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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완편보험’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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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보험개발원장

얼마 전 중국에서 영화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지인이 ‘완편보험(完片保險)’에 대해 물어봤다. 상대방은 필자가 보험전문가라 생각하고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처음 듣는 단어라 당황했다. 이후 부랴부랴 알아보며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완편보험은 중국에서 영화 제작부터 극장 상영까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제작중단 등 손해를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이었다. 서구에선 영화종합보험(Film insurance)으로 불린다. 영화제작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분담해 낮추고, 흥행 실패시 손실까지 보장해 영화 한 편이 무사히 만들어져 상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

 현재 중국의 영화 시장은 많은 인구와 소득 증가에 따라 급격히 커지고 있다. 영화 산업과 연계한 테마파크, 캐릭터, 애니메이션, 음악, 출판, 유료TV 등 관련 가치사슬(value chain)이 확장돼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문화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지정해 영화사업기업의 세금을 낮추고, 자국 작품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지원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래서 완편보험이 영화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가 종합예술인 것처럼 영화금융도 종합금융이다. 민간자본과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영화산업에 투자하고 예금·펀드·보험 등 다양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홍콩의 국제영화제에서 ‘금융, 영화보험, 연예산업 관련 전문서비스’라는 주제가 주요 테마였다.

 그럼 한 해 매출이 1조원을 넘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금융의 역할은 어떠할까. 은행 등 금융사들은 ‘제작지원’ 또는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자금을 대주거나 펀드에 간접 투자해 수익을 기대한다. ‘천수답(天水畓)’ 농사처럼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영화가 흥행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손실로 처리한다. 관객 수에 웃고 울면서, 제작에 실패하면 망하는 일희일비 구조다. 여기에 일부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관련 보험은 영화 제작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해나 세트장의 고가 촬영장비 등에 대한 도난·파손·화재를 보상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지금 문화 산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누군가 “영화판은 치열한 자본주의 현장”이라고 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국내 금융사의 영화투자 실적을 보면 2013년 한국 영화 투자 수익률은 15.2%, 손익분기점을 웃돈 영화는 30.2%였다. 관객 수 증가와 한국영화 점유율 상승, 주문형 비디오(VOD) 등 관련시장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 해외수출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문화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지원에서 투자로 개념을 바꿔 직·간접 금융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때 보험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국내에도 완편보험 같은 보험이 있다면 금융사의 대규모 자본투자를 이끌어 내기 수월해진다. 한국영화 한 편을 상영하기 까지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평균 총제작비가 약 60억원 정도 된다. 여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같이 금융사가 영화흥행의 사업성을 보고 자금조달을 하고, 보험사가 제작실패 또는 투자자금 손실 등을 관리한다면 금융사가 리스크 부담을 꽤 덜고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1990년대까지 미국 할리우드 영화는 질적·양적으로 우수했다. 반면 한국 영화 산업의 기반은 부실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영화는 ‘암살’과 ‘베테랑’과 같은 1000만 관객 영화를 연달아 탄생시켰다. 이는 과거 외화의 공습에 고전하던 한국영화와 다른 모습이다. 스크린쿼터제와 함께 대기업의 영화투자 확대로 경쟁력을 키운 덕분이다. 다만 완편보험처럼 혹시 생길지 모를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받을만한 곳은 없는 거처럼 보인다. 그래서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경영·금융·법률·외국어 등 상시 자문을 제공해주는 전문적인 서비스 기관이 필요할 것 같다.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영화를 보고 설레며 꿈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지금 어느덧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암살’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베테랑’을 보고 통쾌해 한다. 미래는 문화산업이 한국경제를 주도할 거처럼 보인다. 완편보험과 같은 문화와 금융의 창의적인 결합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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