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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YS 비서 이원종, 집전화 끝 4자리 29년째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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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빈소와 서울광장 등 전국 지자체가 마련한 김영삼 전 대통령 분향소에는 23일 주요 인사와 일반 시민의 조문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김황식 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왼쪽부터)가 이날 각각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0003’.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이름 ‘영삼’을 네 자리로 바꾼 숫자다. YS의 최측근 이원종(76)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화번호 끝자리로 ‘0003’을 고집한다. 1986년 당시 서울 화곡동 자택으로 이사하면서 집 전화번호 끝자리를 이렇게 바꾼 뒤 29년째 이 번호를 쓰고 있다. 휴대전화를 처음 만들 때도 이 번호로 개통했다. 주변에선 ‘가신(家臣)의 징표’란 말을 하곤 한다.

 이 전 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아 첫 출근을 해보니 내 방 전화번호가 ‘0003’이었다”면서 “결국 나는 어른(YS)을 못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73년 초 경복고등학교 2년 후배인 김덕룡 전 의원의 소개로 YS를 만났다. 공보비서로 첫 인연을 맺은 뒤 42년간 YS 곁을 지켰다. 하지만 YS가 장기간 입원을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론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YS도 그를 보고 아무 말을 안 했다고 이 전 수석은 전했다. 이 전 수석은 “자존심이 강한 각하 성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도 야단만 치던 어른이 누워 있는 걸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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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전 정무수석, 김덕룡 전 의원, 김기수 비서관. (사진 왼쪽부터)


 22일에 이어 이틀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지킨 그는 영정이 있는 빈소엔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비서밖에 못한 사람이라 빈소에 들어갈 수 없다. 마지막까지 접객실에서 손님을 맞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면서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덕룡(74) 전 의원과 홍인길(72) 전 청와대 총무수석도 연 이틀 장례식장을 지켰다. 김 전 의원은 70년 당시 의원이었던 YS의 비서로 시작해 YS 정부에서 정무장관만 두 번을 지낸 최측근이다. 현직 의원 중 최다선(8선) 의원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친구인 홍 전 수석 역시 상도동계 큰형으로 묵묵히 손님을 맞았다.

 YS의 마지막을 지킨 또 다른 멤버론 김기수(69) 비서관(1급)이 있다. 79년 YS가 운영하던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활동한 것을 계기로 대통령 비서실 수행실장 등으로 36년간 YS를 수행했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22일 빈소에서 농반진반으로 “충신(忠臣)은 어디에 있느냐”며 김 비서관을 찾았다. 김 비서관이 나타나자 JP는 그의 손을 잡고 “잘 모셨다. 긴 세월을 일편단심으로 잘 모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69세의 김 비서관은 무릎을 꿇고 JP의 얘기를 들었다.

 JP는 “YS가 둘도 없는 충신(김 비서관)에게 말한 게 있지. ‘강물에 빠져 죽으라’고…”라며 농담도 했다. 91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몽골 대통령이 만난 청와대 행사에 민자당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던 YS가 비서진의 실수로 복장을 잘못 착용하는 일이 벌어졌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한강대교 위에서 김 비서관에게 “저 한강물에 빠지 죽어라(저기 한강물에 빠져 죽어라)”고 말했다는 일화였다. YS는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고서도 다음 날 아침이면 “기수 오데 갔노”라며 김 비서관을 찾았다고 한다.

 김 비서관 이외에도 김상학(49)·석석원(50) 전직 대통령비서관이 상도동에 머물던 YS를 마지막까지 보필했다. 92년 당시 민자당 중앙사무처 당직자 공채 2기로 당에 들어온 김 비서관은 YS가 대통령에 취임한 93년부터 5년 내리 부속실에서 근무한 뒤 퇴임 이후에도 YS의 곁을 지켰다. 석 비서관도 후보 시절 YS의 경호 업무를 맡은 걸 인연으로 YS 청와대 부속실을 거쳤다.

정종문 기자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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