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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의 IS 공습’ 겨냥해 극단주의자들이 보복한 듯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총격·폭탄테러가 발생한 13일 밤 구조대원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뉴욕의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 빌딩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며 프랑스 국기 색깔인 파란색·흰색·빨간색 등을 켰다.


“이게 다 올랑드(프랑스 대통령)가 세계 곳곳의 무슬림들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13일 밤(현지시간) 파리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총기를 난사하던 범인이 이렇게 외쳤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올해 1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와 유대인 식료품점이 공격당한 데 이어 파리에서 또 초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왜 프랑스이며 파리인가.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는 최근 시작된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을 들 수 있다. 지난 8월 암스테르담발 파리행 열차 안에서 모로코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3주간의 정찰 비행을 거쳐 9월 27일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공습을 시작했다. 시리아 난민 유입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세 살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터키 해변에서 떠오르자 공습 지지 여론도 고조됐다. 프랑스는 지난해 미국 주도의 이라크 내 IS 격퇴 공습에 동참했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강화할 우려가 있어 시리아 IS로까지 공습을 확대하지는 않았다.


프랑스의 공습으로 IS의 훈련기지가 파괴됐다. 공습 후 올랑드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공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동·북아프리카의 식민 종주국이었던 프랑스는 시리아 문제에 항상 앞장서 왔다. 2년 전 화학무기를 사용한 알아사드 정권 퇴출을 위해 군사작전을 추진했지만 국제사회가 난색을 표하자 후퇴했다. 프랑스는 리비아·말리 등의 내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가 테러의 타깃이 된 것은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을 시작한 뒤 이집트 상공에서 자국 여객기가 폭파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영국의 정보기관들은 IS의 시나이반도 지부로 불리는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라는 테러 조직이 여객기 폭탄 테러의 배후라고 보고 있다. 국제문제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여객기 폭탄 테러는 러시아가 시리아를 공습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신속히 일어났다”며 “IS는 납치·참수에 그치지 않고 유럽과 중동을 넘나들며 대규모 테러를 정교하게 계획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올해 2월엔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유대인 회관에서 흉기 난투극이 일어나 경찰관 3명이 다쳤다. 4월엔 알제리 출신 시드 아흐메트 글람이 파리에서 여성 1명을 사살하고 빌쥐프의 한 성당을 공격하려던 중 체포됐다. 6월엔 리옹 근교의 미국 가스회사 공장에서 북아프리카계 야신 살리가 고용주를 참수한 뒤 이슬람 신앙고백이 적힌 깃발을 둘러 공장 담에 걸어놓은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8월 암스테르담~파리 열차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12월 21일 디종에선 40세 남성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군중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해 11명이 다쳤다. 2012년 3월엔 알제리계 모하메드 메라가 툴루즈의 유대인 학교에서 어린이와 교사 7명을 살해하고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1995~96년에도 파리 지하철 폭탄 테러로 12명이 사망하고 200명 넘게 부상했다.


프랑스는 서방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500만 명을 넘어 프랑스 인구의 8%를 웃돈다. 프랑스 무슬림 사회는 실업률이 높고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 입장에선 파리가 대(對)서방 투쟁과 그들이 받은 억압의 상징처럼 돼 있는 것이다. 이들은 IS로 몰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IS에 합류한 프랑스 국적자는 500~900명으로 국가 단위 최고치로 추정된다. 또 이들 가운데 200명가량은 프랑스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집계돼 테러 위험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反)이민·반이슬람을 표방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은 최근 선거에서 30%를 득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다음 대선에선 마린 르펜 당수가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더 자극받는 이유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는 “영국도 무슬림 인구가 많지만 파키스탄·방글라데시 출신이 다수를 이루는 반면, 프랑스의 무슬림은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아랍 위주”라며 “구조적으로 전사(戰士)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래 대형 테러가 발생했던 런던·마드리드를 제외하고 테러리스트들이 유럽을 타깃으로 한다면 파리·브뤼셀·베를린 정도인데 독일은 군사 개입을 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프랑스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프랑스가 톨레랑스(관용)를 강조한다지만 9·11 테러 이후 우파가 약진하면서 ‘히잡금지법’ 등이 논란이 돼 이슬람의 반감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샤를리 에브도 잡지도 언론의 자유를 말하지만 무함마드를 모독해 이슬람권에선 큰 반감을 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겪은 뒤 얼마 되지 않아 또 초대형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세계의 정보기관이 활동 방향을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레그 바튼 호주 디킨대 교수는 “테러범들은 정보기관과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려고 디지털 기기를 전혀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행했다는 것은 디지털 기기 없이도 신속하게 지령을 전파할 수 있는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가 파리 시내에 존재한다는 것인데 기존 첩보활동으로는 대응하기가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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