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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50만원 쥐여주면 취업문이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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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남모(27)씨는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생활비를 벌었다. 졸업 후 3년 정도 취업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연히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했다. 전담 멘토의 상담을 받으며 취업 계획을 새로 짰다. 멘토가 일자리를 소개했고 계획에 맞춰 관련 학원(법률)을 다녔다. 월 20만원 안팎의 수강료와 활동비를 지원받았다. 석 달간 노력 끝에 올 초 경기도 한 법무법인에 법률사무원으로 입사했다. 남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출근하던 때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만약 남씨에게 현금만 지원했으면 어땠을까. 법률사무원이 됐을까. 남씨에게 고용지원센터의 전문가 상담원이 붙어 A부터 Z까지 챙겼다. 잘 적응하는지 사후관리까지 해준다. 법률사무원은 남씨가 생각도 못했던 분야. 전문가의 손을 거치면서 새로운 분야를 발굴했고 목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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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서울시는 5일 저소득층 미취업 청년 3000명을 뽑아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씩 ‘청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 벌어졌다. “박원순 시장의 선거용 포퓰리즘이다”라는 비판과 “기초연금·보육료는 지원하면서 청년수당은 왜 안 되느냐”는 주장이 맞섰다. 정부 사회보장위원회(사보위)는 12일 서울시 측에 “청년수당은 사회보장(복지) 사업이니 사보위에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협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시는 이에 대해 “선발된 청년에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이니 복지 사업이 아니다”고 맞섰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취업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놔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수당에는 돈만 있을 뿐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적합하고, 가능한 일자리가 무엇이며,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이다. 수당만 주면 저절로 취업문이 열릴까. 근로 능력이 있는 세대에 무작정 현금을 쥐여줘도 고용률 제고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이미 사회복지학계의 정설이다. 고용부 취업패키지는 직업훈련을 80% 이수할 때만 훈련참여수당 등 현금을 준다.

 복지 선진국도 현금을 줄 때는 이런 ‘뮤추얼 오블리게이션(상호의무)’ 원칙을 강조한다. 서울대 안상훈(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금 복지’는 반드시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 직업 훈련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사업 효과나 예산 마련 계획,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없이 무턱대고 발표부터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돈만으로 안 되는 일이 많다. 서울시가 ‘서울형 취업성공 패키지’를 만들어 내놓기를 바란다. 그래야 박수를 받는다.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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