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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평양 타치’로 쇼핑·수강, 북한 흔드는 ‘손전화’ 370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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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성이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걷고 있다. 북한은 2002년부터 휴대전화를 보급했다. [중앙포토]


“옥류에 접속하면 나래로 인민 소비품을 살 수 있습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재미교포 학자는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못하던 북한 여성 안내원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모바일 거래가 가능한 ‘옥류’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지불카드인 ‘나래’(날개)로 계산한다는 설명인데요. 평양 금성식료공장의 단팥빵은 한 개에 78원40전에 팔고, 해당화관에서는 오렌지 주스나 우유·초콜릿을 휴대전화로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전자결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건 아니지만 휴대전화가 북한 주민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손전화’로 불리는 휴대전화 사용매너를 지키자는 캠페인도 등장했는데요. 조선중앙TV는 최근 자극적인 벨소리를 피하라며 “우리의 감정과 미감에 맞게 고상한 것으로 호출음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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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휴대전화는 폭발적 증가세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 보고 때 모두 370만 대라고 밝혔죠. 2008년 현재 방식의 3G 휴대전화 통신 서비스가 시작돼 2012년 2월 100만 대를 돌파했고, 2013년 5월 200만 대를 돌파했죠. 전체 인구가 2400여만 명이란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수준입니다.

 휴대전화가 북한에 처음 등장한 건 2002년입니다. 태국 업체인 록슬리 퍼시픽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선넷(Sunnet)이 2만 명 정도에게 제한적으로 2G폰 서비스를 제공했죠. 당시 휴대전화는 권력과 부(富)의 상징이었습니다. 외화벌이를 하는 무역일꾼이나 노동당과 군부의 핵심 간부 등 0.1%의 특권층에게 허용됐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2004년 4월 평북 용천역 대폭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했고, 원격조종에 휴대전화가 이용됐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중단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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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를 이용한 김책공업대학의 원격교육 앱(왼쪽)과 2013년 8월 전자공장을 방문해 휴대전화 조립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사진 화보 조선, 노동신문]


 김정은이 후계자로 자리 잡기 시작한 2008년 서비스가 재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판이 달라졌죠. 이집트의 오라스콤(Orascom)과 북한 체신성이 합작해 고려링크란 회사를 차렸는데요. 중국서 50달러 수준인 휴대전화를 수입해 200~300달러에 팔자 당국이 자금을 끌어들이는 장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죠.

 일반 주민에게 휴대전화가 허용되자 ‘돈주’라 불리는 신흥 자본가와 장마당 상인들에게 필수품이 됐습니다. 일부는 2대 이상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가장 인기있는 기종은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폰인 ‘평양타치’(touch)와 2013년 내놓은 ‘아리랑’입니다.

 통신요금은 분기(3개월)마다 북한돈 3000원을 내면 월 200분의 통화를 허용하는 식인데요. 노동자 평균 월급이 3000원임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죠. 추가 통화를 위해선 10만~20만원 정도의 선불카드를 따로 사야합니다.

 휴대전화 보급이 급증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평양 고려링크에서 일한 이집트 출신 아메드 엘-노아마니씨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IP(핵심층)들을 위한 제3의 네트워크가 따로 있고, 감청 등 검열이 철저하기 때문이란 겁니다.

 최근 북한은 한국산 휴대전화나 앱을 사용하는 걸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데요. 그런데도 평양에 체류했던 한 인사는 카카오톡으로 서울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귀띔합니다. 휴대전화에 남한 TV드라마나 영화·가요를 넣어 즐기는 평양판 한류 바람도 불어닥쳤죠. 북한을 흔들고 있는 ‘손전화’ 바람이 어떤 체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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