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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농사 반, 다른 일 반 … 귀촌하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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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농반X의 삶』의 저자 시오미 나오키는 귀촌하면 가족이 먹을 만큼의 식량을 직접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대규모 농작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자연과 사계절 직접 교감하는 농사일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새롭게 이해할 수도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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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농반X의 삶
시오미 나오키 지음

농사는 먹고 살 만큼만 하고
나머지 시간엔 하고 싶은 일을
도시인들 농촌행 길잡이 역할
각자 재능 찾아야 행복감 느껴

노경아 옮김, 더숲
254쪽, 1만4000원


수년 전부터 3040 직장인들의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제주도’다. “이번에 누구누구 회사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갔다며?” “야, 이미 제주도 땅값이 서울 변두리만큼이나 올랐다더라.” “제주도 말고 어디 없나? 집값 싸고 뭐라도 해볼만한 곳….”

 산업화, 고속성장, 그리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길을 한국보다 앞서 걸어간 일본에선 10여 년 전 ‘오키나와’ 바람이 불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매해 2만5000여 명이 본토에서 오키나와로 이주했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작은 섬과 시골 마을로 떠났다. 1965년생인 저자도 그들 중 하나다.

 ‘성장이 전제되지 않아도 풍요로운 삶.’ 듣기엔 좋지만, 결심은 쉽지 않다.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는 ‘뭘 해서 먹고사는가’다. 도시를 떠나면 마땅한 일거리를 찾기 어려울 것 같고, 전업농부가 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도시 샐러리맨으로 일하다 서른 셋에 고향인 교토 아야베(綾部)로 귀농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건 어때 라고 제안한다. 바로 ‘반농반X(엑스)’의 삶이다.

‘반농반X’란 말 그대로 ‘농사 반, 그리고 다른 일(X) 반’인 삶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지만 대량 재배해 판매하는 본격적인 농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만을 이용해 주식이나 반찬을 자급할 수 있는 수준의 농사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자신이 잘하는, 또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 집중하면 된다. X로는 식자재 이외에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시골에 산다고 꼭 농사를 지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자신의 먹을거리를 스스로 재배하면 먹고사는 것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생명을 직접 계승하는 행위인 농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을 다르게 보는 눈이 길러지고, 이는 또 다른 직업 X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해 준다. “삶의 기초인 주식을 스스로 조달하는 일이므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지게 되면서 얻는 교훈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고 했다.

 책에는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반농반X’의 삶을 실제로 실현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농사를 지으며 번역가로 일하는 사람, 민박집을 운영하는 부부, 직접 재배한 야채를 재료로 한 야채전문 반찬가게를 연 여성, 노인이 많은 시골마을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농업을 병행하는 사람들….

 이 삶의 방식에서 핵심이 되는 건 ‘뺄셈의 생활’과 ‘있는 것 찾아내기’다. 먹을 만큼만 생산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 환경보호에도 좋다. 직접 키운 채소로 식생활을 해결하다 보면 “요리는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다른 일 ‘X’를 찾아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쟁에 부대끼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만 자꾸 의식했다면, 이제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에 눈을 돌려라. 그러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며 공동체에도 공헌할 수 있는 ‘X’가 보일 것이다.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반농반X’의 삶이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와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생생한 사연을 접하다 보면 듣기에만 좋은 허울뿐인 개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생활방식은 아니더라도, 미래 삶의 밑그림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

 단, 저자의 이런 생각에 동의할 수 있다면.

 “하나에 전념해도 살아남기 힘든데, 이런 어중간한 태도로 과연 먹고살 수 있을까”란 질문에 저자는 말한다. “‘먹고 산다’는 건 원래 말 그대로 자신과 가족의 심신을 적절한 음식으로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뜻이 아닌가. 하루의 절반으로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좀 더 자유롭게 써도 되지 않을까.”

 “다들 ‘반농반X’를 하면 나라가 쇠퇴하지 않겠냐”는 의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미래가 과연 지금 세상의 연장선상에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각자의 ‘X’에 도전하며 그로써 산적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비례가 아닌 나선형으로 이 세상이 천천히 진화되면 좋겠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S BOX] 귀농, 서두르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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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특히 30대의 증가폭이 크다. 한국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귀농귀촌센터에 따르면 30대 귀농귀촌 인구가 2010년 761명에서 2014년에는 7734명으로 10배 가량 급증했다. 『반농반X의 삶』이 일본의 사례를 보여준다면, 최근 출간된 『까칠한 이장님의 귀농 귀촌 특강』(들녘), 『귀농 참 좋다』(산지니)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시골로 내려간 한국 귀농인 선배들의 체험담이다.

 『까칠한…』을 쓴 강원도 화천군 고성리 이장 백승우씨는 “시골살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겁을 준다. 그러니 준비하는 시간을 될 수 있으면 길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게다가 그가 생각하기에 귀농 과정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은 귀농을 꿈꾸며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때다. ‘내 살 곳은 어디인가?’ 눈을 부릅뜨고 다니다 보면 길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까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귀농하겠다고 얘기 나누러 찾아오시는 분들 보면 눈이 반짝반짝합니다. 새로운 희망과 설렘이 있어 그렇지요. (…)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서 즐거운 시간을 단축할 이유가 없습니다.”

 『귀농, 참 좋다』는 귀농자 15인의 다양한 사례를 모은 책이다.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두거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성공담이 등장한다. 지역에서 수제 소시지 체험관을 운영하거나, 천연염색 기법으로 옷을 만드는 등 농사가 아닌 새 일을 찾아낸 이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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