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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직격 인터뷰]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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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서방 세력이 종교·종파·민족·지역·부족이 복잡하게 얽힌 중동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민주·독재라는 이분법으로 개입했다가 결과적으로 IS라는 괴물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IS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시리아 내전부터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문규 기자]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다. 중동의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축구경기장·공연장·식당 등 일상 생활공간을 공격해 13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건은 테러가 일상의 한복판으로 번진 사건이다. 한국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19일자 중앙일보 1면에는 서울 북한산에서 중동의 또 다른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누스라 전선의 깃발을 들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진이 나온다. 중동에서나 있는 줄로 알았던 극단주의 조직의 활동이 이젠 서구를 넘어 우리 코앞까지 확대됐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중동·이슬람 전문가인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의 서정민 교수를 만나 현상분석부터 배경과 전망까지 들어봤다.

IS, 국내 불만세력과 뭉치면 한국도 테러 폭풍 앞 등불


- 11·13 파리 테러로 전 세계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중동 현지에서 비무장 외국인을 유괴해 잔혹하게 참수하는 것으로 악명 높던 IS가 이번엔 글로벌 도시인 파리 한복판에서 대담하게 잔혹한 학살극을 저질렀다. 이전 테러에 비하면 전쟁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있다. 테러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어떤 의미가 있나.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테러의 특징은 첫째, 철저하게 민간인 시설, 즉 연성 목표물(soft target)을 노렸다는 점이다. 둘째는 상당히 조직이 잘 된 기획 테러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였다는 점이다. 테러범들이 세 팀으로 나뉘어 불과 세 시간 만에 6곳을 동시에 공격했다.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셋째이자 가장 눈여겨봐야 할 특징이 ‘네트워크 테러’라는 사실이다. 테러범이 중동에서 유럽으로 폭탄을 가져가서 현장에 매설해 터뜨리거나 자폭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곳에 있는 다국적의 동조자를 조종해 이들로 하여금 테러를 벌이게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가담자 8~9명의 면면만 봐도 프랑스·벨기에·이집트·시리아인 등 다국적이다.”

 - 어떻게 이런 글로벌 테러를 할 수 있을까.

 “그 원천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SNS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시를 전달한다. 예전에는 테러범이 직접 무기나 폭탄을 들고 목적지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제는 SNS로 곳곳의 동조자들과 연결해 지령을 내리거나 정보를 전파한다. 다운로드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운로더블 테러리즘’이라고 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폭탄과 무기 제조법, 목표물의 동선과 같은 모든 정보를 보내서 언제 어디서나 동시다발적으로 테러를 벌일 수 있다. 마지막 특징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까지 노린 간 큰 테러라는 점이다. 축구장에서 테러범이 검문검색을 통과했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었다. 이젠 누구도 테러에서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 올해는 테러가 유난히 많았다. 프랑스 탈리스 열차에서 지난 8월 21일 발생한 테러 기도는 용감한 시민들이 범인을 제압해 막았지만 터키 앙카라에선 지난달 10일 자폭 테러로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달 31일엔 러시아 여객기가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을 지나다 폭탄 테러로 추락해 탑승자 224명이 전원 숨졌다. 급기야 파리까지 불탔는데, IS의 테러 역량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IS는 과거 악명 높았던 알카에다와 차원이 다르다. 알카에다는 기본적으로 테러 단체였다. 9·11 테러라는 끔찍한 일을 벌였지만 그 이후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다국적군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등으로 지속적으로 은신하고 도주하면서 간헐적으로 테러를 벌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IS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북부의 영토를 장악하고 국가를 선포했으며 지금은 준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정보를 생산해 제공하고 대원을 모집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단순히 테러 단체가 아니고 하나의 준국가 형태의 거대한 반군 조직이다.”

 - IS는 자신들이 공언하듯이 미국 워싱턴이나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등을 공격할 능력이 있을까.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IS는 네트워크 공격을 한다. 물론 알카에다도 테러 네트워크를 결성했지만 산만하고 느슨한 수준이었다. 반면 IS는 SNS와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상당히 끈끈하고 단단한 네트워크가 있다. IS가 정보를 생산해 선전 홍보 동영상을 만들게 되면 전 세계 지지자들이 접속 해 그것을 다시 전파한다. 탈중앙적 원심형 정보 능력이 있는 것이다. 글로벌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가 공격 중인 IS의 트위터 계정이 5만 개에 이른다. 계정마다 팔로어 수가 1000명이 넘는다. 합하면 5000만 명이 연결되는 정보력을 갖고 있다. 11·13 파리 테러가 가능했던 이유다 .”

 - IS가 독버섯처럼 자라게 된 배경은 뭘까.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 정치적인 것부터 말하자면 이라크 전쟁이 없었다면 IS도 없다. 시리아 내전이 없었다면 칼리파 국가를 선포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서방국가의 주장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은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고, 시리아 내전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대한 민중봉기라고 한다. 이런 민주화나 반독재 투쟁이 테러조직 IS를 만들었다는 것인가.

 “후세인은 제거돼야 했던 독재자다. 이라크 전쟁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전쟁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생긴 불만 세력이 문제다. 이라크 국민의 20%는 후세인과 같은 이슬람 수니파로 정권 몰락 뒤 기득권을 잃었다. 지금은 공직을 맡을 수도 없고 군대에 들어갈 수도 없어 실업 상태로 소외됐다. 이라크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을 치르면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이슬람 시아파 정부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 이들은 과거 후세인 정권 아래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억압에 나름 보복하기 위해 수니파를 철저히 배제했다. 이라크 전쟁 때는 물론 지금의 시아파 정권 아래에서 많은 피해를 본 수니파의 일부가 IS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 이라크·시리아 외에도 중동 각국이나 서구의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경제·사회적 이유 때문이다. IS가 전 세계 젊은이를 모집하기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미끼가 직장·월급·주택을 주고 결혼을 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 생각엔 그 정도는 별 유혹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산유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동국가는 가난하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길거리에 앉아 있다. 11·13 파리 테러에 벨기에 출신이 많았는데 벨기에의 이슬람 지역이나 파리 교외의 가난한 동네에는 무슬림(이슬람 신자) 청년들이 일거리가 없어 서로 몰려다니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사람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중동에서는 남자가 집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혼을 못한다. 일자리도, 수입도, 집도 없고 결혼할 가능성도 희박한 젊은이들에게 이를 주겠다고 하니 솔깃할 수밖에 없다. IS가 주겠다는 300~500달러의 월급은 우리 입장에선 적어 보이지만 이집트 공무원 초임이 150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이슬람 율법이 허용한 일부다처를 법으로 금지할 정도로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서구화된 튀니지에서 국가별로 가장 많은 4000여 명의 IS 대원을 배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히려 튀니지는 자유국가라 이동의 자유가 보장돼 IS 근거지인 시리아나 이라크로 여행하기가 더 쉽다. 결국 아무리 사회가 개방돼도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극단주의 조직에 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IS는 한국을 65개 십자군 국가 속에 넣었다. 이들이 한국이나 외국의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본다. 위험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21세기 테러는 네트워크 테러다. 자동소총을 맨 테러범이 인천공항을 통하거나 배를 타고 오는 게 아니다. IS는 한국 내 불만 세력을 포섭하고 SNS를 통해 모든 과정을 진행할 것이다. 국적과 상관없이 불만 세력이 한국에서 포섭되면 아주 위험하다. 북한과 관련한 세력과 결합하면 다방면적인 테러 위험에 놓일 수 있다.”

 - 결국 중동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환경이 독버섯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IS는 자신들이 서방의 십자군을 상대로 이슬람 성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이슬람권 민중은 어떻게 볼까.

 “IS는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철저하고 극단적으로 악용하는 반군조직이다. 이들의 행동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 이슬람 법은 전쟁이나 전투를 벌일 때 민간인을 살해하거나 민간인 재산에 손대는 것을 금지한다. 포로 처형도 안 된다. IS는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고 있지만 이슬람에서 자살은 절대 금지다. 인간은 피조물이라 그 생명을 가져갈 수 있는 존재는 창조주 알라밖에 없다. 과격세력은 과거 이슬람 세력이 만들었던 제국에 대한 중동 주민의 추억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IS가 자신들이 21세기 칼리파(정교일치의 군주) 국가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 한국이 안전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첫째, 대테러법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나 G20 국가 중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중국·일본·아르헨티나 정도다. 정부가 감청까지 하면서 감시해도 테러를 피하기 힘든데 합법적인 감시마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법을 제정해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정하고 테러조직을 감시할 기구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예방이 가능하다. 국내인 중 10명 정도가 IS와 접촉하고 지지하지만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만약 IS 조직원이 한국에 와도 강제출국 외에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다. 둘째, 국민의 테러 의식 강화가 필수적이다.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슬람권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막아야 한다. 이슬람권에서 온 내 제자 중에는 길을 가다 술 취한 사람으로부터 “빈라덴 나가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많다. 이런 말을 지속적으로 들으면 상처가 된다. 다문화 사회에 걸맞게 다른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는 정책과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도 시리아 난민을 비롯한 중동 사람들의 불행을 어루만져야 한다. 제3세계에 대한 지원 확대를 비롯한 인류애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접근해야 테러리즘을 유발하는 환경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

글=채인택 논설위원
사진=조문규 기자

서정민 교수는 …

1966년생으로 한국외대 아랍어과와 통역대학원을 마치고 이집트 카이로아메리칸 대학(정치학 석사)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중동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을 지내면서 2003년 위험한 이라크 전쟁을 직접 취재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 테러리즘의 독버섯이 퍼지는 혼돈의 중동 현장을 상당 기간 직접 겪어 현지 사정에 정통하다. 현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로서 중동·이슬람 사회를 연구하면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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