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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챌린저 & 체인저] 보물 같은 홀로그램, 보물을 빚어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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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한교아이씨 대표가 민군기술협력 대전(지난해 5월)에 출품한 국산헬기 수리온의 홀로그램(300㎜×400㎜)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홀로그램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선 입체적인 실물이 필요하다. [조문규 기자]


1997년 7월의 어느 날. 좀처럼 퇴근을 하지 않아 바이어들이 ‘미스터 스틸 워킹(Mr.Still Working)’이라 부르던 코오롱물산의 유럽 수출 담당 박성철 과장은 사표를 냈다. 둘째 아이를 막 출산한 아내에겐 단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 89년 졸업하기도 전에 입사한 회사에서 그는 정말 재밌게 일했다. 거래처 팩스를 기다리며 밤샘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8년 차가 되자 “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 조금 더 도전적인 일이 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댔다. 퇴직금과 저축금 1억원으로 서울 대치동에 회사를 차리고 ‘박성철 대표’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산업용 페트(PET) 플레이크가 그의 첫 아이템이었다. 창업 후 3개월 만에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곧 탄력이 붙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15년. 한교아이씨의 전시실엔 신라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 83호)이 노란빛 속에서 손에 잡힐듯 앉아있다. 회사 입구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 68호)이 방문객을 맞는다. 모두 한교가 자체 개발한 기술로 빚어낸 디지털 홀로그램으로 박 대표가 애지중지하는 이 회사 ‘보물’이다. 한교는 국가 과제로 44개의 국보급 문화재를 홀로그램으로 복원해냈다.

 한교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원색홀로그램 제작에 성공했다. 홀로그램 제작 분야에서만 21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 중 12건을 등록했다. 한교는 국내 업체 중 독보적 홀로그램 구현 기술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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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병 가공업체가 어떻게 첨단기술이라는 홀로그램 기술을 가지게 됐을까. 박 대표는 페트 필름 제작과 가공 설비 등에 적지 않는 투자를 했지만 2007년 회사의 구조를 과감히 바꾸는 결심을 했다. 중국 경쟁 업체의 기술이 좋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새로 도전할 분야를 찾다 만난 게 연관 부문인 홀로그램이었다. 페트 필름은 홀로그램을 기록하는 재질 중 하나로 쓰인다.

 홀로그램은 한교가 다뤄온 페트 소재를 기반으로 하지만 똑같은 콘텐트라도 3D로 표현된 상품은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디지털 홀로그램은 빛에 반응하는 기록자료(필름)에 광학계 레이저빔으로 정보를 기록한다. 두개의 빛이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 3차원의 입체 영상을 재생한다. 이후 이를 인화해 조명을 설치하면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3D 이미지가 떠오른다.

 한교의 디지털 홀로그램은 공연장에서 쓰이는 형태의 홀로그램과는 다르다. 공연장 홀로그램은 고해상도 프로젝터로 영상을 대형 투명막에 투사해 만들어내는 플로팅(floating) 방식으로 진짜 홀로그램은 아니다. 한교가 제작한 디지털 홀로그램의 경우 제작비 1억원, 인쇄비용은 100만~400만원에 달한다. 2D 이미지에 비해 부가가치가 수십배에 달하는 것이다.

 아직 생소하지만 미래 시장 전망은 밝다. 세계 디지털 홀로그래피 시장은 앞으로 연간 14%씩 성장할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올해 200억 달러 규모인 세계 홀로그래피 시장은 2025년 94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폐나 신용카드의 보안·인증·의료기기 분야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무한하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25년 2조3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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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아이씨가 홀로그램 기술로 복원한 국보 제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사진 한교아이씨]

 박 대표는 “무역회사에서 제조업체로, 또 다시 CT(문화기술) 업체로 끊임없이 움직여야 살아남는다는 위기의식이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홀로그램 제작 업체로 체질 개선을 선언한 뒤 박 대표는 회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은 홀로그램에 맞췄다. 아껴둔 적립금을 털어 서울 가락동에 사옥을 지었다. 이유는 단 하나, 홀로그램 기록 과정이 진동을 최소화해야 해 최대한 튼튼한 건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수소문해 SKC의 홀로그램 R&D 연구부분에 있던 전문가 등 연구원 7명을 영입했다. 공장과 제조 설비는 모두 매각했고 여윳돈이 생기는대로 연구에 쏟아부었다.

 한교의 변신은 박 대표의 집요함 때문에 가능했다. 박 대표는 홀로그램이 신생 분야로 정보가 없어 뭐부터 해야할지 모를 때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으로 헤쳐나갔다. 2007년 광운대 공대 대학원에서 홀로그래피 3D 콘텐츠과에 무작정 입학했다. 문과 출신(서강대 사회학과)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당장 회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어렵다거나 귀찮다고 느낄 틈도 없이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시작한 공부를 하다보니 박사과정까지 이어졌고 논문만 남겨두고 있다.

 노력은 보람으로 돌아왔다. 박 대표는 “현재는 국내 홀로그램 업체 중 우리만큼 노하우를 축적한 업체가 없다”고 자신한다. 노하우를 인정받아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콘텐츠진흥원 CT 연구개발(R&D) 사업 지원(36억원 규모)을 따내 문화재를 홀로그램화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문화재를 홀로그램으로 제작하면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학교나 해외공관 등에서 전시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보급 문화재의 질감이 고스란히 대형홀로그램(800㎜X1000㎜)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는 조선시대 국새를 홀로그램 정보로 기록하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홀로그램 입체지도 분야에도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터키 정부 의뢰를 받아 터키군이 사용할 지도를 제작해 납품했다. 군인이나 일반 등산객이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홀로그램 지도 개발을 해 상용화 단계다. 내년엔 홀로그램 지도로 50억~100억원의 매출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 안에서 홀로그램 영상으로 주행 정보를 볼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교의 향후 목표는 ‘홀로그램의 대중화’다. “현재 홀로그램 영역은 연구소와 학문적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 될 수 있다”는 게 박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이나 의료장비와 연계해 인체를 3D로 볼 수 있는 장비개발도 가능하다. 또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진을 홀로그램 기념품으로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유물·문화재나 한류 스타를 홀로그램 기념품으로 만들어 박물관이나 공항에서 판매하면 한국을 문화 기술 강국으로 인식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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