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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교수, 반세기 몸 담은 창비서 손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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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백낙청(77) 서울대 명예교수가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 자리에서 물러난다. 함께 잡지를 만들었던 김윤수 발행인, 백영서 편집주간과 함께다.

 출판사 창비의 염종선 편집이사는 23일 “백낙청 선생이 25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창비의 2015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계간지 편집인 사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편집에 관여한 계간지 겨울호가 같은 날 시중에 배포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물러난 것으로 봐도 된다”고 했다.

 백 명예교수는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해 50년 간 이끌며 대표적인 종합 문예지로 키웠다. ‘창비=백낙청’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각종 문학 담론을 생산하고 작품을 보급했다. 워낙 그의 자취가 뚜렷하기 때문에 그가 없는 출판사 창비, 계간지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로에 섰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어떤 의미 있나=백 명예교수는 경기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브라운대·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에 이어 74년 출판사 창비를 설립했다. 보편적인 세계문학 방법론을 한국 토양에 적용해 당대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 문학이 나아갈 바를 굵직한 사회 문화 담론 안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무엇보다 올바른 민족문학은 분단 등 민족의 당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민족문학론이다. 신경림의 시집 『농무』, 황석영의 소설집 『객지』 등 그런 소신에 부합하는 작품을 적극 발굴해 한국문학을 살찌웠다.

 문학평론가 정홍수씨는 “김현 등 4·19 세대 문인들과 함께 이룬 일이긴 하지만 백 선생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 상태에 처해 있던 한국문학이 자립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고 평했다. 때문에 백 명예교수의 ‘은퇴’가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사실 백 명예교수의 잡지 편집인 사퇴는 예고됐었다. 그는 지난 5월 창비의 문학 팟캐스트 라디오책다방에 나와 올 연말을 끝으로 계간지 제작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달 뒤 신경숙 표절 사태의 여파로 창비와 문학동네가 출판시장의 선순환을 왜곡하는 문단권력으로 집중 비판 받자 기왕에 밝힌 본인의 사퇴 표명과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사퇴해야 하는 모양새가 빚어지기도 했다.

 백 명예교수는 출판사 창비의 지분을 상당히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는 잡지나 출판사의 단행본 제작 과정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여전히 출판사와 계간지의 가장 큰어른인 만큼 그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참여문학을 표방한 창비와 달리 순수문학을 옹호하며 70∼80년대 문학 영역을 양분했던 문학과지성사 측의 정과리 평론가는 “편집인을 그만둔다고 해서 그게 실질적인 은퇴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정홍수씨는 “백 선생은 문학과 현실의 상관 관계를 늘 고민하며 그에 따른 문학적 실천을 통해 어떻게 이 땅에 진정한 의미의 근대를 실현할 것인가, 또 그 근대의 각종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모색한 분”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 속에 명예롭게 떠나실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비, 어떻게 되나=창비는 한꺼번에 교체되는 발행인·편집인·편집주간, 세 자리의 후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편집인을 그만둔다고 해도 백 선생님이 창비의 어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시영 이사장은 “백 선생이 없는 창비의 모습은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만큼 그는 막강한 영향력과 필력을 과시해 왔다”고 했다.

 평론가 정과리씨는 “백 선생이 창비를 통해 이룬 업적은 크지만 특유의 문학 이론이 요즘 세상에도 여전히 유효할지는 구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을 구심점으로 삼았던 백 명예교수의 문학이론이, 민족 개념 자체가 변해가는 세계사적인 시대에 큰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단순히 새로운 피를 수혈받는 형식적인 세대교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문학 환경·위상에 맞는 자기갱신이 창비 진영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홍수씨 역시 “과거 창비가 누렸던 문학적·정치적 영향력이 이제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변하는 문학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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