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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꼴찌 대통령 YS의 막판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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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
디지털에디터

이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빈소를 걷고 국민 곁을 떠난다. 우리는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잃은 지 6년 만에 또 한 명의 지도자와 작별한다.

 YS와의 이별은 과거와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다. 단식과 가택연금 같은 비장한 기사도 적지 않지만 신문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중앙일보 지면을 기획하는 편집회의에서도 정치부장이 기사 계획을 설명할 때마다 수시로 웃음이 터진다. 임권택 감독이 1996년 영화 ‘축제’에서 묘사한 흥겨운 장례식을 떠오르게 한다.

 YS는 전직 대통령 중 가장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불과 석 달 전 한국갤럽의 ‘나라를 잘 이끈 전직 대통령’을 묻는 조사에서도 1%를 얻어 전두환(3%) 전 대통령에게 못 미쳤다. 그런 그가 떠나자 기억 속에 묻어뒀던 업적들이 하나씩 끄집어 올려진다. 외환위기만 말했던 사람들이 금융실명제가 그의 작품이라는 걸 상기했다. 측근 비리를 비난했는데 정작 그는 상도동 집 한 채만 남겼다.

 YS는 정치 역정만큼이나 지지율도 극과 극을 달렸다. 중앙일보 기사 DB를 검색해 보니 취임 100일 즈음해 실시한 여론조사(한국리서치)에서 YS의 지지율은 95.7%였다. 북한을 빼곤 세계 어느 지도자도 이런 지지를 받기 힘들다. YS는 지지율 1%로 눈을 감았지만 빈소 풍경은 95.7% 시절 같다. 상도동·동교동계 인사는 물론 보수·진보의 대표 얼굴이 줄지어 찾았다. 25일 디지털 중앙일보(www.joongang.co.kr)가 중계한 조문 현장 영상만 훑어봐도 박찬호 야구선수,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각계 인사가 빼곡하다. 그에게 ‘역사의 처단’을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방명록에 이름을 올렸다. 거동이 힘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장남 재헌씨가 문상했다. YS의 빈소를 스틸 사진으로 찍으면 그게 바로 ‘화합’이다.

 퇴임 후 17년간 ‘비인기 대통령’이었던 그의 마지막 길을 이렇게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뭘까. 나는 그게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했던 그의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선배 기자들이나 정치인들이 YS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그의 따뜻한 언행이다. 취재차 YS 자택을 자주 찾았던 한 선배 기자는 주요 당직 인사가 임박하면 YS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춘 뒤 “누구를 (임명)해야 돼?”라고 물었다고 한다. 자신의 제안이 늘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지만 물어보는 것 자체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함께 식사를 할 때 젓가락으로 맛있는 반찬을 집어 “이거 먹어봐”하며 건네준다는 얘기는 정치인들에게 많이 듣는다. YS와 겪은 많은 곡절 가운데 그들의 마음속에 가장 진하게 남은 기억은 ‘나의 의견을 물어준 것’과 ‘나의 반찬을 챙겨준 것’ 두 가지였다. 아마도 반목하던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건 이 작은 기억들일 것이다.

 만약 바닥에 있던 YS의 지지율이 반등한다면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 두 가지를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강주안 디지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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