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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치킨게임, OPEC 와해 부르는 신호탄 될까


지난해 11월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선전포고를 했다. “1980년대 후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줄였다. 결과가 무엇이었나.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OPEC의 시장 점유율은 줄었다. 우린 생산량을 유지해 시장을 지켜야 한다.”


석유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해 6월 두바이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5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유가는 곤두박질쳐 알 나이미가 전쟁을 선포할 때는 배럴당 70달러대였다. 최근엔 배럴당 50달러 아래다. 상당수 OPEC 회원국은 감산을 해 유가를 끌어올리자고 난리를 쳤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OPEC의 리더인 사우디는 이를 무시했다. 속내는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오일의 생산이 늘고 있어서다. 대체 에너지 개발도 활발하다. 원유 가격을 낮게 유지해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셰일가스·오일 기업 등을 고사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전형적인 치킨게임 전략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아직 성공의 팡파르를 울리지 못했다. 세계 경제 침체로 석유 수요가 주는 것도 악재가 됐다. OPEC의 통제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검은 황금 석유. 20세기 ‘석유의 시대’가 열리면서 초기 국제 석유시장은 이른바 7 공주(Seven Sisters)로 불린 서방의 석유 메이저가 장악했다. 이들에 반기를 든 사우디·이라크 등 5개국은 1960년 OPEC을 결성했다. 이후 OPEC은 석유시장의 전면에 부상해 생산과 가격을 통제하며 시장을 쥐락펴락 했다. 지구촌을 충격에 몰아넣은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OPEC의 힘을 확인시켰다.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과거 유가가 떨어지면 담합으로 가격을 다시 끌어올렸던 회원국 간의 공조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유가가 이제는 시장의 힘에 더 많이 영향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 원유시장을 특정 세력이 통제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12개 OPEC 회원국은 현재 하루 32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스스로 정한 생산쿼터(하루 3000만 배럴)보다 200만 배럴가량 공급 과잉이다. 그런데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프 팔리 최고 경영자(CEO)는 최근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유는 OPEC 회원국만 생산하는 게 아니다. 러시아는 하루 1000만 배럴의 석유를 뽑아낸다. 사우디에 이어 2위다. 미국·중국·캐나다 등 비OPEC권의 생산량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서 OPEC이 감산하면 점유율만 줄 뿐이란 게 사우디의 주장이다. OPEC의 석유시장 점유율은 현재 41% 수준이다. 사우디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셰일 업계의 생산이 줄면 앞으로 2~3년 내에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란 입장이다. 회원국들에는 조금만 더 버티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


회원국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과 핵협상 타결로 경제 제재가 사실상 풀린 이란은 곧 하루 50만 배럴 증산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비잔 남다르 진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유가에 관계없이 증산에 나설 것이다. 이란은 (경제난 극복을 위해) 가격이 떨어지건 배럴당 100달러로 뛰건 원유를 팔야야 한다”고 했다.


비난이 집중되는 사우디도 저유가 충격이 상당하다.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사우디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렸다. 전망도 ‘부정적’이다. 사우디는 해외 채권 발행도 추진한다. 내년 초쯤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이뤄지면 사우디 역사상 처음이다. FT는 “사우디가 해외에서 국채를 발행키로 한 것은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유가는 앞으로 당분간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유가가 길어질수록 생산량 조절과 가격을 둘러싸고 OPEC 회원국간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달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정기총회 때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전운이 감돈다. OPEC 회원국인 알제리의 전 에너지 장관 노르딘 라오신은 “회원으로 계속 남을지 말지 결정할 때가 왔다. OPEC이 유가 하락을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사우디 입장만 대변한다면 알제리가 OPEC에 남아 있을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11일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가 돼야 하는데 OPEC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오세신 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유가하락기에는 OPEC 회원국간 연결고리가 약했다. 저유가 지속으로 OPEC의 영향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OPEC이 가지는 장점이 상당하기 때문에 조직이 당장 와해하지는 않겠지만 상당기간 느슨한 연대관계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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