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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보는 한국] 역사전쟁 발발이 제기하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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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 명예 선임연구원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 박근혜 대통령은 결코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 is not for turning).

 2017년 국가 발행 국사 교과서가 출판사가 발행한 8종의 국사 교과서를 대체한다. 이 계획은 퇴행적인 나쁜 생각이라는 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국내외 반응이다. ‘불도저’ 별명이 붙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한때 온건·중도의 길을 모색했다.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역사 문제에 대해선 강경하다. 이렇게 말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魂)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혼은 신학의 문제가 아닐까.

 사실 대부분의 한국사 교과서는 어느 정도 좌편향이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모든 나라의 교사·학자에게서 진보 편향성이 발견된다. 또 한국에서는 교과서가 좌편향이어야 좌우 균형이 잡힐 수 있다. 남자들의 의무 군 복무와 국가보안법 때문에 한국은 우익 압력이 센 나라여서다. 여러 대조적인 견해를 접하는 과정에서 젊은이는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그게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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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논쟁에는 두 차원이 있다. 정치와 교육이다. 둘 다 중요하다. 교육 측면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현시점에서 역사전쟁을 발발시킨 것이 어떤 정치적인 파장을 일으킬지 따져 보자. 선거 주기는 어김없이 굴러간다. 새누리당은 2개의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12월 대선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으려면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 대선은 솔직히 박 대통령에게 덜 중요하다. 5년 단임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벌써 반이 지난 지금 집권세력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패러독스를 목도한다. 한국이 직면한 양대 도전은 경제 활성화와 북한이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이제 시계는 더 큰소리로 째깍거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맷집이 좋다. 세월호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도, 성완종 리스트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잘못된 인선도…. 그 어떤 것도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못한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계속 승리를 맛봤다. 내부 갈등으로 분열된 야당은 어떤 산적한 이슈에도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

 내가 새누리당 전략가라면, 결코 싸움을 걸거나 사소한 일로 속 태우지 않겠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유지를 향해 착착 나아가는 중이었다. 승리를 낚아채려면 경제 분야에서 더 잘해야 하지만 사실 어렵다. 이번만은 대북(對北) 문제가 더 쉬운지 모른다.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해빙은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신 그들은 역사전쟁에 착수했다. 왜일까. 역사를 둘러싼 큰 문제는 없었다. 조치를 요구하는 위기도 없었다. 편파적인 역사 교육에 대한 격분한 여론도 없었다. 반대로 여론조사를 해 보면 유권자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의아하다고 반응한다.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대부분의 한국인이 국정화에 반대한다.

 반대 추세가 바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본질적인 문제가 많다. 우선 평판이 좋은 역사학자들이 새 교과서의 저자가 되려고 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자유주의적인 각 지역 민선 교육감들이 대체 교과서를 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들이 대체 교과서 발행을 감행하면 정부가 금지조치를 내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는 것은 자유의 제한인 데다 불법이다. 법적으로 보조 교과서 발행이 허용됐다. 시간 문제도 있다. 교과서 집필에는 2~3년이 걸린다. 국사편찬위원회에 주어진 시간은 14개월에 불과하다. 시간이 촉박한데도 제대로 일을 끝낼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임기가 2018년 2월에 만료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정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2018년 3월 새 교과서 집필에 착수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국정교과서는 후임자의 몫이 된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2017년 발행되면 새 교과서의 정착 단계에서 발생하는 그 어떤 문제든 대선 정국과 맞물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불만족한 학부모들은 새누리당을 비난할 것이다. 또 그들에겐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

 사소한 문제도 많다. 섣불리 비밀 교과서 태스크포스를 꾸린 이유는 뭘까. 저자 선정과 집필 과정은 투명할 것인가. 저자들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을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가 제시하는 이유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국정교과서 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그저 계획을 추진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메르스나 세월호나 다른 스캔들은 왔다가 사라진다. 교과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불필요한 역사전쟁을 시작함으로써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매를 자초했다. 그들의 아버지가 1945년 이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필연적으로 점화된다. 교과서 문제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역효과를 낳는다면 새누리당은 그들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에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 명예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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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