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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해인사·육조거리, 그곳엔 하늘·땅·사람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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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제작한 박종우 감독이 종묘에서 찍은 영상 ‘장엄한 고요’.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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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 총장이 양동마을 무첨당을 재해석한 실물 크기 모형.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요즘 현대인들의 생활 공간은 공중에 떠 있다. 인구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대다수 직장인이 고층 빌딩에서 일한다. 땅과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마치 초능력자처럼 공중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불과 한 세기도 안 된 과거로 돌아가면 옛 건축은 땅과 단단히 결합하고 있다. 사찰의 경우 산이 70%인 자연특성을 활용해 사찰 건물을 배치(가람배치)했고, 경복궁과 같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궁궐을 건축할 때 음양오행과 풍수사상이 중요한 토대가 됐다.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공간의 높이보다 깊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리움‘한국건축예찬 - 땅의 깨달음’
주명덕·배병우 등 6명 사진작가
2년간 찍은 10곳의 풍광 작품에
건축물 모형, 3D영상 등 융복합
친숙해 미처 몰랐던 가치 되새겨

 이처럼 너무나 익숙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져 버린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다. 19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열리는 전시 주제는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이다. 이번 전시는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연말께 출간할 전통건축 사진집에서 출발했다. 주명덕·배병우·구본창 등 6명의 현대 사진작가들이 해인사·불국사·통도사·종묘·창덕궁·소쇄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건축 10곳의 모습을 2년에 걸쳐 찍었다. 이와 함께 건축물 모형, 3D 영상, 고지도 등 다양한 콘텐트를 융복합해 전시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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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의 추녀 끝에 끼우는 장식물 금동용두토수(金銅龍頭吐首).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는 하늘(天)·땅(地)·사람(人) 3부작으로 꾸려졌다. 1부에서는 왕과 왕실의 사당, 종묘 건축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원로작가 주명덕은 성철(1912∼93) 스님이 살아 계실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해인사와의 인연을 고리로 절의 비경뿐 아니라 스님들의 수행 장면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2부는 궁궐 건축과 성곽 등을 통해 지배 계층의 공간 경영을, 3부는 서원과 정원, 민가를 엮어 서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담았다. 건축 사진마다 사계절이 담겨 있다. 자연과 어우러짐을 천칙(天則)으로 삼았기에 자연의 변화에 따라 건축물의 모습조차 바뀌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도 있다. 조선 말기의 문신인 한필교(1807~78)가 42년간 부임했던 전국의 관아들을 그려 엮은 화첩 ‘숙천제아도(宿踐諸衙圖)’다. 미국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현재 사라진 옛 고을의 모습을 살필 수 있을 뿐더러 사료적 가치 또한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입체 모형으로 해인사와 불국사의 가람배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서울대 전봉희 교수(건축학과)의 ‘사찰 가람배치’와 조선시대 ‘경복궁과 육조거리’도 눈에 띈다. 육조거리는 조선시대 6개 중앙관청이 위치했던 광화문 앞 큰길이다. ‘경복궁과 육조거리’ 모형을 통해 일제에 파손되기 전 옛 광화문 일대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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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1592년) 때 소실됐다가 1888년 복원한 경복궁과 광화문 육조거리를 재현한 축적모형.


 이밖에도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궁궐도인 ‘동궐도(東闕圖)’에서는 궁의 자연친화적인 구성을, 18세기 서대문 밖 경기감영의 모습을 그린 ‘경기감영도(京畿鑒營圖)’에서는 18세기 후반의 주거환경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열 곳의 건축물은 이미 유명하고 친숙하다. 하지만 이름 너머 공간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해왔다. 이준 부관장은 “한국에는 천 년의 지혜를 간직한 문화재와 건축물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너무나 익숙해서 일상적인 것의 장엄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박제된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축가 승효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땅, 우리의 시대에 서 있는 건축은 어떠한가. 우리는 어떤 정신으로 우리의 건축을 지탱하고 있을까.”

리움의 개관 이후 첫 건축 전시다. 일반 5000원, 청소년 주중 무료, 주말 3000원. 02-2014-6901.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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