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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 합의도 번번이 뒤집어지는 ‘희한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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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9월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원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포토]


당 대표들의 약속이 뒤집어진 것만 근래 세 차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9월 부산에서 만나 ‘안심번호’를 활용한 공천제 도입에 의견을 모았다. 이 약속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지난 5월 두 대표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는 안을 놓고 청와대가 “월권”이라고 지적하고 나섰고 결국 해당 조항은 사회적기구의 논의에 맡기는 것으로 바뀌었다.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24일 “박근혜 정부 초기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정부조직법에 합의했는데 청와대가 문제 삼는 바람에 다시 조정해줘야 했다”고 말했다.

 당 대표 간 약속도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 원내대표 간 합의도 쉽게 뒤집어지고 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합의해 정부 시행령 제정권에 국회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언급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9월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벌였을 땐 합의사항이 두 번이나 의원총회에서 퇴짜를 당해 재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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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부가 합의한 사안에 새누리당에선 친(親)박근혜계 의원들이, 새정치연합은 강경파가 반발하고 나서 합의가 백지화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정치는 해결사여야 한다. 그러나 근래 정치가 해결한 문제가 거의 없다. 오히려 정치를 해결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해보겠다며 지난 10~12일 사흘 연속 여야 대표·원내대표 등이 모두 모여 국회에서 심야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담판에 나섰지만 이번엔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은 국정 현안을 푸는 돌파구였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회담 담판을 통해 의약분업 파동의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단독회담은 김영삼 정부(10회), 김대중 정부(8회), 노무현 정부(4회), 이명박 정부(3회)에선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선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정치가 기능을 못하면서 국가적 과제는 난관에 부딪쳤다. 24일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양당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가 협상을 벌였지만 어린이집 보육비 지원(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만 벌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26일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노동개혁 입법과 선거구획정 역시 제자리다.

 지난 9월 이후 여야는 선거구획정과 한·중 FTA 처리 등을 놓고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참석 규모를 달리하며 여섯 차례 만났지만 성과물은 전무하다. 김성식 전 의원은 “국가적 어젠다를 특정 정당이 혼자 짊어지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며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집권했지만 다른 세력과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한 독일 슈뢰더 전 총리처럼 진영 논리를 넘어 설득하 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탁·현일훈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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