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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마음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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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경제부문 기자

모르는 번호가 휴대전화에 뜬다. “경찰인데요, 혹시 ○○○ 어린이 엄마시죠? 저희가 지금 댁에 와 있고요, 조사 중입니다. 혹시 애한테 연락 안 왔습니까?”

 청천벽력이다. 오후 8시가 넘었는데 일곱 살짜리가 아무 연락 없이 집에 안 들어왔다니. 오후 6시30분쯤 학원 버스에선 분명히 내렸다는데…. 같은 시각, 회사에 있던 나는 우리 집에서든 근처 시댁에서든 아이가 저녁을 먹고 있을 줄 알았다. 평소처럼….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탔다. 납치, 유괴, 가출… 별의별 생각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휴대전화도 돈도 없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일과 육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착각이었구나. 거센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데 30분쯤 후 태연한 표정으로 아들이 나타났다. 다짜고짜 왜 그랬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기다렸다. 잠시 후 ‘학원 버스에서 갑자기 울적한 마음이 들어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평소 타보고 싶던 버스들을 타다 보니 7번쯤 환승을 했더라는 말에선 은근히 뿌듯해하는 기색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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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잠깐만, 이 문자만 보내고’ ‘잠깐만, 엄마 조용히 전화통화해야 하니까 방에 들어오지 마’ ‘얼른 자자’….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내뱉고 살았던가. 아이와 함께 있는 그 짧은 시간에도 자꾸 다른 곳을 쳐다봤다. 아이의 마음거울을 들여다볼 시간은 점점 더 줄었다. ‘기자 엄마’의 숙명인가. 핑계를 찾고 싶다.

 하지만 주변 워킹맘들도 처지는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 과장인 친구 A는 “새벽에 출근해 아무리 일러도 집에 오면 오후 8~9시. 애 머리는 점점 굵어지는데 나는 갈수록 바빠지니 승진은 포기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워킹맘 B는 “ 하루에 밥 한 끼도 아이와 함께 먹기 힘든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했다.

 이 일이 있기 며칠 전 출장 중 만난 노르웨이 워킹맘은 달랐다. 10대 자녀 2명을 둔 산업디자이너인 그는 “아침·저녁밥은 항상 가족이 함께 먹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엔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게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성인 여성 고용률(82.1%)이 한국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고 출산율도 1.9명으로 우리(1.3명)보다 한참 위인 노르웨이다. 이 나라에서도 워킹맘은 바쁘지만 그들의 자전거는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알파걸’로 자란 밀레니엄세대 워킹맘이 늘면 늘수록 ‘북유럽 타령’을 또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박수련 경제부문 기자

◆ 워킹맘 칼럼 보낼 곳=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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