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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5000원은 아깝지만 … ” 카이스트에 75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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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카이스트(KAIST) 기부 약정식에서 이승웅(왼쪽)·조정자씨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카이스트]


수십억원의 재산을 가졌지만 집 밖에서 5000원 넘는 음식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구멍 뚫린 양말은 꿰매고 또 꿰매 신었다. 서울 우이동의 상가, 경기도 의정부시의 건물 등 7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카이스트(KAIST)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이승웅(74)·조정자(72·여)씨 부부 얘기다.

이승웅·조정자씨 부부 약정식
상속재산에 검소한 생활로 모아
“사회 환원, 뜻 이룰 수 있어 기뻐”


 이씨 부부는 2000년대 초 뒤늦게 부부의 연을 맺었다. 외동딸로 자라 부모로부터 적지 않은 재산을 물려받은 부인 조씨는 결혼 당시 남편 이씨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 “우리 가진 돈 자식들한테 다 줘봐야 뭣하겠소. 이 돈 꼭 사회에 환원해서 좋은 일 합시다.” 이씨와 그의 자녀들(2남1녀)도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이씨는 “나는 소년소녀 가장, 부인은 과학 인재들을 위해 기부하자고 해서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기부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결혼 후 검소한 이씨를 금세 닮아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방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빵 배달과 슈퍼마켓 운영 등으로 고생을 했다. 그는 “겨울날 자전거 타며 배달일 할 때도 김 모락모락 나던 순댓국 한 번 사먹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끼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조씨는 “결혼 초기에는 남편이 너무 알뜰해서 속으로 ‘거지를 들여왔나’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500원짜리 양말을 꿰매 신고 닭고기 값 500원 아끼려고 온 시장을 누비고 있더라. 역시 부부는 닮나보다”며 웃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살고 있는 이씨 부부는 16일 기부 약정식을 위해 카이스트를 방문했다. 이씨 부부는 두 아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나머지 재산인 부동산을 카이스트에 유증(유언으로 타인에게 증여) 형식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조씨는 낡은 운동화에, 손잡이에 꿰맨 자국이 있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왔다. 운동화는 6년 전에 산 것이고, 가방은 시장에서 9900원에 샀다고 했다. 조씨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해외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들으면 가슴이 벅찼다. 작은 뜻을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쁘다. 훌륭한 학생들을 많이 키워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이날 이씨 부부에게 새 운동화를 한 켤레씩 선사했다.

대전=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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