 듯하다. 그러나 솅겐조약 파기 같은 일은 없을 것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공=통계를 보면 미국은 빠른 기술 변화와 자동화, 정보기술(IT)의 확산 등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저조하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지지부진한 노동생산성과 부족한 총수요에 근거한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주장하는 유명 경제학자들도 있다. 물론 생산성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잘못된 판단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말이다.

 ▶스펜스=저조한 노동생산성은 통계 작성 방법상의 문제와 통계에 반영될 때까지의 시차(time lag)가 있었다. 예를 들면 과거에 수퍼컴퓨터의 활용으로 일기예보는 더욱 정확해졌으나 그 효과가 국내총생산(GDP)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인터넷이 확산돼 경제 전반에 걸쳐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시차가 있었다.

 ▶사공=나도 생산성이 낮아 장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회의론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어쨌든 당신은 장기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들린다.

 ▶스펜스=물론 얼마나 긴 안목에서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장기침체란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해결책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장기침체를 들고 나온 것은 이 문제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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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스펜스 교수(왼쪽)는 사공일 본사 고문과 대담을 마친 뒤 “ 뉴욕대에 와서 특강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공 고문은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답했다.

 ▶사공=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서머스가 장기침체 극복을 위해 필요한 투자, 특히 미국의 경우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고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킨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그런데 당신은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효과를 놓고 서머스와 지상 논쟁을 벌이고 있다. 흥미롭게 봤다. 당신은 QE가 실물투자보다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 등 금융자산 운용에 더 열중하게 했기 때문에 실물투자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고 한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반면 서머스는 QE가 실물투자를 오히려 저해했다는 것으로 당신의 주장을 이해했다. 당신이 뜻한 바가 정확히 무엇이었는가.

 ▶스펜스=내 글이 긴 논문이 아니어서 생략된 부분이 많았다. 저조한 투자가 QE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QE 때문에 기업의 실물투자보다 금융거래가 더욱 쉬워진 것은 분명하다.

 ▶사공=QE 때문에 기업들이 ‘금융 엔지니어링’에 더 집중하게 됐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스펜스=그렇다. 미래가 불확실한 와중에 기업은 단기성과를 내야 한다. 장기 실물투자보다 단기 금융자산 운용에 더 집중하게 된다. 나는 기업 실물투자에 대한 새로운 인센티브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 등을 수반하지 않는 QE는 위험하다고 본다.

 ▶사공=(정부와 중앙은행이) 단기 총수요 관리와 함께 공급 측면의 각종 구조조정 노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당신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현재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의 하나가 불평등 문제라고 보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펜스=그렇다. 선진국의 불평등 문제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국가 간 편차가 아주 크다. 미국이 독일보다 불평등이 심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고용구조 변화 탓도 크다. 상대적으로 생산성과 임금이 높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지만 임금이 낮은 일부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는 늘어 분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공=그래서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근본적인 교육개혁과 근로자의 훈련·재훈련 체제 강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4년제 대학 교육체제 자체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펜스=맞다. 현재에도 일부 교육기관이 변화를 하지만 모든 학생이 그 혜택을 보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사공=상대적으로 부유한 집안 학생만이 더 좋은 교육기회를 갖는다면 세대 간 소득재분배에 역행하게 된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스펜스=정확한 지적이다. 한국은 어떤가.

 ▶사공=한국 공교육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 바람에 교육의 세대 간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게 줄고 있어 우려된다. 교육 체제와 내용 등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

 ▶스펜스=공교육 질을 높이는 문제는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사공=당신은 중국을 자주 방문하고 중국 정부와 고위층에게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는가.

 ▶스펜스=크게 봐서 나는 중국에 대해 낙관적이다. 중국은 다른 신흥국과 견줘 근본적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능력을 중시하는 오랜 전통, 공직자의 충성심, 높은 교육열, 실용주의, 전략적 사고 등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포용적 성장을 위한 공공투자가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도 들 수 있다.

 ▶사공=현재 중국은 공공투자를 포함한 모든 투자가 지나치게 많아 고민하는 실정이다.

 ▶스펜스=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중국이 2009년에 뉴노멀을 선언하고 정책조정을 해야 했다. 5년 전에 그렇게 조언한 적이 있다.

 ▶사공=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라고 보나.

 ▶스펜스=중국 중산층이 두꺼워지면서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정치체제는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중국 정치체제는 다당제 민주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바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중국이 외국의 성공사례를 배우려는 태도가 높았는데 현 리더십하에선 좀 바뀐 듯하다. ‘서양 교과서는 필요 없다’는 식이다. 또한 정부 통제 성향이 높아지고 반개방성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사공=중국은 2000여 년간 지속된 자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익숙해 있다. 요즘 그런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생각이 중국인 사이에 퍼져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중국 국민과 리더들은 실용주의적이기 때문에 외부 여건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고 타협해 나갈 것으로 본다.

 ▶스펜스=중국의 공공 부문은 아주 거대하다. 이런 공공 부문 개혁과 민영화에 대한 반대가 만만찮다. 앞으로 중국의 공공 부문 개혁과 민영화가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다.

 ▶사공=나는 중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시장경제화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축통화가 되면 자본계정과 금융 부문의 자유화가 불가피하다. 중국 정책 당국이 1980년대 한국의 자본계정 자유화와 자본시장 개방 5개년 계획과 같은 순차적 계획을 미리 발표하고 추진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스펜스=좋은 충고다.

 ▶사공=한국은 중국보다 조금 일찍 시장 개방, 특히 금융과 자본 시장을 개방해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 했다. 이런 한국 사례가 중국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이제 당신이 세계 경제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해 보자. 당신은 최근 저서에서 세계 경제의 미래를 아주 낙관적으로 봤다. 인류의 75% 정도가 금세기 중반께에는 오늘날의 고소득 국가 국민의 생활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단 신흥국 정책담당자들이 올바른 정책을 펴고 적절한 국제협력과 정책협조가 이뤄진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스펜스=맞다.

 ▶사공=나도 세계 경제의 장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다만 현재 국제 경제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걱정된다. 세계가 거의 무극상태(No Polarity)하에서 주요 20개국(G20)이라도 제대로 작동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딱하게 여긴다.

 ▶스펜스=전적으로 동감이다. G20은 꼭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공=끝으로 한국의 젊은이들, 특히 젊은 경제학자들에게 도움이 될 충고를 해주길 바란다. 노벨상을 받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스펜스=없었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을 놀랍게 생각한다. 나는 후배들에게 "가장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당신들이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끼지만 아직 이해가 잘되지 않은 분야”라고 강조한다. 나는 네트워크가 바로 그런 분야라고 본다. 모두가 세계화를 얘기하지만 세계화는 따지고 보면 네트워크화다. (젊은이들이) 50~60대 경제학자들의 말에 매몰되지 말고 앞을 내다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정리=강남규 기자
[사진 밀라노=한불네트워크 이순영] dismal@joongang.co.kr

A.Michael Spence
마이클 스펜스(1943년 미 뉴저지주 출생) / 뉴욕대(NYU) 교수 / 스탠퍼드대 비즈니스스쿨 학장 /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 1973년 논문 ‘노동시장 신호’ 발표 / 하버드대(경제학 박사) / 옥스퍼드대 (수학 석사)/ 스탠퍼드대(철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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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