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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80번 메르스 환자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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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엄마, 아빠는 병원에서 약 다 맞으면 오시는 거죠? 이제 몇 밤만 자면 돼요?” 마지막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김모(80번 환자·35)씨의 네 살배기 아들은 오늘도 엄마를 채근한다. 김씨는 지난달 12일 서울대병원 39병동(음압 격리병동)에 다시 격리됐다. 116일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지 겨우 여드레 만의 일이었다. 치과 의사인 김씨는 림프종(혈액암의 일종)을 앓고 있다. 지난해 완치됐다가 6월 초에 재발했고, 그 때문에 병원 응급실에 있다가 메르스에 걸렸다. 항암치료와 병행하다 보니 메르스 치료 기간이 길어졌다.

 그를 다시 격리시키면서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완치 환자에게서 바이러스가 재검출된 일은 유례가 없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질본은 그날 밤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재발은 아니다. 감염력이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정부는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 선언을 했다. “이 환자의 감염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표현을 써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메르스는 지난 일이 됐다. 하지만 김씨와 가족들은 아직도 메르스의 고통 속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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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씨는 이달 초 검사에서 두 번 연속 메르스 음성(완치 기준)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격리는 계속되고 있다. 감염력 0%에 가깝다던 질본은 “세계 첫 사례라 기존 격리 해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서울대병원이 판단할 일이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병원 측은 “격리 해제 여부는 질본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는 새 암은 빠르게 번졌다. 이제 김씨에게 남은 선택은 골수이식뿐이다. 남동생이 골수를 기증하기로 했고 검사에서 이식에 적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부인 배모(36)씨는 “남편이 한 달 넘게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눈물을 쏟았다. 수술은커녕 수술에 앞서 해야 할 검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격리 해제가 어렵다면 격리 상태로 수술받는 수도 있다. 한 의료진은 “환자 침대 전체를 차폐(遮蔽)하는 음압텐트 등의 장비를 활용하면 번거롭기는 해도 검사와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결정권을 쥔 질본은 요지부동이다. “이식 수술을 돕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기자에게 질본 관계자는 “확실하게 계속 음성 판정이 나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현재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김씨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네 살배기 김군의 질문에 질본이 답을 해야 할 때다.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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