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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바타클랑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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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

여유로운 금요일 밤. 공연장에서 음악을 즐기던 파리의 젊은이 100여 명이 중무장한 테러집단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올 초 아이돌그룹 블락비가 공연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바타클랑 극장은 그렇게 이번 파리 연쇄테러의 최대 참사지가 됐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살육’이라고 했고, 파리지엔은 “이번은 전쟁”이라고 썼다. 전쟁이되 정규군이 아니라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 살육이라는 점에서 이번 테러의 야만성은 극에 달했다.

 무자비한 야만이되 꼼수는 분명한 테러였다.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해 프랑스가 지금껏 취해 온 톨레랑스(관용)를 폭력으로 공격하겠다는 것, 이민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자포자기와 증오에 빠진 난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숨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들의 잔혹한 테러에 대해 비난하기는커녕 서구 제국주의 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테러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유럽 국가들이 침략 노선을 철회하면 이슬람국가(IS)를 포함한 중동의 모든 정치체와의 평화적이며 안정적인 관계부터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과제는 우리와 유관한 국가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침략을 철회하게끔 그 지배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파리 특파원을 하기도 했던 언론인 고종석씨는 “IS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 건 미국의 이라크전쟁이고 부시 대통령은 명백한 전범”이라고 했다. 마치 모든 테러의 원인을 서구 사회가 제공했다는 식이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9·11테러를 겪은 젊은 층을 9·11 세대로 규정했다. 빈 라덴 사살 소식에 백악관 앞에서 성조기를 휘날리며 환호를 지른 인파는 대부분 20대 젊은이였다.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비판받던 이들이 줄이어 자원 입대하며 이후 10여 년 동안 미국의 안보를 떠받쳤다. 그리고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국의 20대도 똑같았다. 리베라시옹은 이번 파리 테러를 겪은 젊은이들을 ‘바타클랑 세대’라고 표현했다. 테러를 직접 겪은 세대는 과거 세대와 같을 수 없다.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참여하는 한국도 IS 테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기 어렵다.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서울에서 테러 위협이 가해질 때 여전히 서구 제국주의 탓이라고 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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