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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욕하기 힘든 여의도의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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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누군가 필요 이상으로 욕먹을 때가 있다. 욕하는 게 맞는지 따지다 보면 판단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결국 어설프게 심리적인 호불호가 정해지는데, 말 그대로 ‘찜찜한 선택’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구 획정 문제를 볼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 든다. 국회의원들은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총선 5개월 전인 11월 13일)을 넘겼다고 욕을 먹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의원 자리 지키려는 밥그릇 싸움이고, 입법자의 명백한 위법 행위 아닌가.

 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렵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원칙이 지켜지고 헌법 가치가 실현되는 걸로 이해했다. 1인 1표라는 표의 등가성(等價性) 원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지역 불균형이라는 현실을 고려한 헌재의 결정은 지역구의 인구 편차를 2대 1까지만 허용하라는 것이었다.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은 최소 14만 명이 넘어야 한 명의 국회의원을 가질 수 있고, 인구 과밀 지역구 주민은 28만 명이 넘어서는 안 된다는 산식이 나왔다.

 그 산식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선거구 획정인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 하한선 미달 지역구가 5개인 경북 의원들은 요즈음 아침저녁으로 만나 대책을 논의 중이다. 스스로를 “선거구 조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삭발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인구 14만 명이 안 되는 지역구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억울하다. 지역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열 받는 일인데, 자신들의 대표자까지 잃게 되기 때문이다. 통합 대상 지역구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가 없어지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며 걱정한다.

 여야 지도부는 지역구를 ‘적당히’ 늘리고, 비례대표를 ‘적절히’ 개편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추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숫자 놀음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황당한 시나리오도 나온다. 일례로 하한선에 미달하는 경북의 의원 수를 2명 줄일 경우 선거구당 평균 인구가 21만 명으로 느는데, 이는 인구 상한 초과 지역구가 많은 경기도 의석 수를 8개 늘렸을 때 선거구당 평균 인구와 비슷한 숫자다. 헌재도 도농(都農) 간 2대 1의 인구 편차를 용인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표의 등가성이 구현되는 셈이다. 장윤석(영주) 의원은 농어촌만 피해를 보는 ‘나쁜 셈법’이라고 이 방안을 비판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선거구 획정 문제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늘어나는 지역구 의원만큼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도, 의원 정수를 300+α로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의원들은 여야 불문하고 합종연횡하며 찬반론을 펼 것이다. 이번만큼은 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이 불가피하고 비난하기도 애매하다.

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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