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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7개 국어 통역관 근무 … 아랍어 방송에 할랄음식, 붓글씨로 심성 치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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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교도소 문화센터에서 외국인 수형자들이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 아래는 문화센터에 전시돼 있는 외국인 수형자들의 서예 작품.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7일 오전 충남 천안시 천안교도소 문화센터. 죄수복 차림의 외국인 수형자 20명이 눈·코 등을 만지며 동요 ‘머리 어깨 무릎 발’을 불렀다. 단국대 교양기초교육원 정윤자(52) 교수가 진행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강의 시간이다. 영국·러시아·나이지리아·중국 등 인종과 국적도 다양하다. 조금 뒤 정 교수가 “코”를 외치며 손을 입에 댔다. 이때 손을 코에 대지 않으면 벌칙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장기자랑을 해야 했다. 한 대만인 수형자는 벌칙으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한국어로 불렀다.

천안 외국인 전담 교도소 가보니

 정 교수는 “기본적인 한국어 단어 정도는 알아야 교도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자주 듣는 한국어 노래는 종종 따라 부르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는 법무부가 2010년부터 단국대 인문과학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외국인 수형자를 위한 인문강좌’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교도소는 외국인 수형자 전담 교도소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가 늘면서 외국인 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0년 2월 설립됐다. 41만3257㎡(12만 평)의 터에 모두 49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 수감된 외국인 수형자는 339명.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외국인 수형자는 1001명으로, 나머지는 대전교도소 등 전국 교도소에 흩어져 있다.

 이곳의 외국인 수형자는 32개국 출신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170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인 30명(미군 범죄자 7명 별도) ▶우즈베키스탄인 18명 ▶나이지리아인 13명 ▶러시아인 12명 등이다. 사기·절도·살인·폭력 등 범죄 유형도 다양하다. 최근엔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면서 중국인 수형자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교도소 측은 전했다. 정충훈 천안교도소장은 “주로 종교와 국적이 같은 수형자끼리 같은 방을 사용하게 한다”고 말했다.

 2011년 1월 해군 청해부대가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때 검거한 소말리아 해적 두 명도 이곳에 수감돼 있다. BBK 의혹을 폭로한 미국 국적의 김경준(49)씨도 수감자 중 한 명이다. 반면 수원 토막살인범인 중국인 오원춘은 흉악범이 주로 머무는 청송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이들은 형기를 마치면 출입국관리소로 인계된 뒤 본국으로 추방된다.

 외국인 교도소는 일반 교도소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한식과 양식이 함께 배급된다. 한식은 밥·국과 반찬 두 가지, 양식은 빵·돈가스·샐러드·햄·우유 등이다. 이슬람권 수형자에게는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 등 다른 고기가 제공된다. 하루 식사단가는 양식이 4460원으로 한식보다 300원 비싸다. 차광식 천안교도소 국제협력과장은 “밀가루 가격이 반영된 데다 양식엔 우유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통역 전문 교도관이 근무하는 것도 특징이다. 러시아어·몽골어·중국어·베트남어·일본어·독일어·스페인어 등 7개 국어 전공자 14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 유학파다. 러시아어 담당인 정재윤(37)씨는 키르기스스탄 국립음악대 성악과를 나와 2010년부터 천안교도소에서 일하고 있다. 정씨는 “외국인 수형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언어 소통 문제를 해결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천규(36)씨는 베트남 하노이국립대를 졸업했다. 교도소 직원 281명 중 30여 명도 간단한 영어회화가 가능하다.

 오후 8~9시엔 중국·동남아·아랍권 등 3개 권역의 오락 프로그램 등 위성방송을 녹화해 틀어주기도 한다. 이슬람 수형자에게는 거실에서 라마단(금식 기도)을 허용한다. 도서관에는 외국 서적 5300여 권이 있고 교도소 생활을 안내하는 책자도 8개 국어로 번역돼 교도소 곳곳에 비치돼 있다.

 외국인 수형자를 위한 인문강좌는 수형자들이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게 해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 단국대 교수·교직원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동양화와 붓글씨를 통한 심성 치료, 한국 가요를 통한 한국 문화체험, 태권도와 태권도 정신 등이 주된 강의다. 정 교수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수형자가 된 경우가 많다”며 “인문강좌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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