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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직격 인터뷰] 한국 현대음악의 선구자 강석희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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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강석희는 1969년부터 ‘판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해 한국 현대음악의 저변 확대와 세계화에 기여했다. 그의 작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연주된다. 그 공로로 98년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수제자가 아주 많아 열거할 수 없다. [김경빈 기자]


음악에도 신비 체험이 있다. 10일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평창의 사계’를 독일 뮌헨에서 연주했다. 한 관객은 ‘눈앞에 평창의 자연이 그림처럼 쏟아지는 낯설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감탄했다. ‘평창의 사계’는 강석희(81) 서울대 명예교수의 작품이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창작가’다. 한국 현대음악계의 대부 중 한 명이다. 우리가 현대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은 ‘20세기 클래식 음악(20th-century classical music)’ ‘새로운 음악(Neue Musik)’이라고도 불린다. 작곡가 강석희가 어떻게 새로움을 추구하는지 궁금해 그를 3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인터뷰했다.

“초등학생도 할머니도 현대음악 분석하며 즐길 수 있다”


-문외한도 현대음악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 음악은 항상 현대음악이었다. 바흐는 그의 시대에 그 시대의 음악을 썼다. 베토벤도 브람스도 마찬가지다.”

 - 현대음악은 어렵게 느껴진다.

 “20세기가 끝날 무렵 조사한 게 있다. ‘가장 위대한 20세기 작품’이 뭐냐고 일반인·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1등, 라벨의 ‘볼레로’가 2등이었다. ‘봄의 제전’은 어려워서 잘 공연되지 않는다. 라벨은 쉽기 때문에 많이 연주한다. 쉽고 어렵고가 아니라 ‘음악의 질’의 문제로 봤기에 스트라빈스키가 1등을 한 것이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 현대음악의 특징은.

 “낭만화됐다. 듣기에 부드럽고 쉽다. 그렇다고 들으면 즉시 이해가 돼 ‘이거는 현대음악도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아직 어려운 음악이지만 사람들은 낭만적이라고 인정한다. 지금 작곡가들이 여러 형태로 자기의 음악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어느 것이 좋으냐 나쁘냐는 많은 시간이 지나가야 알 수가 있겠다.”

 -어떤 방향이 있는가 .

 “모른다. 작곡가마다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곡이란 무엇인가.

 “작곡은 발명이기도 하고 창작이기도 하다. 항상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 보통 유명한 작곡가들을 보면 20~30년 앞서간다. 미리미리 작곡을 해놓고 세상과 대결한다.”

 

 -어떤 사람이 현대음악을 좋아하는가.

 “ 초등학생도 들을 수 있는 게 현대음악이다. 베를린에 있을 때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현대음악제에 조그만 어린아이가 혼자 왔다. ‘너 혼자 여기에 어떻게 왔니’ 하니까 ‘음악 들으려고요’라고 답하기에 ‘현대음악인데 괜찮니?’라고 또 물었다. ‘모든 작곡가가 어떻게 저렇게 다르게 씁니까. 그게 제 관심입니다’는 놀라운 답이 돌아왔다.”

 -작곡을 독학으로 공부할 수 있는지. 일종의 도제(徒弟)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스승이 중요하다. 스승이 객관적으로 봐줘야 한다. 본인은 근사하다고 생각하지만 근사하지 않을 수 있다. 선생이 꼬치꼬치 따져 가면서 봐줘야 한다. 그걸 잘하는 사람이 좋은 선생인데, 세상에는 좋은 선생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객관적이지 않은 선생을 만나면 망하는 건가.

 “끝나는 거다. 누구를 만난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는 어렸을 때 음악을 좋아하지도 따로 배우지도 않았다. 어떻게 악보를 읽게 됐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까 중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이 우리를 잘 가르쳤다.”

 -선생의 자질은 또 어떤 게 있나.

 “저하고 공부하기 시작하면 비판의식이 막 생겨 난다. 상당히 세밀하게 세상을 관찰하게 된다. 저는 예를 들면 문학에서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좋아한다. 엄청나게 세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곡을 할 때나 가르칠 때나 저는 아주 자상하고 세밀하게 한다. 제가 가지고 있는 요령도 가르친다. 보통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요령이다. 제자들과 친구처럼 지내왔지만 야단도 상당히 많이 친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정도로 하려면 그만둬라’는 말을 제자들이 누구나 다 들었다고 한다.”

 -세밀함의 원천은 훈련인가 원래 성격인가.

 “섬세함은 수학과 관련이 있다. 음악을 수학적으로 개념화한 것은 피타고라스다. 그의 방법론을 오늘날에도 쓴다. 저는 원래 수학을 잘했고 중학교 때는 토목을 배웠다. 배도 설계해 봤다. 섬세할 수밖에 없다. 수학과 건축의 섬세함이 음악에도 많이 딸려 온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음악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1년 내내 매일 5시간 이상 음악을 들었다. 제가 변하기 시작했다.”

 -작곡가의 자질은.

 “머리가 다 좋다. 머리가 나쁘면 작곡을 못한다. 제자들 지능지수(IQ)는 150 내외다. 그런 우수한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자극이다. 예를 들면 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작곡가는 정글을 헤쳐 가야지 큰길을 걷지 말아야 한다. 정글로 들어가야 금을 발견한다. 이미 남들이 뚫어 놓은 큰길로 가면 아무것도 없다.’ 작곡가는 멈추면 안 된다. 러시아에는 좋은 작곡가·연주자가 많다. 그런데 이들은 과거의 러시아 음악 속에 안주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음악이란 이런 거다’고 정해 놓고 작곡을 하는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지나가 버린 유산을 붙들고 있다. 요즘은 러시아 현대음악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현대음악 애호가도 머리가 좋은가.

 “제 경험에 따르면 좋다. 현대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것도 많이 공부한다. 음악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같은 게 또 나오면 싫다는 것이다. 그건 기억력이 좋다는 이야기다.”

 -작곡가로서 기억나는 순간은.

 “1998년 ‘피아노 협주곡’을 라디오프랑스가 초연했다. 그때 반응 때문에 진짜 놀랐다. 연습하는데 한 악장이 끝나니까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이 ‘브라보(Bravo)’를 외쳤다. 그들은 사실 자긍심이 아주 강하고 무표정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열광했다. 실제 연주가 끝났을 때는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쳤다. 제 곡으로 이런 반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참 자랑스럽다.”

 -그분들이 열광한 이유는.

 “들어보지 못한 특별한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다. 음악 같이 안 들리게 작곡했다. 사람들이 그것에 의외로 열광했다.”

 -민족적·민족주의적이기보다는 보편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사람이 음악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뭔가 한국적인 게 묻어나지 않을지. 음악 애호가 반응은.

 “한국적인 제목을 붙이거나 어떤 한국적 특징들을 찾아서 곡에 쓰기는 해도 ‘한국적인 것’이 지향점은 아니다. 저만을 위한 곡으로 작곡을 한다. 그럼에도 서양 사람들은 이쪽 토양하고 상당히 가깝게 느껴진다고 평한다.”

 -제목은 어떻게 정하는지. 곡을 쓰기 전인가 다음인가.

 “제목을 미리 붙인다. 미리 연구를 많이 하고 결과가 오면 제목을 붙인다. 저는 참 묘한 제목을 많이 붙인다. 예를 들면 360도를 보는 잠자리의 눈을 의미하는 ‘환시(環視)’, 항상 변한다는 뜻인 ‘항변(恒變·Mutatio Perpetua)’ 같은 것들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저는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는 말을 잘 안 한다. 왜냐하면 다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제 느낌은 그렇다. 딴 사람들은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작품이지만 들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끼는지.

 “저는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에 안 든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인데··· ‘여기는 이렇게 표현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우연히 다시 듣다 보면 ‘모순이 많다’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곡이 좋은 곡인가.

 “나쁜 곡은 작품 분석을 할 수 없다. 분석할 내용이 없다. 학생들 작품을 살펴 줄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좋으면 분석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좋지 않으면 금방 끝난다.”

 -유명한 작곡가가 되려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지만, 유럽에는 옛날부터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작곡가가 되려면 유대인·동성애자·사회주의자 이 셋 중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전통이 유럽에는 있다.”

 -우리나라에 현대음악 작곡가는 몇 명이나 되나.

 “작곡가가 1000명 넘는 나라는 유럽에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있다. 진짜로 있다.”

 -그렇게 많다면 생계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전업 작곡가로 살 수 있는지.

 “어렵다. 유럽에서는 위촉료만으로 살 수 있다. 사회가 작곡가의 삶을 거의 보장해주는 셈이다. 회사들은 말없이 지원만 하고 끝난다. 우리 회사가 위촉을 했다는 홍보로 ‘도배’하지 않는다. 독일은 한 줄도 쓰지 않는다. 일본만 해도 누가 위촉했다고 쓴다.”

 -실용음악이라는 유혹도 있겠다.

 “요즘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팝 음악에 관심이 많다. 제 제자들 중에서도 몇 있다.”

 -전향하면 동문이나 스승에게 소외당하는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성공하면 되는 거다.”

 -영화음악은 대중적, 현대음악은 비대중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엔니오 모리코네의 여러 곡을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쪽에서 돈을 많이 버니까 그쪽으로 돌아버렸지만 모리코네는 원래 현대음악 작곡가다. 현대음악 쪽에서도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불교음악이 현대음악에 미친 영향은.

 “작곡가마다 다르다. 제 독일 친구 중 한 명은 인도 음악만 쓴다. 저는 불교적인 제목은 붙이지만 불교음악을 쓰지는 않는다.”

 -음악 조기 교육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학부모를 위해 조언한다면.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 우선 절대음감을 갖게 된다. 제 제자들은 거의 다 절대음감을 갖고 있다. 외국에 나가 보면 절대음감이 드물다. 또 피아노를 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 독일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는가.

 “독일 사람들은 논리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머리 좋은 아이가 많다. 전쟁이 끝났을 때 미국이 천재 교육을 금지시켰지만, 새로운 교육체제 안에서 수월성 교육을 계속했다. 소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진짜 프로들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요즘 많이 변했으니까.”

 -독자들에게 강조할 다른 말씀이 있다면.

 “현대음악을 되도록이면 많이 들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예술은 경험에 따라 변한다. 음악을 일상화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너무 바쁘다. 베를린에서 살 때 하숙집 할머니가 75세인데 1년에 20번을 음악회에 갔다.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그렇게 음악회에 갈 수 있다면 예술 인구가 부쩍 늘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변할 것이다. 아까 말한 작곡가들을 보러 다니는 어린아이가 우리나라에도 많아지지 않을까.”

글=김환영 논설위원
사진=김경빈 기자

강석희는 …
1934년 서울생. 서울대 음대, 독일 하노버 음대, 베를린 예술대·공과대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66년 한국 최초의 전자음악인 ‘원색의 향연’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못 들어 본 소리’로 구성된 70여 곡을 작곡했다. 82년부터 99년까지 서울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하며 탁월한 제자들을 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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