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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성공한 지도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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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

최근 기쁜 일과 안타까운 일이 같이 있었다. 기쁜 일은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8-0으로 승리해 초대 챔피언이 된 것이다. 대회 우승을 노리고 경기 일정과 장소 등 모든 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정한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0-3으로 끌려가다 9회에 4-3으로 역전해 승리한 후 우승까지 했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지만 일본과의 경기에서 9회 3점차 역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안타까운 일은 지난 14일 10만 명이 모인 광화문광장의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일이다. 무엇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주권자가 자신의 의사를 대규모 시위로 표시해야 할 정도로 주권자와 국정 운영자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이고, 약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최후의 수단일 수 있지만 그리 바람직한 의사표현의 방법은 아니며, 폭력적인 행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러나 ‘대규모 군중’이 시위로 의사를 전달하고자 했던 원인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고 오직 강압적으로 막으려고만 하는 정부의 태도 또한 옳지 않다. 자유와 정의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성이고 대중은 오늘 힘들지만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꺾이거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면 시위는 반복되고 그 강도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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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프리미어12’ 대회의 역전승과 우승 과정 속에서 우리는 대규모 시위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팀은 과거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았음에도 수많은 악조건을 이기고 우승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28명 선수 모두를 영웅으로 만든’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끌어내고 조화롭게 만든 지도자의 역량이 우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번영시대를 열었던 지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군주 자신이 아니라 ‘민(民·백성)’이다. 2600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제(齊)나라의 재상으로 중국의 후세 정치가뿐 아니라 조선의 정도전까지 본으로 삼았던 관중(管仲)은 ‘창고가 차면 예의와 절도를 알고, 의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수치를 안다’고 하여 백성에게 복종을 요구하기 전에 백성의 삶에 필수적인 경제적 토대를 먼저 만들어 주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세상 어지러움의 근본 원인은 ‘군주가 군주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도자는 자신의 직위에 맞는 예(禮)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도자의 지위에 합당한 으뜸 덕목은 무엇보다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조선시대 세종은 백성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경복궁에서 농사를 지었고, 정조는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길 때 나라가 바르게 선다’면서 백성의 뜻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지난 14일의 시위는 찬성보다 반대여론이 높음에도 국정교과서 추진을 강행한 불소통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이면엔 심각한 구조적 불평등이 있다. 수저계급론으로 표현되는 부모의 지위와 재산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격차 세습,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불안한 고용, 2010년 기준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70% 소득의 배가 넘을 정도의 소득양극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율과 조세의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제도, 그리고 국가와 기업은 부자이지만 서민대중의 삶은 팍팍하고 희망이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다. 관중의 지적처럼 국민의 경제적 토대가 안정되지 못하면 예절과 도덕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농성을 폭식투쟁이라 조롱한 사람을 당직에 임명한 여당 지도부나 무기 사용을 쉽게 거론한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처럼 지도층의 예에 어긋난 행동은 그렇지 않아도 끓어오르던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지도자의 역량은 스포츠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중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을 갈등과 공포로 몰아가서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국민을 편하게 하지 않고, 국민의 경제적 토대를 안정시키지 않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성공한 정권은 없었음을 오늘의 국정책임자는 기억해야 한다. 성공하려는 지도자는 국민이 본으로 삼는 데 부족함이 없는 언행과 모든 국민이 함께 잘사는 정치철학을 보여주고 국민과 소통하는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도자의 길이고, 국민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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