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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무·젓갈 … 한 포기 김장 위한 ‘푸드 마일리지’ 2660㎞

푸드 마일리지 식품 생산지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의미한다. 1994년 영국 환경운동가 팀 랭(Tim Lang)은 식품을 운반하는 동안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이 개념을 고안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지역 4인 가구의 김장 재료 운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3㎏이었다. 서울지역 360만 가구 중 4인 가구는 20%. 4인 가구의 절반이 20포기씩 김장을 담근다고 했을 때 재료 운송으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548t이 된다.


108.38㎏. 4인 가족이 겨우내 먹을 김치, 즉 김장을 담그는 데 드는 전체 재료의 무게다. 1인, 2인 가구를 감안해 국민의 절반인 2500만 명만 김장을 담근다고 가정해도 소비되는 재료의 무게는 67만5000t이나 된다. 김장철 동안 5t 트럭 13만5000대가 재료를 싣고 전국을 누비는 셈이다.


온 나라를 분주하게 만드는 김장철, 그 이모저모를 국내 최대 농수산물 백화점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지난 11일 오후 8시 가락동 시장. 김장철을 맞아 배추·무 등 재료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모여 들었다. 이곳은 부지 면적이 54만3451m²로 축구장 넓이의 75배나 되는 곳이지만 자동차와 사람으로 북적였다. 매일 평균 7300t, 104억원어치의 물량이 거래되지만 김장철에는 특히 배추를 실은 5t 트럭만 400대 가까이 드나든다. 배추만 2000t에 이른다. 밖은 어두웠지만 경매를 앞둔 시장 내 경매장은 불야성이었다. 이곳 상인들은 “가락시장에는 태양이 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농산물 거래는 새벽이 돼야 활기를 띠기 때문이다.


오후 11시 경매에 참여하는 도매인들이 모두 출석 체크를 마치자 50대 중반의 경매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본격적인 김장 성수기로 접어들었는데, 이번에도 화목하게 잘해봅시다”고 외쳤다.


경매가 시작되자 경매인 주변에 모인 30여 명의 도매인들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 특히 응찰기(낙찰 희망 가격을 입력하는 전자기기)에 입력하는 수치를 서로 ‘철통 보안’ 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 손으로 번호판 가리기, 옷섶에 응찰기 숨기기, 쪼그려 앉아 가랑이 사이로 숫자 찍기 등 응찰기를 가리는 방법도 다양했다. 배추 경매는 오후 11시30분에 끝났다.


배추는 한 트럭(2700포기)을 통째로 경매에 부치는 차상(車上) 방식을 통해 거래된다. 도매인은 낙찰받은 배추를 하역하는 과정 없이 차 위에서 바로 소매상에게 판매한다. 거래는 보통 이튿날 오전 10시까지 이어진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도매인 윤오현(65)씨는 “배추 세 포기당 3500원에 낙찰받았다. 워낙 쌌던 지난해보다는 비싸지만 평년에 비하면 싸다”고 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김봉태(60)씨는 “시세를 확인하러 왔다”며 “올해 가뭄이 심했어도 배추 작황은 좋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도매인들은 밥을 먹을 때도 항상 ‘빨리빨리’다. 소주를 종이컵에 콸콸 따라 한입에 쓱 털어넣고 튀김을 우물우물 씹으며 포장마차를 나서는 상인도 더러 보였다. 이곳 포장마차에선 반 병짜리 소주도 판매한다. 가격은 2000원이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도매인들에게 차를 맡긴 트럭 기사들이다. 용산 청과시장 시절부터 40년간 배추만 운송해 온 박판수(65)씨는 “안방에서 발 뻗고 자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트럭이 우리 집이지 뭐”라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들을 위로해 주는 사람은 콜라·박카스·커피·유자·생강·모과차 같은 음료를 파는 이동 상인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1200원짜리 유자차다. 20년 동안 가락시장에서 음료를 팔아온 신기자(62·여)씨는 “경매장에 천장도 없던 옛날엔 비 맞고 눈 맞으며 장사했는데, 지금 이 정도 시설이면 대궐”이라며 웃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김장 비용(4인 가족 기준)은 18만5000원으로 평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 가격은 하락했지만 김치양념에 들어가는 깐마늘과 새우젓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가락시장 내에서 배추 한 포기의 산지와 도매가격을 상인들에게 파악한 결과 각각 600원과 1300원이었다. 이는 포기당 수확과 상차(차에 싣는 것) 비용이 200원, 운송비용 300원, 경매비용 100원가량의 유통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장재료의 유통거리는 얼마나 될까. 취재팀이 13가지 배추·무·새우젓 등 김장재료의 주요 출하지 세 곳과 가락시장의 평균 거리를 기준으로 김치의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계산했다. 89~179㎞ 떨어진 춘천·아산·영월에서 운송된 배추의 평균 거리는 121㎞였고, 통영·진해·남해에서 온 굴은 평균 368㎞를 이동했다.


그 결과 김장재료 13가지가 산지에서 가락시장까지 이동한 거리의 합계는 2660㎞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부산의 일곱 배에 달하는 거리다. 4인 가족이 김장을 담그는 데 필요한 재료 각각의 무게(배추 66㎏, 생강 0.12㎏ 등) 비율을 고려한 평균거리는 140㎞였다.


 


 


강찬수 기자, 정현웅 인턴기자(성균관대 철학과 3)?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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