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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폴크스바겐의 클린 디젤은 신기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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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수
국민대 총장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속임수를 써서 디젤 엔진의 환경기준을 맞춘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라면 거의 모두 폴크스바겐그룹이 가장 바람직한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로 칭찬했었다. 벤틀리·람보르기니·포르셰·아우디와 같은 고급 브랜드부터 폴크스바겐 같은 중급 브랜드, 세아트와 스코다 같은 일반 브랜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는 모델당 3000억원에서 4000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간다. 따라서 판매대수와 대당 이익이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자동차는 아직까지 양적 경쟁을 한다. 많이 팔아야 한다. 그래야 개발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남겨 재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그룹은 양적 경쟁력과 질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같은 플랫폼으로 폴크스바겐 브랜드 차량을 만들어 많이 팔고 아우디 브랜드로 내놔서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는 아쉽게도 이런 구조를 못 갖추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면에서 약하다. 폴크스바겐이 결국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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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런 일류회사가 속임수를 썼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폴크스바겐은 블루모션이라는 슬로건 아래 클린 디젤을 내세운 회사다. 그러나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에서 클린이 아닌 더러운 기만의 배기가스가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품질과 타협을 안 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기에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실망이 더욱 크다. 동네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평판이 자자하던 사람이 사기를 친 격이다. 일각에서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상의하달식 독선적 경영방식을 비판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번 사태는 위계문화에 일류기업의 오만이 더해져 비롯된 참사가 아닐까 한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엔지니어는 자신들이 최고라는 오만함에 고객과 정부 정도는 속일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약 6000만 줄의 프로그래밍 코드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자동차 하나에 무려 1억 줄의 코드가 들어간다. 그만큼 복잡한 제품이다. 그러니 여기에 속임수 코드를 슬쩍 집어넣어도 정부기관에서 이를 집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들이 보기에는 검사기관의 검사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야말로 ‘초짜’들이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속임수는 단순히 프로그래머들에 의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동차는 개발단계에서 적어도 3년 이상 온갖 내부검증을 거친다. 즉 검증단계에서 속임수 코드가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게 된다. 연구개발 책임자들의 집단적 공모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음모가 과연 CEO의 인지 없이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 더욱이 CEO였던 마르틴 빈터코른은 원래 연구개발 부문에서 일을 했었고 세부적인 일까지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경영인인 빈터코른은 인사권을 가진 경영감독위원회에 실적을 보여야 하는 압박감이 있었다. 전문경영인의 숙명적 멍에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은 기만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위대한 사기꾼은 모두가 자신을 믿게 한다. 우리 모두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를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뭐라고 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은 상처보다 마음의 아픔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는 어떨까?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자동차 회사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신차 개발 일정에 맞춰 연비 및 환경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안전성과 품질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원가목표도 맞추어야 한다. 피 말리는 업무다. 그래서 우리도 혹시 기만의 유혹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의도적 기만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집단군은 항상 사회적 감시하에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에 비해 준법정신이 더 강하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가 더 겸손하다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압박이 우리나라 대기업으로 하여금 기만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독일은 위계가 강한 사회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위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 내에서도 폴크스바겐처럼 위계로 음모를 덮어버리기 어려운 문화가 있다. 만약 폴크스바겐처럼 집단 음모를 우리나라 회사에서 했다면 몇 개월 만에 누군가 터뜨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의 약점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그리고 회사에 항상 기만의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에서 발생한 기만은 아니지만 다른 측면에서의 기만이 일어나기 쉬운 문화가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아직 그렇게 정직하지 못하다. 우리에게는 강요된 정직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최고결정자는 항상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 한 번의 소홀함이 재앙을 가져오는 시대다. 산업역사상 치욕적인 사기극으로 밝혀진 폴크스바겐그룹의 기만이 한국 자동차산업에 던져주는 교훈이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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