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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손잡은 이희호·손명순 여사 … "위로 드려요" "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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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정치부문 기자

통합과 화합. 승부사로서의 88년 생을 마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2년 전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붓글씨로 쓴 글은 이 다섯 자였다. 평생의 좌우명 대도무문(大道無門) 대신 이 글을 쓴 이유를 차남 현철씨가 묻자 당시 YS는 “우리에게 필요한 거야, 필요한 거”라고 답했다고 한다. YS의 빈소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엔 이틀 동안 1만2000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YS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빈소는 ‘통합과 화합’의 공간이었다.

통합·화합의 장이 된 YS 빈소
노건호 "아버지가 존경했던 분"
권양숙 여사는 영결식 참석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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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2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위로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1. 23일 오후 2시14분. YS에겐 필생의 맞수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93) 여사가 휠체어를 타고 빈소에 도착했다. 금장 단추가 달린 검은색 롱스커트 차림이었다.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서 일어난 그의 곁엔 DJ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있었다. 분향을 끝낸 이 여사는 접견실 안쪽 내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YS의 부인 손명순(87) 여사를 찾아갔다. 이 여사는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손 여사를 바라봤다. YS 차남 현철씨가 “(어머님이) 아무래도 충격이 없지는 않으시죠”라고 했다. 박 의원이 마주 보는 전 영부인들을 향해 “이제 두 여사님이 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여사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손 여사에게 “위로드립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여사는 이 여사에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화답했다. 이 여사는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현철씨, 손 여사와 차례차례 악수를 했다. 박 의원이 손 여사에게 “여사님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고 다시 인사한 뒤 이 여사는 내실을 빠져나왔다.

 상도동과 동교동 거실 등에서 양김 시대의 역사를 썼던 이 여사와 손 여사가 공유한 시간은 3분. 말을 제대로 못하던 손 여사가 어렵게 어렵게 이 여사에게 인사를 하고, 이 여사 역시 힘겹게 애도를 표하는 장면이 남긴 여운은 길었다. 한 상도동 인사는 “두 여사님들이 전직 대통령들이 이룬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YS가 발탁해 정계에 입문했지만 결국은 다른 길을 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도 빈소를 찾았다. 오후 8시20분쯤 도착한 건호씨는 “(YS는) 민주화의 투사로서 아버님께서도 항상 존경해 오신 분”이라며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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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도 이날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왼쪽 사진부터). [신인섭 기자]


 #2. 이날 오전 11시21분. 빈소를 찾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방명록에 ‘음수사원(飮水思源),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깊이 애도하면서’라고 썼다. 이 전 총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라는 뜻이거든. (지금은) 민주주의가 생활화돼 마치 공기처럼 어디서 왔는지 생각 안 한단 말이야. 가장 (민주화의) 주역에 선 분이 YS이시니 그런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저희가 제일 듣고 싶은 말씀을 하셨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김 대통령께서 만든 거죠”라고 맞장구쳤다. 이 전 총재는 “이 양반이 이렇게 서거하시니 왜 민주주의가 됐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1993년 YS는 ‘이회창 대법관’을 감사원장으로, 이후 국무총리로 발탁했다. 하지만 YS가 97년 대선 국면에서 DJ의 비자금 의혹 관련 수사를 대선 후로 연기하면서 두 사람 관계는 금이 갔다. 이 전 총재는 YS의 탈당을 요구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YS 마스코트를 불에 태웠다. 이후 두 사람은 좀처럼 화해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YS의 빈소에서 결국 화해가 이뤄진 셈이다.

 #3. 92년 대선 당시 YS는 여당인 민자당의 후보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후보로 나섰다. 선거 패배 뒤 정 회장은 계열사 세무조사에 시달렸고, 불법 선거운동으로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정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전 의원이 지난 22일 빈소를 찾았다. 그는 “김 전 대통령님과 (우리 집안이) 인연이 많다. 저희 아버님과 YS께서 개인적으론 친하셨다. 좋은 관계를 끝까지 계속하도록 내가 잘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김경희 정치부문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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