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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마야의 ‘5125.25년 주기’는 무엇을 위한 대비였나

마야인이 만든 달력.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에 시작돼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


동양과 서양은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했다. 하루의 힘든 일과를 마치고 들판에 누운 서양인들은 고통이 없는 완전한 세상이 하늘에 있다는 상상을 했다. 눈을 감기 전에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그 곳으로 향하는 꿈을 꿀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고대 신화에서는 잠든 사람이 꿈 속에서 신과 만나는 장면을 여럿 볼 수 있다. 반면에 동양의 신화에서는 선계(仙界)에 살던 신선이 규율을 어겨 꿈의 세계인 현실로 추방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서양에서는 꿈을 꾸어야 갈 수 있는 하늘이지만, 동양에서는 꿈에서 깨야 갈 수 있는 하늘이 된다.


 


천체 움직임은 정치적으로도 이용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의 밤하늘 관측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고전 천문학의 두 가지 키워드는 패턴과 주기라고 할 수 있다. 하늘에는 특정 주기와 관련이 있는 고정된 패턴이 반드시 있었다. 천문학과 관련이 있는 주기 중에서 가장 짧은 것은 일주 주기다. 가장 짧은 만큼 가장 관측이 용이하기도 하다. 이 일주 운동을 관찰하기 위해 경도의 개념이 도입된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은 때에 낮에 일주하는 태양과 밤에 일주를 하는 별이 움직이는 속도가 같다는 것은 신이 배려한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지상의 생명은 이 천체의 일주 주기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놓여 있다.


달의 패턴 변화에 따른 월주 주기의 관측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달의 변화에 따른 생명의 바이오리듬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하늘에는 달처럼 별들의 신전을 배회하며 불규칙한 운동을 하는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등 다섯 개의 행성이 있다. 다른 모든 별은 고정된 패턴을 유지한 채 함께 움직이지만 이 다섯 행성은 예외다. 특정한 규칙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대 천문학자들은 그 규칙들을 알고 있었다. 기원전 1773년 7월 13일 저녁에는 이 다섯 행성이 하나로 모이는 것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 오성취루(五星聚婁) 현상을 하늘에 숨겨진 주기로 생각하고 그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지상의 생명이 이 천문현상에 실제로 반응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중국의 역사서에는 오성취루를 관측했다는 허위보고가 산재했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고대 천문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연주 주기의 정확한 관측이라고 할 수 있다. 연주 주기의 관측은 별들의 위도상의 움직임과 관계가 된다. 인간이 유목민이었을 때는 떠나야 하는 계절을 알려줬고, 인간이 정착을 했을 때는 파종을 해야 하는 때를 알려줬다. 이렇게 실용적인 목적으로 관측했기 때문에 생명의 계절 주기와 다소 다르더라도 경작하는 작물에 따라서 1년이 260일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하늘에 고정된 패턴에 의해 파악되는 천체들의 움직임 중에서 일주, 월주 그리고 연주 주기는 지상의 생명과 하늘의 법칙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고리와도 같은 것으로 파악되었고, 지상의 삶이 하늘에 지배된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상의 생명과 관련된 연주 주기보다 큰 대주기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분명 하늘에는 지상의 삶과 관련된 또 다른 대주기가 있어, 인간은 알게 모르게 그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마야와 현재 달력의 차이는 0.0002일마야인이 만들어낸 달력은 경이로울 정도로 정밀했다. 마야인이 계산한 1년은 365.2420일인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365.2422일과 차이가 거의 없다. 이러한 정밀성은 천체의 운동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에 의해서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마야인은 아주 긴 달력을 제작했다. 이 달력은 기원전 3114년 8월 13일부터 시작된다. 이 시점부터 5125.25년이 지나면 천체상의 황도가 은하의 중심에 놓이고, 태양은 반대쪽 영역에 진입하게 된다. 이 대주기가 끝나는 때가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었기 때문에 마야인은 2012년까지 달력을 제작했다. 과연 이 대주기가 지상의 생명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앞서 보았듯이 모든 천체운동이 지상의 생명과 연계돼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야인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적용해 2012년 대주기의 끝까지 달력을 제작하기는 했지만, 이 때가 정말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뭔가 지상의 생명현상과 대주기가 관계돼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러한 패턴과 움직임에 대한 연구는 17세기에 접어들면서 정점에 이르게 된다. 원양 항해를 위해 경도를 결정해야 할 필요 때문이었다. 배가 남북 방향으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배가 항구를 떠나 동서 방향으로 얼마만큼 왔는지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들이 연간 1000여 번의 규칙적인 식(蝕, eclipse)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위성들을 정밀하게 관측하면 천상의 시계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항구에서부터 항해한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상에서도 관측이 쉽지 않은데 흔들리는 배 위에서 위성들의 궤도 변화를 관측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왔다는 점이다. 이 아이디어는 실용화되지 않았지만 행성과 위성의 패턴 연구가 활발해진 계기가 됐다.


20세기 그 패턴의 게임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된다. 20세기에 들어서면 인류는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을 넘어 또 다른 은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20년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할로 새플리와 헤버 커티스는 관측된 성운을 놓고 역사적인 논쟁을 벌인다. 새플리는 우리 은하 밖에 다른 천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발견된 성운은 말 그대로 우리 은하 내부의 별들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반면에 커티스는 이 작은 성운에서 발견되는 초신성의 숫자가 우리 은하 전체에서 발견되는 수와 거의 같다는 것에 근거해 우리 은하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은하일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 은하의 크기는 빛이 10만 년을 여행해야 하는 거리이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는 빛이 220만 년을 여행하면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30억 년이 지나면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는 충돌해 하나가 된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는 대략 빛이 100억 년을 여행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고, 이 안에는 수 많은 은하들이 인간의 관측이 닿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슬로언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로 관측한 수 십만 개의 은하 지도. 검은 배경은 텅빈 공간이고 밝은 점으로 표시된 곳이 관측된 개별 은하다. 중심부는 지구의 관측점이고,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진 은하들이다.


은하의 패턴에 우주역사 기록돼 있을 수도이렇게 패턴의 과학은 별에서 은하로 진화한다. 은하의 패턴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또 그것은 인간과 어떻게 연관돼 있을까? 마야인들이 찾던 대주기가 이 은하 패턴 코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


밤하늘의 은하들이 미처 다 발견되기도 전에 프린스턴 대학의 제임스 피블은 그 은하들에 거대한 구조가 숨어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다. 마야인의 대주기는 5125.25년을 주기로 관측되지만, 이 은하의 거대 구조는 우주 초기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제임스 피블은 이 우주공간에 주변보다 조금 더 중력이 큰 곳이 생겨나면 이곳으로 주변 물질이 집중되는 현상이 시작돼 거대한 중력원 헤일로(halo)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인간이 중력 자체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자체 발광하는 물질도 아니므로 관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나면 이 헤일로에서 은하가 탄생한다. 제임스 피블은 이 은하들의 패턴을 관측해 우주의 역사가 기록돼 있는 구조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뇌의 뉴런 세포 지도. 은하 지도와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슬로언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loan Digital Sky Survey, SDSS)로 관측한 은하 지도를 보면 은하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는 것이 아니고 텅빈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필라멘트 형태의 지역, 특정 허브(hub)에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허브망은 연결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을 둘러싸고 거미줄처럼 발달돼 있는 형태를 보인다. 그리고 인간 뇌의 뉴런 구조를 보면 뉴런 세포가 모든 공간을 고르게 채우고 있다기보다는, 역시 텅 빈 공간을 감싸고 있는 듯한 필라멘트 구조선을 따라 발달돼 있다. 인터넷 연결망의 경우와 같은 허브가 여러 곳에 중심을 잡고 있고, 그 중심축을 따라 연결망을 구축하고 있다.


 

제임스 피블.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물리학자이자 이론 우주학자다.


제임스 피블은 이러한 은하의 패턴을 읽어내는 방법과 그 구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한 이론을 1960년대에 완성한다. 하지만 그의 이론이 관측으로 검증되기까지는 20여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인류는 고대 별의 패턴에서 은하의 패턴을 관측하는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과연 이 새로운 천체의 패턴에 숨어있는 비밀은 무엇이고, 지상의 생명과 어떤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마야인이 예측한 대주기가 끝나가는 무렵 인류는 이제 새로운 거대한 주기를 기록하기 위해 새로운 달력을 작성하는 작업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송용선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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