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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에서 4-3 … 일본야구 심장 도쿄돔서 역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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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일본시리즈 MVP에 오른 이대호가 2-3으로 뒤진 9회 초 무사 만루에서 2타점 결승타를 때려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이용규(왼쪽)가 이대호의 적시타로 홈을 밟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한국 선수들이 격렬하게 환영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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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끝냈다. 이대호가 2015년판 ‘도쿄대첩’을 완성했다.

한국 4 - 3 일본
"사나이로 일본에 두 번 안 진다"
이대호 결승 2타점으로 설욕
정근우 2안타, 이현승 뒷문 막아
일본 오타니 삼진 11개 빛바래

 2-3, 턱밑까지 추격한 뒤 맞은 9회 초 무사 만루에서 운명처럼 이대호가 등장했다. 관중석에선 쥐 죽은 듯 정적이 흘렀다. 이대호가 때린 타구는 좌익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흘렀다. 2루 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사나이로서 (일본에) 두 번 지고 싶지 않다”고 했던 이대호는 그렇게 대역전극을 완성됐다. 이대호는 경기 MVP에 뽑혔고, 부상으로 1600만원 상당의 위블로(HUBLOT) 시계를 받았다.

 한국이 일본 야구의 성지 도쿄돔에서 일본을 꺾고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19일 열린 4강전에서 0-3로 끌려가던 9회 초 4점을 내며 4-3 대역전극을 펼쳤다. 한국은 이 대회 개막전에서 일본에 당한 0-5 완패도 말끔히 되갚았다. 한국은 21일 미국-멕시코전(20일 오후 7시) 승자와 대회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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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한국은 2006년 3월 5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1-2로 뒤진 8회 초 이승엽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려 3-2로 역전승했다. 이때부터 ‘운명의 8회’라는 말이 나왔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강전에서도 8회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은 ‘운명의 9회’였다. 일본은 선발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에 이어 8회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를 투입했다. 9회 선두 타자인 대타 오재원(두산)은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대타 손아섭(롯데)도 중전 안타를 때렸다. 노리모토는 연속 안타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대표팀의 첫 안타를 터뜨린 정근우(한화)가 타석에 들어섰다. 정근우가 때린 타구는 좌익 선상을 따라 흘렀고, 오재원이 홈을 밟았다.

 노리모토는 이용규(한화)에게 몸맞는 볼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바빠진 일본 벤치는 왼손 마쓰이 유키(라쿠텐)를 투입했다. 그러나 마쓰이는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지 못했다. 김현수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밀어내기 점수를 내준 뒤 마쓰이 히로토시(요미우리)에게 공을 넘겼다. 그리고 이대호의 결승타가 터졌다.

 이날 한국은 오타니에게는 완패했다. 그러나 경기를 이기면 그만이다. 오타니는 7이닝 동안 안타 1개만 허용하고 삼진 11개를 잡으며 한국 타선을 농락했다. 한국이 6회까지 안타를 한 개도 치지 못해 큰 망신을 당할 뻔했을 정도로 오타니는 완벽했다. 그러나 오타니가 내려간 일본 마운드는 쉽게 힘을 잃었다. 한국은 4회 3실점을 한 뒤 추가점을 내주지 않으며 추격의 기회를 노렸다. 선발 이대은(지바 롯데)이 4회 내려갔지만 한국 벤치는 차우찬(삼성)-심창민(삼성)-정우람(SK)-임창민(NC)을 적절한 타이밍에 투입하며 실점을 막았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노장(老將) 김인식(68) 감독은 기다리며 준비했다. 김 감독은 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투수들을 적절한 시기에 투입하며 실점을 막았고, 오타니가 내려간 9회 대타를 연이어 내세우며 역전극의 발판을 만들었다. 기회를 잡았을 때는 한없이 냉정했다. 9회 말 정대현(롯데)을 투입해 2아웃을 잡았지만 정대현이 나카타 쇼(니혼햄)에게 안타를 맞자 주저하지 않고 이현승(두산)을 투입했다. 이현승은 대타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를 3루 땅볼로 잡고 팔을 높게 들었다.

 김인식 감독은 “기쁘다. 끝까지 포기 안 하면 이런 결과도 있다. 힘든 경기였지만 야구는 9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수세에 몰려도 결국 역전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명승부였다”고 말했다.

 고쿠보 히로키(44) 일본 대표팀 감독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져 굉장히 억울하다. 그 한마디가 전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 국민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일본이 한국에 패하면서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의 자리를 순식간에 놓쳤다. 홈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치욕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무너진 계투진이 대표팀을 무겁게 짓눌렀다”고 원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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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최국 일본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과 결탁해 대회 내내 일정을 유리하게 정하고, 훈련 장소를 내주지 않는 등 텃세를 부렸다.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이 당했다. 이날 경기에는 좌선심에 일본인 심판을 배정하기도 했다. 결승전 선발 투수까지 정해놓으며 솟았던 일본의 콧대는 여지없이 꺾였다. 한국 야구에 오래 기억될 기적의 날이었다.

도쿄=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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