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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쓴 야스민 보며 “저 이슬람이 파리서 총 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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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히잡을 쓰고 서울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 간 한국외대 유학생 칼릴 야스민. 그는 “이슬람권 여성도 예쁜 옷을 자유롭게 고르고 염색과 파마도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2013년 한국으로 유학 온 요르단 국적 칼릴 야스민(Khalil Yasmin·25·여)은 최근 집 밖으로 나설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지난 13일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를 일으킨 뒤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부쩍 더 부담스러워졌다. 야스민은 “파리 테러 이후 사람들의 눈빛을 더 신경 쓰게 됐다”며 “많은 사람이 이슬람인과 테러 조직을 동일하게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야스민의 말처럼 실제로 한국 사람들의 시선에 변화가 생겼을까. 본지 취재진이 2년6개월 전에 유학 와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중동 정치학을 공부하는 야스민과 함께 서울시내를 다녀봤다. 18일 정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캠퍼스에서 야스민을 만났다. 청바지에 운동화, 검은 재킷을 입고 백팩을 맨 야스민은 머리와 어깨를 붉은색 히잡으로 가린 것만 빼면 여느 학생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야스민은 된장찌개 같은 한국 음식뿐 아니라 공중목욕탕 등 한국 문화에도 익숙하다.

 “요즘처럼 테러 등으로 분위기가 안 좋을 땐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 때가 있어요. 히잡을 썼을 뿐인데도요.”

 오후 1시쯤 캠퍼스를 나와 길거리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히잡을 쓴 야스민을 힐끗거리며 지나갔다. 아예 야스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인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섰더니 10여 명의 손님이 일제히 야스민을 쳐다봤다. 레스토랑 내부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야스민은 집에서 학교까지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이슬람에 대한 질문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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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아주머니는 ‘한국에선 조선시대에나 머리에 쓰고 다니던 걸 왜 너희는 아직도 쓰느냐’고 묻기도 했고, ‘이슬람은 일부다처제를 허락한다는데 너희 부모님도 그러냐’는 질문을 하는 할아버지도 있었어요. 특히 여름엔 ‘히잡 쓰면 안 덥냐, 불쌍하다’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100번도 넘게 듣는 것 같아요.”

 야스민은 “난처한 질문보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진실로 신을 믿는 이슬람인이라면 절대 테러 같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요. 대부분의 이슬람인들도 테러리스트에게 분노합니다. 하지만 이슬람인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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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을 타고 종각역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종로 ‘젊음의 거리’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외대역에서 두 정거장쯤 지나자 자리에 앉아 있던 한 할아버지가 혼잣말로 수군댔다. “머리에 뭘 쓴 건 이슬람이여 힌두교여?” 소곤대는 목소리였지만 반경 3m 내외에 있는 사람들에겐 들릴 정도였다. 야스민을 훑어보던 할아버지는 옆자리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 전에 저 이슬람이 파리에서 총 쐈잖여.”

 1호선 종각역에서 내려 광화문 네거리까지 걸어갔다. 오후 3시쯤 야스민이 평소 쇼핑하러 자주 간다는 동대문의 한 쇼핑몰을 찾았다. 쇼핑몰 이용객 이윤구(47)씨는 “이슬람인들은 정해진 옷만 입는 줄 알았다”며 “히잡을 쓰고 쇼핑몰에 있는 모습이 생소했다”고 말했다. 야스민은 “이슬람 여성들도 예쁜 옷을 좋아하고 염색 도 한다”며 “아름다워지고 싶은 건 여성의 본능 아니냐”고 반문했다.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 사회가 크게 술렁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후 이슬람 친구가 대형 마트에 갔는데 한국의 한 고등학생이 영어로 상스러운 욕을 했다고 해요. 다짜고짜 테러에 책임이 있다면서요. 이슬람인이란 이유만으로 욕을 먹으니 눈물이 났다고 했어요.”

 야스민과 동행한 4시간 동안 ‘이슬람’ ‘무슬림’ ‘IS’ 등의 단어를 들은 것은 총 다섯 번이었다. 야스민은 “직접 말은 안 했지만 많은 사람이 눈빛으로 대신 말하는 것 같았다”며 “이슬람인이라면 테러부터 떠올리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야스민은 현재 대학원에서 알카에다 등의 자살 폭탄테러에 관해 연구 중이다. 그는 “이번 파리 테러로 세계 여러 국가에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 퍼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이슬람인 인구는 13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의 유입이 늘면서 국내 이슬람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오해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출신 이스칸달 자파(39)는 “다문화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아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에는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전 인류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터키인 아흐멧 일마즈(35)도 “우리 아이가 이슬람인이란 이유로 해코지를 당할까봐 매일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서정민 교수는 “극소수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근거로 이슬람 교인 전체를 폭력집단인 양 매도해선 안 된다”며 “이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는 오히려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김선미·박병현·김민관 기자 calli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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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