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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정글 같고 코미디 같은 콩쿠르

호기심에 분석을 해본 적이 있다.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직후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부문 1~6위 18명의 경력을 조사했다. 세계 일류인 이 대회 이전에 어떤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을까. 쭉 훑어보곤 무엇보다 안쓰러웠다. 입상자 A는 8년 전 이 대회에서 2위를 했는데 또 출전해 3위를 했다. 어떤 생각으로 같은 대회에 나왔을까. 또 다른 입상자 B는 5년 전 쇼팽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서도 2위를 했다. 비슷한 수준의 메이저 콩쿠르에 또 나올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참고로 A·B는 러시아 연주자다.

 A와 B는 8년·5년 전 큰 산을 넘었다. 차이콥스키·쇼팽 콩쿠르 2위가 보통 성적인가. 세계 클래식 무대의 중심부로 직행할 수 있는 티켓이다. 아니, 적어도 10년 전쯤엔 그랬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A와 B는 유명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하지 못했고, 좋은 음반사에서 앨범을 내지도 못했다. 또 몇십년 전 수상자들에 비해 연주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피말리는 콩쿠르에 다시 나왔을까. A와 B뿐 아니라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 18명은 모두 내로라 하는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었다.

 여기에서 몇년 새 과열된 국제 콩쿠르 열기를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산하인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이 인정하는 국제 콩쿠르는 113개다. 이달에만 국제 콩쿠르 7개가 진행 중이다. 뛰어난 연주자는 포화 상태다. 그런데 클래식 시장은 그만큼 폭발적으로 크지 않았다. 훌륭한 연주자들이 쇼핑하듯 대회에 참가하는 ‘콩쿠르 잔혹사’가 시작된 배경이다. 또 콩쿠르는 완벽하게 공정하지도 않다. 심사위원들마다 음악 듣는 귀가 다르고, 괴상하게 점수를 매기는 일도 흔하다. 음악은 스포츠와 다르니 별달리 항의를 할 수도 없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가장 기쁜 일은 쇼팽 콩쿠르 1위 자체가 아닐 듯하다. 정글 같고 때로는 코미디 같은 콩쿠르에 다시는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콩쿠르 스타의 가장 큰 행복이 콩쿠르로부터 해방인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해피엔딩은 아니다.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그의 일성은 “다음 달 연주가 걱정된다”였다. 무대 위 음악은 아름답지만 연주자 속마음은 이토록 전쟁터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콩쿠르 성장사


① 15세 하마마츠 국제 콩쿠르
 
 2009년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조성진. 일본 하마마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기막힌 재능의 피아니스트가 나왔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서 쇼팽 ‘영웅’ 폴로네이즈를 연주하는 모습. 군데군데 불안한 부분도 보이지만 자신만의 해석이 들어있는 연주를 선보인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도 연주한 작품.
 
 ② 17세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고등학생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사건’을 일으킨 조성진. 자격 나이에 턱걸이 해 나간 그는 놀라운 실력으로 입상했다. 콩쿠르 본선 1라운드에서 차이콥스키 ‘사계’ 중 12월 ‘크리스마스 주간’을 연주하는 모습.
 
 ③ 20세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협주곡 1번을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도 연주하고 3위에 입상했다. 이 때만 해도 올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④ 21세 쇼팽 국제 콩쿠르
 
 본선 2라운드에서 쇼팽 ‘영웅’ 폴로네이즈를 연주하는 모습. 6년 전의 ①번 동영상과 비교해보면 훌쩍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쇼팽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도무지 흠잡을 수가 없는 쇼팽 협주곡 1번을 연주한 조성진. 이 연주를 끝으로 그는 피말리는 콩쿠르에서 졸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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