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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걷다보면] '요 앞에 가면 버스 있어'

제주올레 트레킹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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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없고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 외에는 작은 소음조차 없는 고요한 아침이다. 이른 아침의 공기가 이렇게 상쾌한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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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올레길 중에서 가장 긴 거리의 길을 걷는다. 조금 일찍 부지런을 떨었다. 같이 걷던 일행도 없으니 짐을 챙겨 준비해 나가는 시간도 내 맘대로다. 어제 도착했던 2코스의 끝 지점으로 이동했다. 3코스의 시작이 2코스의 끝 지점이다. 어제의 교훈을 잊지 않고 동네 슈퍼에서 생수 두 통을 준비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제주올레에 대한 주민 반응은 다양하다. 올레가 생기기 전에 제주도는 신혼여행이나 단체관광 위주의 대규모 관광 상품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올레길이 생기고 나서부터 올레길 주변 가게들의 판매가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골목 상권이 살아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올레길에서 벗어난 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씁쓸한 일일 거다. 올레길을 만들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방문객과 현지 주민의 소통이라고 한다. 제주올레로 인해 젊은 관광객이 늘어나고 제주를 찾는 이유가 더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또 기존의 관광 상품보다 조금 더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 것 역시 올레길이다.

마을 어귀를 나가는데 곡괭이를 든 할머니 한 분이 나를 막고는 말을 건넨다. 체구는 작으셨지만 허리를 곧추 세우시곤,
“어디서 왔수까?”
“네, 서울에서 왔습니다.”
“이런 시골까지 뭐 하러 왔수까?”
“올레길 걸으러 왔습니다.”
“에구, 뭐 하러 걸어. 요 앞에 가면 버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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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웃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여쭈었었다. 몇 번을 고사하시던 할머니가 곡괭이를 어깨에 걸치더니 멋진 자세를 취해주셨다. 연세가 팔십이 넘었는데 평생 물질하며 살았다고 운을 떼신다. 자식들은 서울에서 성공해 잘 살고 있다며, 한참 동안 말씀하셨다. 그러더니 밭에 일하러 가야한다며 잘 가라 손 한 번 흔들어 주시고는 올레길로 걸어가셨다(올레길은 제주 언어로 집에서부터 큰길까지 나가는 골목길, 작은 길 등을 뜻한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도 할머니와 반대 방향으로 난 화살표를 쫓아 걷기 시작했다. 오늘 길 역시 거의 마지막을 빼고는 주로 밭길 위주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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