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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테러법 만들지 않는 건 천부인권 침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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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탕탕탕! 그들은 마치 새를 향해 쏘는 것처럼 발사했다. 그리고 129명의 생명이 날아가고 352명의 자유가 부상을 당했다. 세계는 경악했다. 프랑스판 나인일레븐(9·11)인 11월 13일 금요일 밤의 피의 테러는 인권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단적으로 공동체 파괴자들의 추상적인 인권침해 가능성과 무고한 일반시민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청한다.

 인권을 편하게 아는 혹자는 말한다. ‘이쪽에서 보는 테러리스트는 저쪽에서는 수호천사다!’ 과연 그럴까? 이념을 떠나 테러가 본질적으로 나쁜 이유는 무고한 일반시민을 공격 목표로 한다는 점에 있다. 테러는 대상 국가의 정책 변경이 목적임에도 선량한 일반시민을 소위 ‘더러운 존재’로 삼아서 그들을 공격하는 비열하고 극악한 범죄다. 테러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성(理性)을 가진 사람은 목적으로 대접해야지 수단으로 대접해서는 안 된다는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도덕법칙을 위배하는 악랄한 반인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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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테러, 반역, 간첩, 파괴활동의 4대 범죄로 대표되는 국가안보사범들은 확신범이다. 검거되면 “할 말이 없다. 빨리 죽여 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수사는 불가능하고 증거는 남기지 않아 기존의 사법절차에서 유죄를 받아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인권침해 비판에도 불구하고 테러 용의자들을 ‘테러와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라는 조건부로 쿠바령 관타나모 베이 수용소에 무기한 구금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테러 청정국가일까? 유감스럽게도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우리는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랐던 북한과 마주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미국 등 서방의 대외정책에 협력하는 나라인 데다 국제사회에서 ‘인질범 몸값이 최고’라고 소문나 있다. 한국이 테러 대상 우선국가라고 함은 정보의 세계에서는 공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테러 대책 수준은 어떨까? 단적으로 필자의 연구결과로는 무방비라고 보면 될 듯하다. 사실 프랑스는 올해 1월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대상으로 한 백주 대낮의 테러 후에 강한 테러 대응책을 마련했다. 유명 코미디언인 음발라 음발라(49)와 테러를 지지한다고 외친 8세 소년 등 약 54명을 테러 고무·찬양행위로 체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프랑스 의회는 올 5월에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크다는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세계 최강의 테러방지법을 제정했다. 이런 강공책에도 불구하고 이번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확고한 목적을 가진 악의 무리는 항상 법과 제도보다 앞서 나간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늘려주는 것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농후하다는 이유로 약 14년째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테러가 보여주었듯이 침해당한 것은 일반시민의 천부인권이다. 새로운 국가안보 위협인 테러 등은 눈부신 과학기술 문명의 발전에 따라 기상천외하고 끔찍한 대량의 인권침해를 자행한다. 그들 세력에 대응하자는, 예컨대 미국 애국법은 수사와 정보 당국에 어떤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책무를 부담지우는 법이다. 지금은 미국 자유법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지만 미국 애국법(USA PATRIOT Act)의 정식 명칭은 ‘테러를 저지하고 제압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을 통합하고 강화하기 위한 법(Uniting and Strengthening America by Providing Appropriate Tools Required to Intercept and Obstruct Terrorism Act)’이다. 결국 테러방지법은 인권수호법이고 국가안전법이며 국민행복법이자 경제발전법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역사상 세 번째로 뉴욕증시를 폐장하는 등 천문학적인 돈이 증발하는 경제 후유증을 겪었다. 이번 파리 테러 역시 관광객 감소와 내수시장의 축소로 프랑스는 커다란 경제손실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절대로 테러 청정국가가 아닌 대한민국의 입법부가 테러리즘을 포함한 국가안보사범을 예방하고 격퇴하는 데 필요한 법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입법부 작위에 의한 천부인권의 침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루소는 “법률 없이는 자유도 없다. 자유를 위해서는 법이 강제돼야 한다. 법률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테러범 등 국가안보사범에 대한 대책은 통신감청, 자금추적, 선제적 행동제약이 3대 핵심이다. 진정으로 일반시민의 천부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국회는 속히 ‘국가안보 대장전(Magna Carta)’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의 본질은 국민안전법, 국민행복증진법, 국가경쟁력 증진법, 천부인권보호법으로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진정한 국민복지법이나 다름없다. 파리 테러의 교훈으로 국회가 한국판 애국법인 ‘국가안보 마그나 카르타’를 제정하기를 간곡히 소망해 본다.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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