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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박 대통령, 담백한 흰목이버섯탕·다금바리찜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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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빙량 중국 인민대회당 총괄 셰프가 자신의 대표 요리인 ‘고탕 전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요리는 전복을 삶기 전 껍데기째 뒤집은 뒤 지지는 방식으로 내장의 맛과 향을 극대화했다. [사진 롯데호텔]


2013년 6월 27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당시 국빈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곳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찬을 했다. 이때 베이징 정가에선 ‘흰목이탕’이란 메뉴가 화제가 됐다. 이 음식은 흰목이버섯을 이용해 만든 담백한 수프다. 흰목이버섯은 제비집·상어지느러미·곰발바닥과 함께 중국의 ‘4대 진미’로 꼽히는 식재료다. 젤리 같은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부드러운 요리’라는 분석이 내외신 사이에서 나왔다.

[사람 속으로] 장빙량 중국 인민대회당 총괄 셰프
상대 국가에 가 최고 식재료 가져와
중국 소스와 접목, 창조적 메뉴 내놔
짠맛·매운맛·단맛·쓴맛 튀지 않게
각국 정상에게 맞춤형 식단 선보여


 당시 흰목이탕을 준비하고 내놓은 사람이 바로 장빙량(姜炳良·62) 인민대회당 총괄 셰프다. 최근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그를 지난 17일 만났다. 장 셰프는 “흰목이탕은 지난 9월 2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특별 오찬’을 했을 때도 다시 한번 내놨다”고 했다. 다른 30명의 해외 정상과는 별도로 두 사람만 참석한 자리였다. 이 식단엔 다금바리찜도 추가로 나와 박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장 셰프는 “박 대통령은 담백한 요리와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하얀 국물로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한 다금바리찜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민대회당에선 베이징을 찾는 해외 정상들이 수시로 오·만찬을 한다. 사나흘에 한 번씩 연 100회 이상 열린다. 요리 역시 정상들의 입맛이나 회담 성격 등 정치나 외교적 포인트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우선 정상회담 날짜가 잡히면 중국 외교부가 인민대회당에 식사 시간과 참석하는 정상들의 정보 등을 알려준다. 그 다음부턴 요리사들의 몫이다. 치밀한 연구와 구상이 뒤따른다. 장 셰프는 “최고의 식자재를 고르기 위해 요리사들이 비행기를 타고 상대 국가에 가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와 중국식 소스를 접목하는 등 상대 국가의 문화적 맥락과 중국의 입장을 적절히 녹여낸 ‘창조적 메뉴’를 만드는 데 힘쓴다. 닭의 경우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베이징 인근에 아예 ‘계약 양계장’을 두고 키우고 있다. 햄은 중국에서 유명한 진화(金華) 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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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빙량 셰프의 요리는 같은 식재료를 쓰더라도 조리법에 변화를 줘서 색다른 식감을 준다. 장 셰프가 만든 향초 쇠고기, 맑은 죽생 제비집 수프, 풍미 통해삼(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 롯데호텔]

 국빈의 요리는 어떤 조건을 통과해야 할까. 그는 “지나치게 짜거나 매워선 안 된다”고 했다. 여기까진 요리의 기본이다. 이어서 장 셰프는 “짠맛·매운맛·단맛·쓴맛 등 여러 가지 맛이 튀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빈 만찬에서 요리는 정치와 같다고 했다. 반찬 하나를 내놓더라도 역사적 의미와 정치적 파장을 고민해 조심스럽게 내놓아야 한다. 그는 “맛이나 메뉴가 ‘물 흐르듯’ 튀지 않고 진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독창적인 요리법도 중요하다. 장 셰프 역시 늘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하는 ‘혁신가’로 통한다. 이번 방한에서 그는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을 찾아 여경옥(상무) 중식 총괄 셰프와 함께 전복·해삼·은대구 등을 사용한 ‘컬래버레이션 코스’를 선보였다. 여 상무와는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린 둥팡메이스(東方美食) 요리대회에서 함께 심사위원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장 셰프가 이번에 소개한 ‘고탕(高湯·고급 육수) 전복’ 조리법은 그의 전매특허다. 보통 전복은 삶은 뒤 조리를 한다. 하지만 고탕 전복은 삶기 전에 생전복을 껍데기째 기름에 지진다. 속살이 바닥에 닿은 채로다. 충분히 지진 뒤 삶으면 껍데기·내장의 향이 살에 스며들어 더욱 강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장 셰프는 여기에 겨자 소스까지 넣어 ‘톡 쏘는 맛’까지 살렸다.

 중화요리에서 흔한 재료인 해삼을 조리할 때도 그는 기존의 공식을 파괴한다. 흔히 해삼은 볶거나 쪄서 먹는다. 하지만 장 셰프는 튀김을 접목했다. 각종 향신료를 볶아서 갈아낸 뒤 미리 삶아둔 해삼과 버무려 튀기는 방식이다. 익숙한 재료를 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비법이다.

 흔히들 중화요리를 먹을 땐 ‘배갈(고량주)’이라 불리는 백주(白酒)를 마시곤 한다. 하지만 국빈 만찬에서는 대부분 와인이 나온다. 인민대회당에서도 한 사람만 빼고 거의 모든 정상이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장 셰프는 “푸틴은 유독 독주를 좋아해 이과두주(二鍋頭走)를 즐겨 마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의 동네 중식당에서 시켜먹는 이과두주보다는 고급 제품이라고 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가 이번엔 시진핑 주석의 입맛에 대해 묻자 장 셰프는 “그건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1993년 인민대회당의 총괄 셰프가 됐다. 베이징 정통 요리의 대가로 통하지만 스스로는 “전문 분야가 없다”고 겸손해했다. 기자가 “전문 분야가 없는 요리사가 말이 되느냐”고 우문(愚問)을 던지자 고수의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내 요리는 특징이 없다. 전문 분야도 없다. 언제 어떤 정상이 오더라도 ‘맞춤형 식단’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문득 중화요리의 대가는 집에서 뭘 먹는지, 직접 해먹는지도 궁금했다. 장 셰프는 “집에서는 두부와 야채를 곁들인 가벼운 요리를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도 아내가 요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가 다 한다”고 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S BOX] 인민대회당 셰프 200명 … 교육 기간만 4년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엔 셰프 200명이 있다. 모두가 중국 전역에서 선발된 ‘요리의 고수’들이다. 선발 방식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먼저 지역별로 요리학교 출신을 한두 명씩 추천받은 뒤 1년간 교육을 시킨다. 여기서 1차로 70%가 탈락한다. 남은 30%의 요리사는 다시 3년을 가르친다. 이 중에서도 절반만 남게 된다.

 장빙량 셰프는 “매년 선발 인원은 다르다”고 했다. 대개 최종 인원은 ‘한 자릿수’ 수준이다. 최종 선발의 영광을 차지하더라도 실제로 ‘국빈 요리’를 만들 기회가 주어지는 이들은 200명 중 70명가량이다. 인민대회당 셰프의 정년은 60세라고 한다. 하지만 장 셰프는 특별대우를 받아 정년을 넘긴 나이(62세)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 셰프가 뽑힐 당시엔 ‘사회주의 체제’가 가져다 준 행운도 있었다. 산둥성 칭다오 출신인 그는 1970년 만 17세로 인민대회당에 취직했다. 다른 이유 없이 공산당 차원에서 “산둥성 젊은이를 20명 뽑아 인민대회당으로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는 불과 40세인 93년 총괄셰프에 오를 만큼 손맛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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