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亢龍有悔 -항룡유회-


한 나라의 재상(宰相)이 되는 게 어찌 쉬운 일인가.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 업무 능력도 빼어나야 하며 또 세간에서 말하는 관운(官運)도 아주 많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누구는 장관 자리에 채 1년도 머무르지 못하고 물러났건만 평생 그를 따라 다니는 호칭이 ‘아무개 장관님’이라 할 정도로 일단 한 번 그 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사회적 대접을 해 주는 게 우리네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재상 자리를 탐한다. 자신이 안되면 자손이 자신의 한(恨)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기도 하고.


한데 최근 그처럼 귀한 재상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이가 적지 않다. 여기엔 특별한 사연이 있을 수 밖에 없을 터인데 알고 보니 그 특별한 이유란 게 대개는 내년 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언론들도 청와대 요직에서 줄줄이 사표를 쓰고 있는 이들의 정황을 전하면서 마치 예정된 수순을 제대로 밟고 있다는 것과 같은 투의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자니 한숨만 나온다. 이 정도 책임감을 갖고 한 부처의 장(長)으로 군림했을 터이니 정사(政事)가 제대로 이뤄졌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일해도 벅찰 일국(一國)의 재상 자리가 이들에겐 그저 또 다른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에 불과했던 게 아니고 무얼까.


이들에게 항룡유회(亢龍有悔)의 성어를 전하고 싶다. 『주역(周易』에선 용(龍)의 기세로 인생의 변화를 설명한다. 첫 번째는 잠룡물용(潛龍勿用)이다. 물 속에 잠긴 용은 힘을 길러야 하므로 아직 쓰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룡재전(見龍在田)이다. 용이 땅 위로 올라와 제대로 실력을 보이는 단계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비룡재천(飛龍在天)으로 하늘을 마음껏 날며 용이 자신의 뜻을 활짝 펼치는 경우다. 마지막이 항룡유회다. 항(亢)은 ‘높이 오르다’는 뜻으로 항룡은 이미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을 일컫는다. 이후는 내리막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후회만 남는다. 이 말은 그래서 욕심에 한계가 없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임을 비유할 때 자주 쓰인다. 사표 쓰고 출마 준비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현룡(見龍)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남들 눈엔 항룡(亢龍)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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