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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情, 마음과 마음 이어주는 에너지


한국의 겨울은 춥다. 6·25 전쟁에 직접 참전하신 할아버지는 “한반도의 겨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춥다”고 하셨다. 실제로 1950년 11월 미 해병 1사단은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뿐 아니라 혹한과도 싸워야 했다.


기온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겨울은 갈수록 추워지고 있다. 산업화·도시화로 사회가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옆집 아파트에서 사람이 죽어도 알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에게 버림받은 노인이 장기간 방치됐다는 뉴스도 들린다.


한국에서 정(情)이 사라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외국인인 나의 눈에는 아직도 한국은 서구사회보다 덜 계산적이고 덜 삭막하다. 아직도 인간적 정이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2014년 2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 네트워크인 ‘아리랑 인스티튜트(Arirang Institute)’가 미국 버지니아 주와 서울에 설립됐다. 한국인·탈북자(새터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함께 참여하는 열린 단체다.


지난해 이 단체를 만들면서 주한미군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나의 운명이 바뀌었다. 아리랑 인스티튜트 서울 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인의 정을 생생하게 느낄 기회가 많다. 정을 구현하는 것이 아리랑이고, 아리랑을 구현하는 것이 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실제로 예술가·학자·기업인·언론인 등 남녀노소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아리랑 인스티튜트의 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서울에서 영어출판업체(Kid’s English)를 운영하는 조건희 대표는 우리 단체가 추천한 탈북자들에게 무료로 이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줬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한국 토종콩 살리기 운동을 해온 함정희 함씨네토종콩식품 대표는 지난해 중앙일보에 보도된 아리랑 인스티튜트의 활동 소식을 접하고 수소문 끝에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는 한국 토종콩으로 만든 고추장과 간장, 직접 담은 김치를 보내줬다. 지난 8일에는 아리랑 인스티튜트가 후원하는 탈북가족 등 20여 명을 전주로 초대해 한국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인 함씨네밥상에서 탈북자와 한국인, 그리고 이날 함께한 외국인들은 마치 한국의 대가족처럼 두런두런 모여앉아 정겨운 한끼 식사를 같이 했다. 전주 한옥마을도 구경하고 김치만들기 체험도 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양념을 칠한 김치를 손으로 찢어 갑자기 내 입에 넣어주셨다. 좀 쑥스러웠지만 참 고마웠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는 길에 탈북자 한 명이 “가족처럼 같이 밥을 먹고, 김치까지 만들어 오늘은 진짜 행복한 하루였다”고 말해 내 마음도 흐뭇해졌다.


정이란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힘이다. 삶에 영감과 의미를 준다. 어떤 사람은 “큰 힘만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정·친절·사랑 같은 작은 실천이 세상을 더 밝고 따뜻하게 해준다.


 


마이클 람브라우아리랑 인스티튜트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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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