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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테러공포 전 세계 확산 통해 존재감 과시 가능성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병사들이 지난 5월 시리아 북부에서 무장한 채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생산한 원유를 판매해 매월 5000만 달러의 자금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뉴시스]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극단주의와의 싸움은 새로운 세계전쟁이 될 것이라는 요르단 압둘라 국왕의 걱정스러운 예언은 현실이 되어간다. 어쩌면 두 차례의 세계대전보다 더 무서운 전쟁인지 모른다. 전선이 따로 없고, 적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전쟁은 훨씬 두렵다. 공연장에서, 식당에서, 공원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언제 어디든 지나가는 평범한 이에 의해 살상이 일어날 수 있는 현실로 인해 일상은 공포가 된다. 11·13 파리 테러는 그 절정이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 모독 만평에 대한 응징을 명분으로 편집진을 사살했던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는 조금 다르다. 당시에는 편집국 건물에 난입해 남녀를 구분하고, 한 명씩 관련자를 확인하고 사살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치적 상징성이 별로 없는 여러 곳에서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 사살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연계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누구의 행위인지 아직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다. 알카에다의 시리아 조직, 즉 알누스라전선의 소행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발표처럼 현재로선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연계세력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바타클랑 공연 현장을 탈출한 한 생존자는 테러리스트들이 “이 모든 일이 올랑드 대통령의 잘못 때문이며 프랑스는 시리아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외쳤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아무래도 프랑스의 공습에 항의하는 프랑스 내 IS 추종 자생적 지하디스트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전제로 이번 사건의 함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주목할 수 있다.


폭력 극단주의 두 세력 IS와 알카에다같은 뿌리에서 나오긴 했지만 지금의 IS는 알카에다와 다르다. 알카에다는 지하드, 즉 투쟁에 우선 집중한다. 지하드를 통해 먼저 미국 등 이방세력을 축출하고, 보수 정부를 붕괴시킨 후 언젠가 먼 미래에 이슬람 신정주의 국가를 수립하려 했다. 반면 IS는 신정주의 정부부터 세웠다. 지난해 6월 29일 지금의 시리아·이라크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아예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크다. 전 세계에 흩어진 숱한 잠재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들에게 알카에다는 심정적 기반은 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어딘가 먼 곳에 있는 추상적 존재였다.


반면 IS는 실체를 가진 국가, 즉 확고한 ‘기댈 곳’이었다. 그것도 영화로운 이슬람의 시대 632년 첫 칼리프 국가 복원을 선언하니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테러를 기획, 실행하는 이들에게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나라가 있다는 점은 완연히 다른 확신을 준다. 비록 몸은 파리·런던 등 과거 식민제국이었던 이방에서 이민자의 후예인 이등시민으로 살지만 조국이 실체적으로 존재한다는 믿음이 가져다 주는 자신감이다. 앞으로 테러의 빈도, 강도 그리고 확신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에게 IS는 고국이자 이상향이 되어버렸다.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3만여 명의 젊은이가 자발적으로 시리아로, 이라크로 들어가 IS에 가담했다. 가담을 하지 못한 자생적 테러리스트들도 스스로 IS의 해외전사로 믿기 시작했다. 알카에다가 9·11 테러를 일으켰을 때도 없던 일이다. 미증유의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테러전선의 교착과 해외 확산우려할 만한 점은 시리아·이라크 내 IS의 전선이 교착국면을 맞으면서 테러의 외부 확산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전선은 크게 3대 전선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라크 모술 전선(쿠르드 페슈메르가와의 전투), 바그다드-라마디(이라크 정부군과의 전투) 전선, 그리고 시리아 북부 코바니 전선(터키 쿠르드 YPG와의 전투) 등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공습은 이어졌지만 정작 지상에서는 이 3대 전선 모두 교착 상태였다. 지상 전투의 교착은 필연적으로 해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는 테러의 외부 확산 현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테러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공포의 확산’ 그리고 ‘존재감의 표출’이다. 얼마 전 자신들을 공습하는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점령하겠다는 IS의 경고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선전선동이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충분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및 심지어는 러시아와 과감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 세계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을 격동시킨다. 결국 IS는 어떻게 해서든 시리아·이라크 밖에서 테러네트워크 확산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동조자들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확산시키려 할 것이다.


국제사회 공동 대응 나설지 주목테러가 일어난 파리뿐 아니라 유럽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상 유럽을 이끌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조차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럽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쩌면 유럽 내 극우주의 세력은 IS만큼이나 이번 사건을 내심 반길지 모르겠다. 정체성을 건드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국 국민이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창졸간에 120명 이상이 죽었는데 어떻게 공존과 타협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 하는 메시지는 파괴력이 있다. 유럽연합(EU)에 이미 나타난 미세한 금이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주목된다. 마침 오늘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군사 개입에 소극적인 미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향후 이번 테러의 IS 연관성이 밝혀지면 오바마 행정부의 최소개입 전략에 대한 안팎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최소 인원의 특수목적부대 투입만 용인해왔지만 앞으로는 선제적 차원에서 테러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지상병력 파병 가능성은 매우 작지만 적어도 국제연대 차원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주요 국가가 적극 참여하는 새로운 작전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동 역내 국가들의 복잡한 심경이번 테러를 바라보는 중동 지역 대중의 정서는 어떨까. 미루어 짐작해보면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인 듯하다. 절대다수의 아랍, 무슬림들은 이번 테러를 규탄한다.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중동 지역 대중은 최근 시리아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제사회의 행보에 대해 일면 불편함이 있었다. IS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극단주의 집단이지만 이런 집단이 활개치도록 만든 원인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수니파 학살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4년 반 동안 알아사드 정권은 IS만큼 잔인한 방법으로 자국민을 살상했다. 통폭탄과 화학무기 사용, 전폭기 투입, 고문살해 등으로 자국민 25만 명을 무차별하게 죽였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관심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제거보다 IS에 고정돼 있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정작 시리아 국민의 무수한 죽음에는 무심한 국제사회가 외국인 인질 일부의 죽음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 대한 반감이다. 특히 미국이 개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보이는 친알아사드 행보나 이란의 개입은 아랍 대중에게 절망적으로 비쳤다. 이 상황에서 파리 테러가 터졌다.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차제에 대IS 공격이 강화되긴 하겠지만 어쩌면 이 과정에서 잔인한 알아사드는 더 잊혀지고, 더 안전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우려는 펴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알아사드는 이번 테러를 보며 웃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도 불의의 사태 대비해야여타 지역, 특히 동아시아 지역 및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을까.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다고 보지만 굳이 견주어보면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에 비해 일본이 조금 더 극단주의자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지난번 고토 겐지 참수 사건의 계기가 되었던 아베 신조 총리의 대테러 2억 달러 지원약속 및 이집트·이스라엘 방문 이후 IS는 자신들의 웹진인 다비크의 커버스토리 칼럼을 통해 ‘칼리프의 칼끝은 전 세계 일본인의 목을 겨눌 것이다’고 겁박했다. 대규모 무슬림 이민 공동체가 형성된, 그리고 외곽지대에서 소외돼 사는 파리 같은 유럽 국가와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그리고 중동의 식민역사와 상관이 없는 동아시아를 유럽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한국이 테러 안전지대는 아니다. 해외에서 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친미 국가, 기독교 선교, 그리고 한류문화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다. 특히 IS 세력은 한국을 잘 안다. 실제로 IS의 전신인 ‘유일신과 성전 그룹’(JTJ)이 바로 2004년 김선일 참수의 주범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사상적으로 극단주의를 추구하는 이들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만전을 기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되, 자칫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다문화 비난이 확산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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