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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세액공제 피해자는 중산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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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곤
편집국장 대리

국세청이 최근 마련한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에 들어가봤다. 일목요연하다. 환급을 더 받으려면 신용카드를 얼마 써야 하고, 연금저축은 추가로 들고…. 예전의 깜깜이 연말정산과는 다르다.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금 걷는 국세청이 적게 내는 방법을 코치해주다니.

 그런데 개운치 않다. 떠오르는 게 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지…. 의료비·교육비 등 공제가 확 줄었지…. 정부가 근로소득세를 더 걷으면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올 초처럼 연말정산 닥쳐서 군소리하지 말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이 깔려 있다.

 연말정산 사태를 복기해보자.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근소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세율을 건드리지 않은 채 세금을 더 걷으려고 짜낸 묘수다. 봉급생활자 입장에선 꼼수다. 국민적 합의는커녕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솔직하지도 않았다. 조원동 경제수석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힌트를 살짝 주긴 했다.

 이내 들통이 났다. 거칠게 설계한 탓인지 세금이 많이 늘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연봉 5500만원 이하는 세금이 늘지 않도록 조정했다. 그러고는 세액공제를 밀어붙였다. 올 초 세액공제로 연말정산을 처음 하면서 사달이 났다. 곳곳에서 세금이 증가했다고 아우성이었다. 정부가 다시 손을 봤다. 연봉 70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에 큰 변화가 없도록 고쳤다. 정부는 세금을 4000억원 넘게 깎아줬다고 생색을 냈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세금이 좀 늘어나는 분들의 사례가 크게 부각됐다”고 해명했다. 별일 아닌데, 언론과 목소리 큰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는 얘기다.

 정부가 민의를 받아들여 두 차례나 조정했으니 세액공제는 괜찮나? 4000억원 넘게 깎아줬다는데…. 함정이 있다. 정부는 논의의 초점을 연봉 7000만원 이하에 맞췄다. 원래 근소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계층이다. 소득공제로 하든, 세액공제로 하든 세금 차이가 크지 않다. 특히 근로자(1600만 명)의 48%는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문제는 연봉 7000만원 이상 144만 명이다. 세액공제 전환 후 세금이 집중적으로 늘었다. 세율 24%(과표 4600만~8800만원)를 적용받는 봉급생활자를 따져보자. 대학생 자녀 교육비로 900만원을 쓰면 예전에는 216만원(900만원의 24%, 지방세 제외)을 돌려받았다. 세액공제로는 135만원(900만원의 15%) 감면된다. 세금이 81만원 증가한 것이다. 의료비와 기부금도 비슷하게 세금이 늘었다. 연금저축과 보험료는 세액공제율이 12%다. 연금저축에 연 100만원 불입하면 소득공제 때 24만원을 환급받았다. 지금은 절반인 12만원만 돌려받는다.

 이런 식으로 144만 명이 올해 더 낸 근소세가 1조5700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109만원 증가했다. 이들은 통상 40~50대 가장이다. 연봉이 많은 듯 보이지만, 상당수는 생활이 여유롭지 않다. 부모와 자녀를 부양한다. 의료비·교육비 등 지출이 많은 시기다. 공교롭게도 이런 지출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커졌다. 덕분에 근소세는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올해 전체 근소세는 25조4000억원 걷힐 전망이다. 전년에 비해 15.8%나 늘었다. 불황과 취업난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폭 증가다.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는 감소했다.

 사람들은 세금 부담이 커진 만큼 씀씀이를 줄인다. 내수가 위축된다. 양육에도 부담을 느낀다. 출산을 꺼린다. 노후 대비용 연금저축에 가입하려는 욕구도 떨어진다. 기부를 해놓고도 흔쾌하지 않다.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건 박근혜 정부의 실패작이다. 증세를 해놓고 양해를 구하거나 사과를 한 적도 없다. 의료비·교육비처럼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지출은 공제를 늘려 세금을 덜어주는 게 맞다. 기부금과 연금저축 공제도 늘려야 한다. 소득공제로 돌아가는 게 최선이다. 이제 와서 돌아가기 민망하다면 12~15%인 세액공제율이라도 높여야 한다.

고현곤 편집국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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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