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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IS 없애도 또 다른 괴물 나온다 … 분노·차별 씨앗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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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맨 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끝)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30여 분간의 회담에서 이슬람국가(IS) 대처 방안과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등을 논의했다. [안탈리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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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11·13 파리 테러로 인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직면했다. 테러리스트들은 과거와 달리 전선이나 중동 분쟁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유럽의 ‘외로운 늑대들’과 소셜미디어 등 첨단 미디어로 소통하면서 역동적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라는 작은 테러 분파가 어떻게 모태인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능가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로 급성장했는지 분석해 국제사회의 새로운 테러 대응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테러범 1명 잡을 때 민간 9명 희생
피해 가족·부족, 테러 가담 악순환
팔레스타인 소녀 죽음엔 무관심
요르단 조종사 화형엔 온갖 비난
무슬림, 서구의 이중잣대에 분노
경제·교육지원, 난민수용 등으로
대테러 전략 패러다임 전환해야


 시리아 내전 5년 동안 미국·유럽연합(EU)·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 왔다. 반면 러시아는 중동의 전략 요충지인 시리아를 내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국제사회가 시리아 대응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3년 미군 침략으로 붕괴된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잔당이 주축인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였던 IS는 시리아 내전과 국제사회의 분열을 틈타 반군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로 무장한 IS는 서방이 지원하거나 시리아 군으로부터 탈취한 무기를 이용해 은행 금고 탈취, 석유 밀매, 인질·납치 사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 조직이 됐다. IS는 든든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폐쇄적 알카에다나 지리멸렬한 탈레반을 대신해 극단적 테러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이슬람인들은 서구의 이중 잣대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IS의 요르단 조종사 화형에 온갖 비난을 쏟아내면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진 세 살짜리 팔레스타인 소녀의 죽음은 묻혀 버리거나 주목받지 못한다. 또 지난 10여 년간 미국의 이라크전쟁 이후 22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당했으나 서구 언론에 이런 뉴스는 잘 실리지 않았다. 가족의 부당한 죽음에 반드시 복수(인티캄)하는 아랍 부족 전통이 수백만 명의 극단적 증오 세력과 복수 문화를 잉태한 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년간의 시리아 내전에서도 25만 명가량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고 시리아 인구의 절반에 해당되는 1100만 명 이상이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1차적 책임은 자국민을 학살한 알아사드 정권에 있으나 반군을 지원한 미국과 유럽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IS는 아랍인들의 반미 정서와 서구의 이중잣대에 편승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

 IS가 막강한 자금과 조직으로 국제사회를 떨게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허약하다. 이슬람 세계에서 IS의 지지율은 1%를 밑돈다. 주류 무슬림 등 국제사회는 IS의 반인륜적 범죄에 치를 떤다. 문제는 미국·프랑스 등 연합군이 공습과 더 나아가 지상군 파병을 통해 IS의 근거지를 파괴한다 해도 IS는 사라지지 않는다. IS의 세력이 약화된다 해도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IS의 지령을 받거나 독자적으로 서방을 공격할 것이다. 또 IS가 약해지면 이를 대신할 다른 괴물 테러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게 서방의 대테러 전쟁의 구조적 모순이다. 2011년 5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마이클 플린 전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도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고백했다. 미국이 대테러 전쟁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는 드론은 1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하기 위해 평균 8~9명의 민간인을 희생시키고 있다. 드론으로 희생된 무슬림의 유족들이 미국을 증오하며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가 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미국과 서방은 대테러 전쟁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며 시작된 14년간의 미국 주도 대테러 전쟁의 성적표는 F다. 미국은 그동안 4조 달러(약 47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돈과 인력을 쓰고도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제거하지 못했다. 이 사이 테러는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제 인류는 테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 그것은 테러 분자를 궤멸하는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로 테러 분자들을 양산하지 않게 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IS의 최대 후원자인 극단적 분노와 극심한 사회적 차별을 완화시키는 소프트파워 전략이 중요하다. 서방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조속한 정치적 안정과 대폭적인 민생 경제 지원,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 제공, 전쟁 고아들에 대한 교육 기회와 취업 알선, 아랍 난민 수용 같은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죽음의 행진에 몰려드는 테러 세력을 꺾지 못할 것이다. 이들 방안은 무력 사용 방안에 비해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는 없으나 이슬람 사회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서구와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기틀이 될 것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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