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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죽음의 비밀, 삶의 한가운데서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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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 모여든 새와 동물들. ?생명에서 생명으로?의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직접 그렸다. [그림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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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서 생명으로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김명남 옮김, 궁리
304쪽, 1만8000원


어떤 형식으로든 죽음에 대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종교가 뒷받침하는 죽음 대처법은 사후 세계를 믿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최대한 생각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필멸(必滅)에 익숙해지는 것은 힘들다. 생물과 동물의 죽음을 ‘관찰’하는 것은 죽음과 친숙해지는 길이다. 사람의 죽음을 관찰하는 것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 『생명에서 생명으로』는 관찰을 돕는다. 생명체가 죽고 먹히고 부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뭔가 종교적이다.

 이 책은 11장으로 구성됐다. 6장 ‘생명의 나무’, 10장 ‘새로운 생명과 삶으로의 탈바꿈’, 11장 ‘믿음, 매장,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은 불교나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지은이는 생물학을 전공한 자연과학자다.

 이 책 서문에는 인용문이 달려있다. “죽음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삶의 한가운데서 찾아보라.”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말이다. 삶의 정의를 아주 넓게 잡으면 자연 그 자체가 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학자’. 저명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O 윌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이 말로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를 정의한다. 하인리히는 ‘이 시대의 소로’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사상가·수필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순수한 자연생활을 예찬했다.

 이 책은 사체(死體)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그 엄청난 다양성에 대해 다룬다. 사체는 살아있는 동식물의 먹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장사법인 매장과 화장은 우리가 다른 동식물의 먹이가 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한다. 그 결과 인간의 죽음은 자연으로부터 소외된다. 저자는 사람이 자신의 장사법을 동물에게도 적용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예컨대 고속도로에 뛰어들었다 차에 치어 죽은 사슴의 사체를 곧장 매장한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죽음을 앞둔 친구가 조장(鳥葬)이나 풍장(風葬)으로 자신의 시신을 처리해줄 수 있는지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다. 조장은 ‘송장을 들에 내다 놓아 새가 파먹게 하던 원시적인 장사법’이다. 풍장은 ‘시체를 한데에 버려두어 비바람에 자연히 없어지게 하는 장사법’이다. 왠지 으스스하다. 조장·풍장은 야만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죽음은 불편한 감정을 일으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럴지 모른다.

 곤충·조류 전문가인 저자는 대중을 겨냥한 18권의 책을 썼다. 100여 편의 학술논문을 저술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S BOX] 인간이 죽어 먼지로 돌아간다고 ?

저자는 죽음을 냉혹하리만치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의 문체는 편하고 가독성이 높다. 책에 나오는 기억할 만한 문구를 몇 개 뽑아봤다.

 - 우리가 지구 생태계의 일부라는 은유는 믿음이 아니라 현실이다.

 - 우리는 먼지에서 오지 않았고, 먼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우리는 생명에서 왔고, 우리 자신이 곧 다른 생명으로 통하는 통로이다.

 - 재순환은 큰 동물이 대상인 경우에 우리 눈에 가장 잘 띄지만(또한 가장 극적이고 장관이겠지만) 사실은 식물에게서 훨씬 더 많이 벌어진다. 식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생물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순수한’ 청소동물은 오로지 죽은 생물만 먹고 살고, ‘순수한’ 포식자는 오로지 스스로 죽인 생물만 먹고 산다. 그러나 엄격하게 이쪽 아니면 저쪽에만 해당하는 동물은 몹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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