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리디아 11억 보너스 탄 날, 인비는 전설이 되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막연했는데 (박)세리 언니처럼 명예의 전당을 목표로 세웠어요.” 2008년 6월 US여자오픈에서 투어 데뷔 2년 만에 우승한 박인비(당시 20세)는 목표에 대해 묻자 당차게 답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명예의 전당은 들어가기 어려운 곳으로 유명하다. 65년 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 또는 관계자는 단 24명에 불과하다. 2007년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 이후 아무도 없다. 그만큼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일반 대회 우승과 올해의 선수,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에는 1점, 메이저 대회에는 2점이 걸려 있는데 27점을 채워야 한다.
 
기사 이미지

 우승으로 27점을 채웠다고 해서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 우승 또는 올해의 선수, 베어트로피 수상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LPGA 투어에서 27승을 거둔 제인 블라록(70·미국)은 27점을 채웠지만 메이저 우승이 없어 명예의 전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0년 이상 투어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조건도 따른다. 2010년 은퇴한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34·멕시코)는 27점을 채웠지만 10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명예의 전당 근처에 가보지 못하고 투어를 떠난다. 최고 권위인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지만 메이저 1승 밖에 없는 박인비에게도 그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박인비는 US 여자오픈 우승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4년 여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포인트를 전혀 쌓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슬럼프를 떨치는 두 번째 우승을 한 뒤 전설의 여정을 시작했다. 박인비는 2012년 2승, 2013년 6승, 2014년 3승, 2015년 5승 등 17승(메이저 7승)으로 24점을 획득했다. 올해의 선수상(2013년)과 베어트로피(2012년)를 한 번씩 수상하면서 26점을 쌓았다. 그리고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전설의 문을 여는 마지막 1점을 채웠다.

최종 합계 12언더파를 기록한 박인비는 우승을 차지한 크리스티 커(38·미국)에게 5타 뒤진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우승과는 관계 없었지만 11언더파 공동 7위에 오른 리디아 고(18·뉴질랜드)를 제치고 베어트로피를 수상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충족시켰다. 박인비는 “LPGA 명예의 전당은 내 최종 목표였고 항상 꿈꾸던 일이었다”며 “100만달러 보너스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번 주 내내 명예의 전당 포인트 1점을 정말 따고 싶었다. 내 골프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골프 여제’에게도 마지막 1점은 쉽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5~6개 홀은 정말 긴장됐다. 내 최고의 꿈이 걸려 있었다. 지금까지 느낀 압박감 중 가장 컸다”고 말했다. 리포터가 정말이냐고 되묻자 “정말(Really),정말(Really)”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내년 시즌에 투어 활동 10년 조건을 채우게 되는 박인비는 최소 출전(10개 대회) 요건을 충족하면 박세리의 기록을 2년 앞당긴 최연소(28세)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다. 박인비는 “최연소 기록은 리디아 고가 다 가져갈 줄 알았는데 나도 하나 갖게 됐다”고 웃었다.

 ‘천재 소녀’ 리디아 고는 박인비에게 베어트로피를 넘겨줬지만 더 많은 걸 가져갔다. 박인비(278점)를 2점 차로 제치고 올해의 선수에 올랐고 상금왕(280만802달러)도 차지했다.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 포인트 6000점으로 박인비를 300점 차로 제치고 100만 달러(약 11억원) 보너스도 받았다. 또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2.42점을 얻어 박인비(12.33점)를 0.09점차로 제치고 랭킹 1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리디아 고가 걸어온 길 역시 골프의 역사였다. 최연소 세계랭킹 1위(17세9개월)에 올랐고, 최연소 10승(18세6개월), 최연소 메이저 우승(18세4개월)도 세웠다. 최연소 상금왕과 최연소 올해의 선수상(18세7개월) 타이틀로 최고의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천재 소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리디아 고는 6월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53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이 중단된 뒤 “골프가 전혀 즐겁지 않다”고 했다. 드로 샷(공이 똑바로 날아가다 왼쪽으로 살짝 휘는 것)을 치려 했는데 훅샷(왼쪽으로 확 당겨지는 샷)이 불쑥불쑥 나와 경기를 망치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도 훅샷을 자주 치면서 이븐파에 그친 리디아 고는 경기를 마친 뒤 결과와 상관없이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리디아 고는 “아주 긴 시즌이었고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든 일도 있었다. 이번 주를 시작할 때 여러 상 중에서도 올해의 선수상을 갖고 싶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