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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스타트업 밀어주는 ‘액셀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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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랩 김유진(38) 상무는 23일 오전 이 회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8곳을 인솔해 도쿄 출장을 떠났다. 다음날 있을 일본 투자자들을 초대한 데모데이(Demo Day·기술시연 및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위해서다. 김 상무는 지난 3개월 동안 가사도우미 연결서비스 와홈 등 8개 스타트업과 동고동락하며 사업 아이템을 다듬어왔다.

 스파크랩 합류 전 텐센트 코리아, NHN 미국지사 등에서 근무한 김 상무는 스타트업도 직접 해본 창업자 출신이다. 각 스타트업에 도움이 될 멘토를 수시로 연결하고 함께 해외 진출 상담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김 상무는 “기수별로 200~300개 팀을 집중 인터뷰해 8~12개 투자팀을 엄선한다”며 “뽑은 후엔 이들이 잘되게 하기 위해 종잣돈 투자에 그치지 않고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무수한 기업이 뜨고 지는 창업 생태계에서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진출에 성공해 ‘스타트업 신데렐라’가 된 신생 기업들이 연일 뉴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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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현장엔 일반인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키 플레이어’들이 있다. 바로 될 것 같은 창업팀을 귀신같이 골라내 이들의 성장에 가속 페달을 밟아 주는 사람들,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들이다. 김유진 상무가 몸담고 있는 스파크랩도 액셀러레이터 중 한 곳이다.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을 선발하는 심사위원과 같다. 이들은 대부분 벤처 창업 1세대로 크게 성공하거나 망해 본 경험과 안목으로 무장돼 있다. 창업 후배들에게 바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가능하다. 스파크랩 외에도 프라이머, K스타트업, 패스트트랙 아시아, 빅뱅엔젤스 등이 국내에서 주목을 끄는 스타트업을 다수 배출한 업체들이다. ‘액셀러레이터 리더스 포럼’에 따르면 국내엔 현재 23개의 액셀러레이터 회사가 활동 중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한 실리콘밸리에선 수백 개 업체가 활동 중이며 경영대학원을 대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빈방을 대여해 주는 앱 에어비앤비, 웹파일 공유 서비스인 드롭박스를 키워낸 미국 대표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가 투자한 회사 시가 총액은 5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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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데모데이를 개최한 스파크랩 5기 졸업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스파크랩]

 액셀러레이터의 특징은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평가해 투자를 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10대 1, 20대 1의 경쟁을 뚫고 액셀러레이터의 창업팀으로 선정되면 스타트업은 일단 한숨 돌릴 수 있다.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과 동시에 1500만~1억원 상당의 초기 투자를 받으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는다.

 대부분 3~6개월간 해당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세상에 나설 채비를 한다. 액셀러레이터들은 이 기간 인맥을 총동원해 업계 실력자를 소개하고 강사를 초빙해 마케팅·재무·회계 등 사업에 필요한 수업(티칭 세션)을 이수하게 한다. 예상 매출, 숫자만 보고 돈을 넣을지 말지를 결정하고 손을 떼던 1세대 벤처캐피털이나 기존의 에인절투자자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프라이머 이정훈 팀장은 “투자팀을 선발할 때는 우선적으로 창업팀의 역량과 이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고 말했다.

 데모 데이를 열고 기술을 시연하거나 사업제안서를 공개하는 문화도 액셀러레이터사들이 정착시켰다. 초대된 투자자들은 각 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만 어떤 업체가 초기 투자를 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포인트다. 스타트업으로선 이날이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내는 데뷔 무대 혹은 졸업식과 같다.

 한국에 액셀러레이터 개념이 소개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 첫 액셀러레이터로는 프라이머가 꼽힌다. 2010년 성공한 벤처 1세대들이 “창업가 DNA를 전달하고 복제해 후배 기업가들의 성공을 돕겠다”며 뜻을 모았다. 이니텍과 이니시스를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한 권도균 대표를 주축으로 하고 있으며 이재웅·이택경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광석 인크루트 창업자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이 회사는 주로 소프트웨어나 모바일 등 ICT 분야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한다. 사용자 150만 명을 넘긴 패션 업체 스타일쉐어와 현지인이 안내하는 ‘진짜여행’을 앞세워 미국 알토스 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마이리얼트립 등이 프라이머 ‘졸업생’들이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크게 보면 ▶창업팀 선발 ▶시설·편의 제공 ▶시드머니 제공 ▶티칭세션 ▶멘토링 ▶데모데이 개최 순으로 흘러간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것은 Y콤비네이터를 벤치마크한 스파크랩이다.

 2012년 출범한 스파크랩은 미미박스, 망고플레이트, 파이브락스 등 다수의 스타를 배출하면서 주목받았다. 이중 미미박스는 2년 동안 국내외에서 33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화장품 전자 상거래 사이트로 시작해 이젠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기업 가치는 1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스파크랩 졸업 후 Y콤비네이터를 통해 미국에 진출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사업을 시작했다.

  K스타트업은 아주대 변광준 교수가 운영하고 현대 HCN 등이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다.

  국내 최대 비트코인(Bitcoin) 거래소를 운영하는 코빗은 팀 드레이퍼, SV 에인절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캐릭터 기반 알람 서비스를 운영하는 말랑스튜디오와 뷰티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레페리는 각각 옐로모바일과 트레져헌터에 인수합병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모두 K스타트업 지원을 받은 회사다.

 액셀러레이팅 업체로 분류되지만 스타트업을 아예 자회사 수준으로 관리하는 곳도 있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등 티켓몬스터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다시 만나 세운 패스트트랙 아시아는 ‘컴퍼니 빌더’(회사 설립자)를 표방한다.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전아림 매니저는 “상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다른 액셀러레이터 업체보다 관여도가 훨씬 깊고 함께하는 시간도 길다”며 “1년에 2~3개의 회사를 ‘세운다’는 목표로 창업팀을 투자하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성인을 위한 교육 업체 패스트캠퍼스, 창업 공간 임대 업체 패스트파이브를 자회사 수준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엔 패스트트랙 아시아가 투자한 남성패션 스타트업 스트라입스가 총 투자금 50억원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빅뱅엔젤스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다. 2012년부터 레진엔터테인먼트(유료 웹툰 서비스), 모두의 주차장(개인소유 주차장 공유), 짐카(1인 가구 이사 서비스) 등 25개 스타트업이 이 업체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후원을 받았다. 타 업체보다는 투자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네트워킹을 주선하고 자체 데모데이도 활발히 열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액셀러레이터: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스타트업(신생 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투자는 물론 시설·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업체 혹은 기관. 자본만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달리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한다. 관련 업종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소개하고 판로 개척이나 해외 진출 등도 지원해 주는 경우도 있다. 대신 통상 5~10% 지분을 인수해 스타트업이 상장되거나 매각되면 수익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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