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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 발전, 민주화 함께 이뤄야 하는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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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

미얀마는 최근 실시된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 결과를 집권당과 군부가 수용함으로써 1962년 군부 통치 이래 처음으로 문민정부가 수립되는 ‘정치적 기적’이 이뤄졌다. 한국에 미얀마는 83년 발생했던 ‘아웅산 사태’로 알려진 후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났으나 5년 전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가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전략적’ 개발협력 대상 국가로 부상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얀마에 한국의 경제 개발 경험을 전수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촌 개발 모델로서 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전수하기도 하고 수출진흥사업을 다각도로 지원한 KOTRA 같은 ‘미얀마무역진흥공사(Myantra)’,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미얀마개발연구원(MDI)’의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진 한국의 성공적 경제 개발 경험은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위적 행태를 유지하면서 시장 원리와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단기간에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실질소득의 획기적 향상을 이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기간에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한국의 ‘박정희 패러다임’을 중국 현실에 맞게 수정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86년 세계은행 주선으로 태국에서 개최됐던 경제정책 수립자 간 회의에서 중국 참가자들은 우리 대표단에 개방 과정에서 야기됐던 정책적 문제점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밤늦게까지 퍼부었다. 88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산업정책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사실을 이들 행사에 참석했던 필자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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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년간 미얀마는 군사정권 주도로 개방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연 7~8%의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야당 승리로 새 정부의 출범이 확실시되면서 미얀마는 어느 개발도상국도 성공하지 못했던 경제 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87년 이후 민주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잦은 노사 분규, 국제경쟁력 상실로 97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여야 정치권의 협력과 국민적 합의에 힘입어 외환위기는 단기간에 극복했으나 경제위기의 경험은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행태를 매우 보수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고 비정규직의 증가를 초래해 저성장과 양극화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게 작금의 한국 경제 상황이다.

 미얀마에서 내년 초 새로 출범할 수지 정권이 안게 될 과제는 수두룩하다. 우선 정치에서 군부의 기득권을 보장하면서 수지 여사의 대통령 취임을 불가능하게 하는 현행 헌법의 개정을 포함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현 집권세력과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양측 모두 절제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정권 이양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압승이 확실해지자 수지 여사는 “패배한 후보를 자극하지 말자”고 하면서 대통령, 군 최고사령관, 하원의장과의 면담을 제안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 역시 “평화적 정권 이양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헌법 개정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는 대통령 위에 수지 여사가 통치를 하는 ‘섭정’ 형태를 취하게 됨으로써 행정 효율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수지 정권의 두 번째 과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5년간 미얀마 경제 발전을 이끌어 온 전문가 그룹을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들 중 다수가 군부독재 시대에 외국으로 망명을 갔다가 테인 세인 정권이 개방정책을 추진하자 귀국해 대통령 자문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 정부가 이들의 협력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에 더해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아직도 해외에 머물고 있는 고급 인력들이 대거 귀국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 공공지원 확대와 더불어 민간기업의 투자가 가속화될 가능성 또한 크다. 경제 발전을 위한 대내외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염려되는 점은 급속한 민주화와 더불어 노사 분규가 잦아지고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격해져 정치사회적 안정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지 여사와 새 집권세력의 정치력은 물론 민주시민으로서 미얀마 국민의 자질을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난 5년간 미얀마는 한국의 ‘박정희 패러다임’을 수입했으나 앞으로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경험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부디 미얀마가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해 개발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는 아마 32년 전 먼 이국땅 아웅산 묘소에서 순국한 17명의 영혼이 염원하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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